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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오전 11시 박진희(더불어민주당, 오른쪽) 충북도의원이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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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31일 오후 3시 40분]

집중호우 비상 3단계가 내려진 지난 14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충북지역을 벗어나 서울에 머물렀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오전 박진희 충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중호우 비상 3단계가 내려진 지난 14일 저녁, 김 지사가 서울에서 만찬을 했다. 재난 대책을 마련하고 도민의 생명·안전을 지켜야 할 때 관할 충북을 벗어나 서울에서 한가로운 만찬을 즐겼을 도백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날 김 지사가 이용한 수행차량의 충북도청사 출입일지를 공개했다. 박 의원이 도지사 비서실에 확인한 결과, 김 지사를 실은 수행차량은 14일 오전 7시 10분 충북도청 정문을 통과해 들어온 뒤 오전 11시 46분 도청을 떠났다.

이후 김 지사는 오후 2시 충북과학기술혁신원 특강을 마친 후 오후 4시에 예정된 지역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주관하지 않고 서울로 떠났다. 지역재해대책본부 회의는 김 지사 대신 이우종 행정부지사가 맡았다. 김 지사를 실은 수행차량이 충북도청에 다시 되돌아 온 시간은 오후 10시 51분이며, 14분 후인 11시 5분 정문을 나섰다.

"위중한 시간에 서울행"
   
박 의원은 "비서실 관계자는 '김영환 도지사가 충북을 벗어나 서울에 간 건 충북도정의 가장 중요한 현안과 관련해 전문가의 자문을 겸한 저녁 만찬이 선약돼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김 지사는 충북도 국·과장 배석 없이 만찬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비용은 상대편에서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기상특보 자료를 보면, 청주는 13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14일 낮 12시 10분 호우경보가 발령됐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오송 참사가 발생한 미호천교 지점에 사고 전날인 14일 오후 5시 20분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이우종 행정부지사가 주재한 지역재해대책본부 회의는 비상대응 2단계에서 비상대응 3단계로 전환했다.

'충청북도 풍수해·재난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을 보면 비상 3단계는 규모 피해가 예상되거나 발견될 때를 말하는 '재난대응 최고 단계'다. 3단계일 때 도지사는 도 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 재난상황을 지휘해야 한다. 

박진희 의원은 "이 위중한 시간에 김영환 도지사가 수행차량에 몸을 싣고 엄청난 폭우를 헤쳐 달려간 곳은 서울"이라고 비판했다.
      
"14분 머물렀는데 어떻게 30분 회의 가능?"

충북도가 지난 19일 공식 배포한 '오송 지하차도 사고 당시 도지사 일정 관련 브리핑'에 따르면 김 지사는 14일 오후 10시 55분부터 도청 재난상황실에서 '집중호우 재난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를 두고 박진희 의원은 충북도청의 브리핑 자료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5일 오송 참사 이전 그 어디에도 (14일 밤 김 지사 주관 재해점검회의) 기록과 증거가 없었다"며 "참사 이후 조작되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바"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28일 재난안전실 고위 관계자로부터 "열흘 전에는 정신이 없어서 기억이 안 났는데 도지사께서 그날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셔서 긴급점검회의에 참석한 것이 확실히 생각났다. 회의는 20~30분간 진행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당시 회의에 참여해 사진을 촬영했다는 관련 부서 관계자도 "회의는 30분간 진행됐다"고 말했다고 박 의원은 덧붙였다.

그는 이어 "오후 10시 51분 도청 정문으로 들어와 14분 후인 11시 5분 정문을 나선 도지사가 무슨 수로 20~30분 동안 회의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아이스크림주고 격려의 말을 건넨 것을 참사 이후에 회의로 둔갑시켰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북도 "도청 복귀해 6~7분 회의 주재"... 3분 음성녹음 공개

박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충북도는 이날 오후 도청 브리핑룸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충북도 윤홍창 대변인은 "14일 오후 호우 경보가 내려져 있었으나 당시엔 전북에 집중호우가 내리고 있었다"며 "홍수 특보 상황은 행정부지사를 중심으로 상황관리체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시군 부단체장의 현장점검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3시 19분 청주에서 출발해 교통 체증으로 오후 7시쯤 도착, 1시간 정도 10여 개의 충북 레이크파크 현장 설명과 자문을 듣고 바로 청주로 내려왔다"고 덧붙였다.

도지사 주재 긴급점검회의 조작 의혹과 관련해선 "13일 (오후)11시경 도청에 복귀해 호우피해 및 대처 상황을 점검했다"면서 "6~7분 정도 주재한 호우 피해 및 대처 상황 점검회의시 (지사께서)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상황을 잘 주시해서 밤새 도민들께서 큰 일이 없이 잘 지낼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하며 핵심사항 위주 회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진희 의원의 주장처럼) 아이스크림 하나 던져주고 가는 시간이고, 그게 회의를 주관했었겠느냐 하는 이런 질의가 있었다"며 "이 오디오를 공개하는 것으로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홍창 충북도 대변인이 공개한 음성녹음 오디오 분량은 대략 3분 정도다.

이를 들은 한 취재진이 "보통 일상적인 회의나 재난회의를 3분 정도 하시나"라고 묻자, 도 관계자는 "회의는 정확한 내용만 가지고 하기 때문에 최고 단계인 (비상대응)3단계를 운영하면서 (오후)11시~12시에 회의를 길게 끌 상황이 아니다"라며 "상황 점검회의니까 시간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