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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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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월권과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대장동업자 김만배씨의 녹취록 보도를 계기로 허위 정보를 낸 매체에 대해 즉각적인 퇴출(원스트라이크아웃)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최상위 법규범인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한 언론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방통위는 물론 행정부를 통틀어도 언론사를 폐쇄할 권한을 가진 부처는 없다. 파행 운영을 계속하는 방통위 수장이 '탄핵 명분'을 스스로 쌓고 있다는 말마저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법은 위원장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면 국회가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 6일 가짜뉴스 TF를 구성한다고 하면서 '악의적 허위정보'를 유포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가능한 '통합 심의법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사 등 언론사가 1번이라도 허위 정보를 악의적으로 유포한 경우, 즉각 퇴출시키겠다는 발상이다. 방통위는 7일에는 사상 최초로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 채널을 상대로 '사실 검증 시스템'에 대한 실태 점검을 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는 지난 4일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국회에서 언급한 내용과 같다. 이날 장제원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장이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 보도를 거론하며 "폐간을 고민해야 한다"고 하자 이 위원장은 "그것이 바로 원스트라이크 아웃의 최종 단계"라고 맞장구쳤다.

허위정보에 대한 방통위 대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때 코로나 관련 인터넷 허위정보가 논란이 됐을 당시에도 방통위가 선도적으로 제재, 대응해왔다. 그런데 이를 빌미로 언론사 퇴출까지 추진하겠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행정부 월권은 물론 반헌법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터져 나온다.

"언론사 퇴출? 반헌법적 발상,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런 정부 없어"

한상희 건국대 교수(헌법)는 "방통위가 추진하겠다는 언론사 퇴출은 현행 헌법과 법체계상 불가능한 이야기"라면서 "허위정보에 따른 과징금 부과 등 행정조치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이번 정부가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국가에서 그런(언론사 폐쇄) 권한을 가진 정부는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 도입 추진은 무엇보다 언론 자유를 강력하게 보장하는 헌법을 정면으로 반하는 발상"이라면서 "무엇이 악의적인 의도이고, 허위 정보인지 판단할 법적 기준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이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법에 의한 통치가 아닌 권력에 의한 통치를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도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을 연상케 하는 전방위적인 언론장악"이라며 "한국 언론사에 오욕으로 남을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헌법적, 위법적 행위에 대해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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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방통위, 주요 결정 강행시 탄핵 명분 쌓기란 지적도

이 위원장은 가뜩이나 방통위 파행 운영으로 비판을 받고있다. 장관 1인이 결정을 내리는 다른 행정부와 달리 방통위는 여야 위원이 논의하는 의사 결정 구조로 돼있다. 방송사 재허가 심사 등을 다룸에 있어서 불필요한 정치적 분쟁을 막기 위한 설계이기도 하다.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통위 전체회의는 5명의 상임위원(여당 및 대통령 추천 3명, 야당 추천 2명)으로 구성돼왔다.

그런데 이 위원장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 8월 28일 열린 전체회의는 이 위원장과 이상인 위원(대통령 추천) 단 2명만 참석한 상태에서 열렸다. 대통령실이 최민희 상임위원 내정자(민주당 추천) 임명을 5개월째 미루고 있는 가운데, 임기가 만료된 위원 2명에 대한 후임 인선도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날 반쪽 전체회의에선 방송문화진흥회와 EBS 보궐 이사 임명 등 의결 안건이 통과됐다. 야당 위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대통령 추천 위원 2명이 주요 안건을 처리한 것인데,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위원장 임명도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도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고, 야당 의원들은 국회 상임위에서 이 위원장이 발언할 때마다 퇴장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위원장이 2인 체제에서 주요 의사 결정을 처리하고, 언론사 폐쇄 등의 조치까지 감행한다면 탄핵 명분을 스스로 쌓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과방위 소속 한 야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지금 방통위가 2명 체제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전체회의 의결이 법률적으로 가능할진 모르나, 합의제 기구라는 방통위 설립 취지에 반한다는 것은 명확하다"면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다 늘어놓고 논의는 이미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동관 위원장 임명에 대해선 야당은 물론 언론 현업단체들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고 이런 분위기는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동관 위원장이 2인 체제에서 주요 결정을 내리고, 언론사 퇴출 등 극단적인 조치까지 감행해 헌법과 법률을 무시한다면 스스로 탄핵 명분을 쌓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태그:#이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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