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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지 말고 살아가자" 하늘에서 본 9차 교사집회 전국 교사들이 16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검은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9.16 공교육 회복을 위한 국회 입법 촉구 집회'를 진행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집회에서 교사들은 ▲9월 정기국회 '교권 4법' 1호 통과 ▲아동복지법 개정 ▲교육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 촬영 : 소중한 기자, 전국교사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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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는 여러분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순간 저는 여러분을 향해 여기서 몸을 던질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 함께 갑시다. 죽지 말고 같이 갑시다. 살아주세요. 살아서 외쳐주세요. 저는, 그리고 우리는 선생님의 곁에 있겠습니다."
3년차 초등교사의 무대 위 외침에 국회 앞을 가득 메운 전국의 교사들이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많은 교사들이 "9월 국회 1호 통과"라고 적힌 피켓을 높이 들어 올렸고 몇몇 교사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서이초 교사 49재 후 첫 집회
전국 교사들이 16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검은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9.16 공교육 회복을 위한 국회 입법 촉구 집회'를 진행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집회에서 교사들은 ▲9월 정기국회 '교권 4법' 1호 통과 ▲아동복지법 개정 ▲교육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후 아홉 번째 집회이자 49재 추모집회(9월 4일) 후 첫 집회이다. 검은 옷을 입고 집회 2시간 전부터 현장을 메우기 시작한 교사들은 먼 지역에서 온 교사들이 현장에 도착할 때마다 해당 지역명을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특히 "제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교사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주최 측은 약 3만 명이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고 발표했다.
무대엔 "회복, 연대, 그리고 행동, 검은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죽지 말고 살아가자, 손을 잡고 연대하자"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현장 곳곳에선 "교사들의 억울한 죽음, 진상을 규명하라", "재발방지 대책 촉구한다", "허울뿐인 교육부 고시, 예산·인력 투입하라", "생기부가 만능키냐 근본대책 마련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집회 1시간 전 현장에서 만난 초등교사 A씨는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자꾸 담임수당이니 부장수당이니 그런 걸 대책으로 내놓는데 우리가 돈 때문에 이런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라며 "우릴 돈 때문에 이러는 사람으로 몰아가지 말라"라고 꼬집었다.
일찌감치 현장을 찾아 집회 무대 바로 앞에 앉아 있던 대학 선후배 특수교사 B(서울, 18년차)·C(부산·15년차)씨도 "정글에 던져진 기분"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B씨는 "스승의날에도 두 번이나 민원이 들어왔었다"라며 "교사들이 너무도 위축돼 있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다친 상처에도 하나하나 설명해야 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그 동안 8번 집회를 하는 동안 '이걸 원한다'라고 그렇게 외쳤는데도 교육부는 자꾸 자신들이 편한 방향으로만 대책을 내놓으려 한다"라며 "하나의 점이라도 우리의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 오늘 집회에도 참석했다"라고 강조했다.
C씨는 "올해 사직서를 낼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곧 사직하지만 다음 세대 선생님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좀 더 좋은 세상에서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부산에서 올라왔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교권 4법은 첫 발자국... 아동복지법 개정 등 더 달려야"
이날 집회의 사회를 맡은 교사는 '경과보고 및 우리가 나아갈 길'을 발표하며 "검은 파도가 국회와 교육부, 교육청을 움직여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교육부가 정신 차리고, 교권 4법이 오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끝일까. 교권 4법은 저희의 첫 발자국"이라며 "우리는 지금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아동복지법의 정서학대 조항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단어를 통해 (교사들에게까지 적용됐고) 학교현장을 망가뜨려 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다수 일선학교엔 벌써 공문이 도착했을 것이다.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교육부의) 고시 말이다. 보고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헷갈렸다"라며 "이제 우리는 교육부 공문을 받고 누가 분리교실을 담당할지, 누가 학칙을 담당할지, 누가 민원을 받을지 정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생활지도였나. 지금의 교육부는 아직도 적절한 예산을 책정할 생각도 없고, 적절한 인력을 보낼 생각도 없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9월 3일 현장교사 간담회를 하겠다고 불러내 호소문을 읽겠다며 교사들을 병풍으로 만들고 웃으며 퇴장하던 교육부장관, 그러고선 9월 4일 서이초 교사 49재에 가서 눈물을 쥐어짜던 교육부장관. 아스팔트 위 선생님들의 노력에 우리의 교육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라며 "교육부에게 예전의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들은 더 이상 교육부의 책임 회피와 행정 떠넘기기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해 "내년이 총선이다. 우리 집회는 정치적이지 않다"라며 "우리가 정치색을 띄지 않는 이유는 정치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에게 속거나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국회의원들이 이 점을 똑똑히 기억해 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막내 교사의 외침 "서로 손 잡자"
이날 집회에는 4명의 교사가 무대에 올라 발언했다. 9년차 초등교사는 "교사가 아프고 죽는데 그 아픔의 원인은 여전하다. 교사들은 죽은 선생님들을 애도하며 자신 옆에 놓인 아픔과 죽음의 그림자를 생각한다"라며 "이제 더 이상 하루 병가를 쓰는 것이 민폐라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전수조사, 엄정 대응, 법적 조치, 위치 추적 같은 것은 집어치우고 실체적인 대체 인력 지원책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사의 건강이 교육이다. 교사에 대한 정당한 처우와 사회적 인정은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고, 죽게 두지 않고 살 만한 삶을 살게 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힘내세요'라는 말이 아닌 교사의 건강을 위해 직접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어야 한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애도, 검은 옷과 함께 우리 교사들의 건강이 지지받는 일상이 이어지길 바라본다"라고 말했다.
3년차 초등교사는 "저는 우리 학교에서 막내다. 사실 우리 학교에서 9월 4일 (서이초 교사 49재 집회이자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에 참여하는 교사는 저 혼자일 줄 알았다"라며 "그런데 선배 선생님들이 제 옆에 함께 서주셨다. 그리고 저를 위해 참여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저는 알았다. 공동체는 허울뿐인 말도, 이론도 아닌 책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9월 4일 이후 우리가 새롭게 지켜나갈 교육공동체는 불신, 혐오, 배제보다는 연대와 상호책임으로 이뤄져야 한다"라며 "막내로서 감히 부탁 하나만 드린다. 집회가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시면 우리 서로 책임을 나눠지고 서로 지켜주자고 (동료 교사들의) 손 한 번만 잡아 달라. 한두 명이 잡으면 별일 아니겠지만 여기 모인 모두가 함께 잡으면 그때는 누구도 끊을 수 없는 강한 방패가 된다"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9년차 초등교사는 "교육부장관은 현장 교사들과 무수히 많은 간담회를 거쳤음에도 고작 허울뿐인 고시안과 모두가 반대하는 행정직과 공무직을 통해 민원을 전달받는 '민원대응팀'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폭탄돌리기일 뿐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에도 현재 현장에서 적용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교육당국은 주먹구구식 무책임한 매뉴얼을 또다시 교사들에게 던지고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더해 "이주호 장관은 '학교폭력을 생기부에 기재하겠다'는 교육 효과도 없는 엄벌주의가 아동학대법과 맞물려 교사에 대한 소송과 신고가 시작됐음을 아직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그래서 교권침해 사실을 생기부에 기재하자는 해결책을 내놓은 건가"라며 "현장교사와의 간담회에서 교권침해 생기부 기재는 '소송파티'의 시작이라는 교사들의 의견을 들었음에도 왜 이를 계속 논의하는가. 현장의 교사들이 내놓은 제안은 애써 귀 막고 모르는 척 하는가"라고 덧붙였다.
11년차 공립유치원 교사는 "교육부는 지금 갑질이 만연한 유치원 현장에 단순히 '노력해야 한다', '협력해야 한다', '권고할 수 있다', '요청할 수 있다'로 끝나는 고시문 조항을 갖고 스스로 보호하라고 한다. 노력·협력·권고·요청, 우리가 언제는 안 했던가"라며 "폭언이나 협박으로 고통받는 유치원 교사들이 학부모와 거리를 두고 싶어도 지금은 마땅한 방법이 없다. 대다수 상식적인 민원과 일부 악성 민원을 구분하고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아동복지법과 고시가 개정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3가지 요구안(▲9월 정기국회 '교권 4법' 1호 통과 ▲아동복지법 개정 ▲교육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했다. 6개 교원단체(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사노동조합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새로운학교네트워크·실천교육교사모임·좋은교사운동) 또한 공동 호소문으로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