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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반호수로 가는 길
 
세반호수와 수도원
 세반호수와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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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잔에서 다시 높은 고개를 굽이굽이 올라 터널을 지나면 환경이 크게 바뀐다. 수림지대에서 초원지대로 바뀌고, 해발이 다시 낮아지기 시작한다. 고개를 내려가면서 저 멀리 세반(Sevan)호수가 보인다. 세반호수는 예레반을 지나 아라스(Aras)가에 합류하는 흐라즈단(Hrazdan)강의 수원지다. 우리는 세반 호수 인근에 있는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휴게소는 레스토랑, 마트, 기념품점을 갖춘 복합상가로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우리는 이곳 레스토랑에서 아르메니아 전통빵 라바쉬 굽는 것을 본다. 마트의 수산물 코너에서는 세반호수에서 잡히는 생선들을 구경한다. 살아 수조에 있는 것, 죽어있는 것, 볕에 말리거나 훈제를 한 것 등 종류가 다양하다. 민물고기지만 크기가 상당히 큰 편이다. 이쉬칸(ishkhan)으로 불리는 갈색송어가 가장 많이 잡힌다고 한다. 갑각류인 가재도 보인다. 농산물 코너에는 옥수수와 견과류가 많다. 그중 대추야자가 값이 싸고 맛있는 편이다. 축산물로는 다양한 치즈가 있다.
 
세반호수에서 잡힌 어류
 세반호수에서 잡힌 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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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반호수는 해발 1,900m의 고지에 있는 민물호수로, 면적이 1,242㎢나 된다. 그러나 소비에트 아르메니아 시절 발전과 관개를 위해 호수의 물을 지나치게 사용함으로써 수위가 20m나 낮아졌다. 1936년 1,916m이던 수위가 2000년 1,896m로 낮아졌다.

그 때문에 세반수도원 섬이 육지와 연결되어 반도가 되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아르메니아 정부는 아르파(Arpa)강과 보로탄(Vorotan)강 상류의 물을 도수터널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진행해 현재는 수위가 1,900m를 넘게 되었다. 정부는 2029년까지 3m 정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반호수 유람선 타기
 
세반호수 유람선
 세반호수 유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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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반호수는 호수를 따라 둘레길이 잘 나 있다. 호수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21만 명을 조금 넘는다. 그 중 호수 중간 서쪽에 있는 가바르(Gavar)와 호수 북쪽에서 서쪽으로 약간 치우져 있는 세반이 가장 큰 도시다. 인구는 2만 명 내외다. 그 중 교통이 가장 좋고 사람의 통행이 가장 많은 곳이 세반이다.

세반은 호수물이 흐라즈단강으로 흘러드는 지점에 형성된 도시로 세반호수 관광의 중심지다. 세반 비치에서는 수영, 제트스키 타기, 윈드서핑, 요트 타기, 유람선 타기, 캠핑 등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곳은 사람들로 너무 붐벼 아르탁(Artak) 거리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기로 한다.

유람선은 세반반도(peninsula) 남쪽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다. 세반 반도는 원래 섬이었다. 1930년대 시작된 산업화 과정에서 흐라즈단강에 발전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발전소 수가 늘어나면서 발전을 위한 수량이 부족하게 되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49년 세반호수에 도수터널을 뚫어 발전용 물을 공급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때부터 세반호수의 수위가 매년 1m씩 낮아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것은 세반호수에 사는 생물다양성을 파괴했고, 수질악화를 가져왔다. 더 나가 세반섬을 세반반도로 만들었다.
 
제트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제트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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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은 1960년대 중반이고, 1981년 아르파-세반 도수터널을 완성하면서 수위 하강이 멈추게 되었다. 더 나가 2004년 보로탄-세반 터널이 완성되었고, 2007년 수위가 2.44m 올라가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세반호수는 바다가 없는 아르메니아에 보석 같은 존재다. 용수, 전기, 물고기 같은 유형의 자원뿐 아니라 관광, 레저, 생태 같은 무형의 자원을 이 지역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세반호수는 여름철 수상관광지로 유명하다. 그 때문에 우리는 유람선을 타고 세반반도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려는 것이다. 세반반도 남쪽으로는 비치가 길게 펼쳐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수영과 선탠을 즐긴다. 그 뒤로 호텔과 레스토랑, 캠핑장 등이 보인다. 산 위로는 고색창연한 두 개의 건물이 보이는데 세반수도원이다. 세반수도원은 그 역사가 무려 1,150년이나 되었다. 당시 이 지역을 지배하던 이슬람 세력에 저항해 사도교회를 지키려는 아르메니아인들의 염원을 담은 수도원이다.
 
세반호수의 갈매기
 세반호수의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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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반반도의 동쪽 끝에는 아르메니아 대통령의 별장이 있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청남대 정도에 해당한다. 유람선 옆으로는 제트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10명에서 20명 사이 인원을 태운 작은 유람선도 운행한다. 더 적은 인원이 탄 요트도 보인다. 이곳 세반호수에는 사오천 쌍의 갈매기가 서식하고 있다. 겨울이 되면 고니와 청둥오리를 볼 수 있다. 그 외 철새로 독수리, 매, 원앙과 비오리 등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세반호수의 수질과 오염에 대해 얘기하는 과학자들도 있지만, 눈으로 볼 때는 아주 깨끗해 보인다. 주변에 심각한 환경오염원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 지역에서 흘려보내는 생활하수도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러므로 상수원으로 사용하기에도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수위가 낮아지면서 어종과 어획량이 감소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산란과 양육을 위한 공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세반섬이 반도가 되면서 새들의 휴식공간이 줄어드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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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반수도원
 세반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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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세반반도 안으로 들어간다. 이곳에서 산 위에 있는 수도원을 보고 저녁을 먹기 위해서다. 수도원을 보는데 1시간 정도, 저녁식사를 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릴 것 같다. 먼저 수도원을 보기 위해 산 위로 올라간다.

계단이 잘 만들어져 있고, 올라가면서 내려다보는 세반호수 모습이 시원하면서도 넓다. 마치 바다를 보는 느낌이다. 호수에서 유람선과 보트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비치에는 파라솔이 세워져 있고, 그 사이를 사람들이 개미처럼 움직임이고 있다. 길옆으로는 여름 들꽃이 한창이다.

수도원 앞에 도착해 보니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올라와 있다. 세반수도원은 성 사도(Surp Arakelots)교회와 성모(Surp Astvatsatsin)교회로 이루어져 있다. 두 교회는 비잔틴 양식으로, 십자가 형태의 건물 위로 8각 원당형 벽을 올리고 그 위에 뾰족한 돔을 설치했다.

원래는 성모교회 앞쪽으로 전실이 있었는데,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1956~1957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하면서, 전실의 기둥 등 일부 유물이 예레반 역사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성 사도교회에 비해 성모교회가 조금 더 큰 편이다.
 
몽골풍의 예수조각이 있는 하츠카르
 몽골풍의 예수조각이 있는 하츠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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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사도교회에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성모교회를 먼저 살펴본다. 성모교회는 말 그대로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교회다. 교회 입구 양쪽에 수도원을 복원할 때 나온 하츠카르가 세워져 있다. 문 안으로 들어가면 제대 가운데 십자가와 성모자 그림이 안치되어 있다.

그런데 이 그림보다 벽의 하츠카르와 목조각이 오래되어 보인다. 하츠카르의 십자가 가운데 예수로 보이는 인물이 있는데, 그 모습이 몽골풍이다. 머리를 땋아 길게 늘어뜨리는 변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몽골 칩입 때 수도원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몽골풍 예수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목조각은 셋인데, 하나는 예수상이고 다른 둘은 아르메니아에 기독교를 전파한 바르톨로메우스와 타데우스상이다. 예수는 왼손에 책을 들고 오른손을 들어 올려 설교하는 모습이다. 두 명의 사도는 고뇌하는 듯한 진지한 표정으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한다.

교회 내부와 외부가 단순하면서도 고색창연해 신성한 마음을 가지 않을 수 없다. 세반수도원은 아르메니아의 대표적인 순례교회로, 성직자들이 영성을 회복하기 위해 많이 찾았다고 한다. 

성 사도교회는 앞에 언급한 바르톨로메우스와 타데우스에게 봉헌된 교회다. 입구 철문에 예수상과 사도상이 조각되어 있다. 그런데 제대 뒤 감실에는 성모자 그림이 모셔져 있다. 역사 속에서 변화를 겪은 것 같다. 이들 두 수도원교회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교회 뒤쪽 언덕으로 올라간다.

수도원을 내려다보고 세반호수를 조망하기 위해서다. 수도원 서쪽으로 기우는 저녁햇살을 받아 수도원 벽이 더 붉게 보인다. 사람들은 신성하게 보이는 수도원을 돌아보며 세반호수의 저녁 풍경을 즐긴다. 세반호수에는 수도원이 있어 더 신성하고 아름답다.

태그:#세반호수, #유람선, #세반반도, #세반수도원, #성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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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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