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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8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오른쪽)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9.8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8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오른쪽)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9.8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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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고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이종섭 국방부장관의 수사개입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측이 12일 국방부 차관, 법무관리관, 해병대사령관 등이 심각한 법리오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지난 6일 자 의견서를 통해 '군 검사가 피의자(박 대령)를 항명죄로 입건한 것은 심각한 법리오해 때문임이 명백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는데, 최근 국회에서 국방부 차관, 법무관리관, 해병대사령관 등의 발언을 통해 이들 역시 심각한 법리오해를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차관, 법무관리관, 해병대사령관 진술 하나하나 짚은 박정훈 대령 측

김 변호사는 먼저 지난 8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출석해 "민간 이관 범죄와의 경우 범죄를 인지한 경우 이첩토록 하고 있는데 범죄의 인지는 의심할만한 정황만으로는 부족하고 확인된 사실관계에 따라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 신범철 국방부 차관 발언을 도마 위에 올렸다.

김 변호사는 신 차관의 발언은 "명백히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 제7조 1항의 법문에 반하는 주장"이라며 "3대이첩범죄수사규정 제7조 1항에는 명백히 '범죄가 발생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하였을 때라고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신 차관이 '입건요건'과 '검찰송치요건'을 혼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또 같은날 법사위 회의에서 '군사법원법 개정이 발효됨에 따라서 사망 사건에 있어서 군사법경찰관이 혐의자 선정 등을 할 권한이 없지 않느냐'는 김도읍 법사위원장의 질문에 "없다고 보인다"고 답변한 유재은 법무관리관의 답변도 "명백한 법리오해"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무관리관에 대해 "3대이첩범죄수사규정 제7조 1항은 군검사 또는 군사법경찰관에게 '3대이첩범죄'에 대해서도 범죄인지권한을 부여하고 있음이 명백한데도 법무관리관은 황당하기 그지없는 답변을 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법무관리관이 혐의자와 혐의사실을 특정하지 않고, 기록만 송부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한 것과 관련해선 "혐의자와 혐의사실을 특정하지 않고 기록만 보내는 것은 '사건의 이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 "법무관리관이 8월 1일 9시 13분경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해병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입건하여 경북지방경찰청으로 이첩한다'는 내용이 모두 기재된 '사건인계서'를 받아본 후에도 계속해 피의자(박 대령)에게 같은 요구(혐의자와 혐의사실을 특정하지 마라)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도가 불순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라고 봤다.

"잘못된 법해석 고수... 군사법원법과 3대이첩범죄수사규정 불복종"
 
왼쪽부터 신범철 국방부차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왼쪽부터 신범철 국방부차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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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변호사는 "공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사독립성을 보장한다고 이해를 했다"고 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발언에 대해서는 "'군사법경찰의 직무수행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7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라고 규정했다.

시행령 제7조는 "군사경찰부대가 설치돼 있는 부대의 장은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군사경찰이 법 제5조제1항제3호(수사 등)에 따른 직무를 수행할 때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들어 김 변호사는 "공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사독립성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수사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임이 명백한데도, '아전인수격 법해석'을 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 차관, 국방부 법무관리관, 해병대사령관이 마치 짠 것처럼 잘못된 법해석을 고수하는 것은 단순히 법률의 무지라기보다는 자기들의 의사에 반해 제·개정된 군사법원법과 3대이첩범죄수사규정에 대한 조직적인 저항이자 명시적인 불복종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2021년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군사법원법은 ▲군인·군무원이 사망한 사건 ▲성범죄 ▲군인·군무원이 그 신분을 취득하기 전에 저지른 3대 범죄에 관한 재판권을 민간법원으로 이관토록 했다. 법이 시행된 2022년 7월부터는 이 세 가지 유형의 범죄 행위는 군사경찰이 아닌 민간경찰이 담당하고 있다.

지난 7월 경북 지역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순직한 채 상병 사건도 해병대 수사단이 사고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초동수사 과정을 거친 후 민간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었다.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첩 보류 지시가 내려왔고, 이를 부당한 외압으로 여기고 경북경찰청에 관련 자료를 넘긴 박정훈 대령은 수사단장 직에서 보직 해임된 후 군 형법상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돼 군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태그:#박정훈 대령, #김정민 변호사, #해병대 수사단, #채 상병, #수사 외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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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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