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한변호사협회가 28일 월요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 부근에서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사진은 집회 장소 부근에 있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28일 월요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 부근에서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사진은 집회 장소 부근에 있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이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최근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및 수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규탄 집회를 열기로 했다.

변협은 오는 28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한시간 동안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 부근 정곡빌딩 서관 앞에서 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변협이 밝힌 집회의 내용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권을 해하는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행위 및 법원 영장발부에 대한 규탄'이다. 김영훈 변협 회장을 비롯한 간부진과 서초동 일대 변호사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달 들어서 알려진 것만 세 차례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은 24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선임변호인 이아무개 변호사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김 전 부위원장 재판 과정에서 나온 피고인 측 증인의 증언과 증거가 가짜라고 보고, 이에 변호사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측은 "위증교사 및 위조증거사용 등은 사법질서를 교란하는 중대한 범죄로 발본색원해서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김 전 부원장 측은 "패색이 짙은 재판에서 관심을 돌리고, 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위해 '사법방해 및 위증'이라는 프레임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저급하고 비열한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부원은 "재판정에 출석중인 선임변호인을 소환조사조차 생략한 채 위증과 위증교사의 피의자로 입건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검찰 스스로 부정하고 무너뜨리는 행태"라고 반발했다.

또 수원지검 형사1부는(부장검사 손진욱)는 최근 뇌물 및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 중 한명인 현근택 변호사(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현 변호사의 혐의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인데, 검찰은 지난 3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SNS에 올렸다가 내린 이 전 부지사 재판 관련 자료가 현 변호사를 통해 이 대표 쪽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현 변호사는 같은 피고인 사건을 맡은 변호사들끼리 문서를 합법적으로 공유한 것이라는 입장으로 알려진다.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은 정치적인 사건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이달 10일에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율촌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과 검찰이 이날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개인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면서 율촌 사무실도 같이 수색했다. 올해 초 SM을 두고 하이브와 카카오가 인수전을 벌일 당시 율촌은 카카오 측에 법률자문을 했는데, 관련 문건이 압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직접적인 압수수색뿐 아니라 조사 및 징계를 통한 압박까지 합하면 더 많다. 검찰은 현 변호사 수사와 관련해 같은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이었던 법무법인 해광의 서민석 대표 변호사도 6시간 동안 조사했다. 최근 서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 변호인에서 사임했다. 역시 사임한 법무법인 덕수의 김형태 대표 변호사에 대해 검찰은 최근 '재판 공전'을 이유로 변호사 징계개시신청을 내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6년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해 법률자문을 맡았던 대형 로펌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은 2018년 사법농단 수사 당시 일본 강제징용 사건 지연 의혹으로, 2019년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각각 압수수색을 당했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대장동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과거에도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지만, 최근 5~6년 전부터 심해졌다"면서 "국정농단 수사, 사법농단 수사 등을 거치면서 검찰의 위세가 커진 시기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쁜 범인을 잡겠다는 거야 누가 반대하겠냐마는, 문제는 변호사 사무실을 이런 식으로 압수수색 해버리면 피의자나 피고인의 권리가 확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자료를 다 건네주고 한 다음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검찰이 털어버리면 어떤 사람이 변호인에게 다 말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변협 관계자는 "최근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이 이어졌지만, 사실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변협이 집회를 여는 이유는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법원도 결국 영장 발부해준 것에 대해 조금 더 고려가 필요하다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변호사의 비밀유지특권(Attorney Client Privilege. ACP)을 보장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민주당 조응천 의원과 황운하 의원 등에 의해 발의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법에는 미국 등 다른 OECD 회원국과는 달리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비밀유지의무'만 규정하고 있을 뿐 압수수색 등에서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태그:#변호사, #압수수색, #비밀유지의무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