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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4일 고성·속초 산불 이재민들이 한전 속초지사 앞에서 산불 4주기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4월 4일 고성·속초 산불 이재민들이 한전 속초지사 앞에서 산불 4주기 집회를 열고 있다.
ⓒ 설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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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강원특별자치도·고성군·속초시 포함, 이하 정부)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지난 2019년 고성 산불 피해 이재민들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 '구상권(제3자가 채무를 대신 갚아준 뒤 원 채무자에게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을 두고 고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부 이재민들은 또 한 번 좌절하며 아픔을 겪고 있다.   

정부는 한전이 정부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과 정부가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비용상환청구 소송 1심 선고 결과에 불복해 지난달 21일 춘천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달 5일 춘천지법 민사2부(부장판사 윤경아)는 1심에서 정부가 요구한 400억 원 중 지급근거나 비용상환근거가 없는 부분을 제외한 300억 원 중 한전의 책임을 20%로 제한하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한전은 정부에 28억1300여만원, 강원특별자치도에 15억 6000여만 원, 고성군에 13억 7000여만 원, 속초시에 3억여 원 등 총 6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며 사실상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 한전 상대로 400억 비용사환청구 소송했지만...

지난 2021년 정부가 구상권 청구방침을 밝히자 한전은 이중 변제 문제로 인해 구상유보금 351억 원(정부 242억 원·보험사 109억 원)을 설정했다. 또 일부 피해민들이 구상권 문제 해결 후 유보금과 함께 보상금을 받기를 원함에 따라 60억 원을 미지급액으로 남긴 후 정부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선제적으로 제기했다. 이에 정부도 한전을 상대로 400억 원의 '비용상환청구' 소송으로 맞섰다.

정부가 항소한 배경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법 집행 이후 최초의 구성권 소송이기 때문에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구상권 청구 근거가 명시된 재난안전법 조항(제66조 6항)은 2017년 7월 신설됐다.  

재판부는 "전신주 하자와 이재민들 손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해 한전이 재난안전법, 재해구호법상 원인제공자에 해당하는 점을 전제한 뒤 비용상환 의무 범위와 책임을 판단했다"며 "비용상환 범위에서 자원봉사자를 위해 지출한 비용은 제외했고 한전이 이재민에게 지급한 보상금과 중복해 정부가 지급한 비용도 뺐다"고 밝혔다. 

이어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금과 생계비는 법령에 따른 적법한 지원으로 보고 비용상환 범위에 포함시켰다. 반면 교육비와 임시 주거시설 설치 비용은 사회보장적 성격이 있어 한전이 이재민들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에 반드시 포함됐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임시 주거시설 설치비용의 사소한 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가혹한 걸로 보고 이를 고려해 비용상환청구 대상에서 전부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산불 이재민들에게 지출한 재난 지원금 400억원의 비용을 한전이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4·4산불비상대책위 64명이 올 4월 한전을 상대로 낸 26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한전은 이재민들에게 87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한전이 곧바로 항소하면서 피해보상 문제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

한운용 4·4산불피해비상대책위 분과위원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산불로 하루아침에 다 잃고 빚더미에 앉았다"며 "정부가 지원한 컨테이너, 생활비, 하물며 물값까지 구상권을 청구하는 데 억장이 또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번 구상권 청구 1심을 놓고 이재민들간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최인선 4·4산불피해비상대책위 자문위원장은 "당시 구성된 비대위는 '구상권'이 들어오면 계약이 원천무효라고 이재민을 현혹시켜 개인정보 동의서에 사인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상권이 들어오면 원천무효라고 했으니 당연히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이하 특심위)의 피해보상금 60% 지급 결정은 파기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불 발생 이듬해인 2020년 12월 특심위는 고성지역 산불 피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한전의 최종 배상금 규모를 산불피해 손해사정 금액의 60%(임야, 분묘 등은 40%)로 결정했다. 한전은 이를 받아들인 이재민들에 대한 피해보상금 1039억
원 중 628억 원을 지급했다. 

당시 특심위에 참여했던 고성 한전발화 산불피해 이재민 비상대책위원회의 노장현 위원장은 "그 당시 60% 결정은 도·고성군·속초시가 함께 참여한 특심위의 결정이다. 일부 반발하고 있는 이재민들은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아직 구상권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행위는 폭력"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이번 한전과 정부의 구상권 소송에서 한전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한 것은 이재민들을 위해 3자 이해관계인의 소송 지위를 가지고 한전과 유리한 협상을 하기 위함임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태그:#고성산불, #구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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