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총경회의를 주도하다 3개월 정직 징계를 받고 최근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 팀장으로 발령된 류삼영 총경이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본질인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되었다”며 사직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총경회의를 주도하다 3개월 정직 징계를 받고 최근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 팀장으로 발령된 류삼영 총경이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본질인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되었다”며 사직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국민들께서 관심이 없으면 경찰은 망가집니다. 경찰이 망가지면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갑니다. 이런 경찰을 격려하고, 감시해주십시오."

31일 경찰에 사직서를 낸 류삼영 총경의 말이다. 류 총경은 지난해 7월 윤석열 정부가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강행할 때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주도적으로 열고 맞섰던 인사다. 당시 울산 중부경찰서장이었던 그는 대기발령된 뒤 2022년 12월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류 총경을 중심에 두고 논란이 또다시 일었다. 지난 28일 단행된 경찰 인사에서 그는 총경보다 계급이 낮은 경정급 간부가 주로 맡는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횔실 상황팀장으로 발령났다. '보복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류 총경은 31일 오전 경찰 내부 게시판에 "저는 이제 사랑하는 경찰 조직을 떠나고자 한다"고 밝힌 뒤 경찰청에 바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류 총경은 왜 평생을 몸 담았던 경찰을 떠날 수밖에 없었을까. <오마이뉴스>는 이날 오후 류삼영 총경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경찰 부당함 알리는 게 좋겠다 생각"
 
2022년 7월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당시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22년 7월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당시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 경찰 사직은 언제 결심했나. 결정적인 이유는? 

"이번에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발령난 것을 보고 결심했다. 지난 2월 '총경들 보복 인사'를 하면서 제게 강등 발령을 냈지 않았나. 그때 언론 앞에서 기자회견 할 때 '이것은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발령이 나고서는 참을 수가 없었다. 제가 '모욕'이라고 해놓고선 참으면 안 될 것 아닌가."

- 이번 인사를 보복인사로 보는 이유는?

"저는 4~5년 전에 이미 부산경찰청 상황실장을 하면서 지금보다 상급 지휘를 했었다. 이후 경찰서장을 두 번 더 하고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다시 '부산경찰청보다 조금 작은 경남경찰청에 가서 한 단계 낮은 업무를 하라'고 한다. 이것은 납득이 안 되는 인사다."

- 상식에 어긋나는 인사라는 뜻인가.

"우선 스스로에게도 납득이 안 되는 어긋난 인사다. 구질구질하게 (경찰에) 붙어있는 것보다 부당함을 알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 류 총경의 지난 행보를 복기해보면 부당한 인사의 시작점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경찰서장회의 주도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후 대기발령이 났고,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마음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징계) 이후 '치안지도관'이라는 업무를 주더라. 제가 볼 때 아무 일이 없는 자리를 준 것인데, 한 1년을 그냥 어디 방치돼 있었던 것 같은 상태로 있었다."

"'경찰국 사태' 책 쓰고 있다... 정치 입문? 불편한 이야기"
 
2022년 8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행정안전부 경찰국의 안내판이 걸려 있다.
 2022년 8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행정안전부 경찰국의 안내판이 걸려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 지난해 신설된 행안부 경찰국을 평가한다면? 

"(경찰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찰국 신설을 강행했지만, 저들이 경찰국을 만들어 이루고자 했던 것을 다 이루진 못했다는 평가다. 이건 지난해 전국경찰서장회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 회의가 행안부 경찰국의 행태를 어느 정도는 순화시킨 것 같다. 만약 (그때) 우리가 가만히 있었다면, 경찰국은 무소불위였을 가능성이 있다. 전국경찰서장회의 이후 국민이 지켜보고 있으니 행안부 경찰국이 마음대로 못 하는 것이다."

- 징계를 감수하면서까지 주도한 전국경찰서장회의가 경찰국의 독주를 어느 정도 막았다고 보면 되나.

"경찰의 중립성 훼손이 간접적으로 조금 순화되는 효과는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정권과 한몸이 돼 국민의 비난을 받아왔던 것이 우리 경찰의 역사였다. 그런데 지난해 경찰이 국민의 인권을 위해 권력자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찰의 이미지도 어느 정도 나아졌다고 본다. '옛날에 경찰을 짭새라고 비하했는데 내가 경찰을 지지하게 되다니' 같은 인터넷 댓글이 달리는 걸 보면서 경찰의 이미지 개선을 실감하게 됐다."

- 경찰에서 나가면, 앞으로 무엇을 할 생각인가.

"현재 경찰국 사태와 관련해서 책을 쓰고 있다. 이제 책을 저술하는 데 좀 더 집중하고, 또 준비가 되면 유튜브나 정직한 언론 등을 통해 경찰이나 시민의 인권 문제에 대해 알리고 싶다." 

- 항간에선 '정치에 입문하는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정치에 입문한다? 이런 이야기 자체가 지금 제게는 불편한 이야기다. 저는 이번 일이 부당하고, 제 명예와 우리 경찰 조직의 자존감을 해쳤기 때문에 그것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는 생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책 저술이나 경찰과 시민 인권에 대해 의견을 제기하는 것 외의 나머지 문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 지난해 류 총경이 경찰국 신설 반대에 앞장설 때, 시민들이 1인시위 등으로 류 총경을 응원했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이니 뭐니 해서, 시행령으로 법을 뒤집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때문에 경찰의 중립이 훼손되거나 국민의 인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을 일방적으로 때려도 경찰이 효과적으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국민들마저 관심이 없으면 경찰은 망가진다. 그러면 경찰의 중립이 훼손되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들께서 이런 경찰을 좀 더 살펴보시고 격려해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경찰이 또 무슨 잘못을 하는지 감시해주시면 좋겠다."
 
▲ 사직서 낸 류삼영 총경 "정권 유한, 국민 영원... 보복인사 멈추라"
ⓒ 유성호

관련영상보기



[관련 기사] 
사직서 낸 류삼영 총경 "정권 유한, 국민 영원... 보복인사 멈추라" https://omn.kr/250ds

태그:#류삼영 총경
댓글1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