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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17일 오전 행사 차량을 막기 위해 공무원들이 대중교통전용지구 도로 위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17일 오전 행사 차량을 막기 위해 공무원들이 대중교통전용지구 도로 위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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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구에서 열린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에 대한 뉴스를 듣다가 귀를 의심했다. '잘못 들었나?'

처음에는 경찰이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사람들과 마찰을 빚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경찰과 대구시 공무원들이 대치를 하고 몸싸움을 한다는 뉴스를 들으며 '뭐지? 참 별일이 다 있네'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퀴어문화축제하면 혐오의 말들이 난무하고 성소수자들을 향해 증오심마저 보이는 광기어른 사람들이 떠오르고, 이에 대해 항상 경찰과 공무원들이 이를 저지하든가, 아니면 해산시키든가 하며 마찰을 빚는 모습이 늘 당연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필자는 이 경찰과 공무원들의 몸싸움, 경찰이 퀴어축제를 저지하기 위해 나온 공무원들을 되려 저지하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또 묘한 희열을 느꼈다. 이런 모습이 필자의 기억속에는 별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과 공무원은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이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랄까.

홍준표 대구시장은 좀 황당 또는 당황스러울 듯하다. 실제 홍 시장은 공무원 충돌까지 오게 한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분명 희한한 일이지만 결코 희한하지 않은 일이어야 하는 경찰의 '시민 보호' 

하지만 십수 년간 열려온 퀴어축제를 갑자기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대구시와, 퀴어축제가 적법하게 신고됐기에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며 이들의 집회를 사실상 보호하고 행정대집행에 나선 공무원들을 저지한 경찰의 해석은 누가봐도 누가 적절하게 판단했는지 알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이 사상 초유의 사건(?)을 두고 희한한 광경이라는 여론이 높다. 퀴어축제 참가자들이 "경찰 잘한다. 경찰 이겨라"고 외쳤다니 희한하긴 참 희한한 일은 분명하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이게 희한한 일도 아니여야 하는게 당연하다. 경찰도 공무원이지만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다. 공무원들도 시민의 안전과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집단이다.

다 같은 목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동안 경찰은 정권의 하수인으로 인식되어 온 측면이 분명 존재하고 공무원들은 영혼없는 집단으로 시민보다는 상사들을 위해 일하는 복지부동한 집단으로 인식되어 왔음도 사실이다.

그런데 17일 대구 경찰은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적법한 시민들의 모임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전제 하에 공무원들이라고 해서 시민들의 집회를 막을 권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는 성소수자 문제, 동성애 문제와 상관없이 시민을 위한 경찰이 앞으로 어떻게 시민들의 집회에 대응해야 하는지를 시원하게 보여준 멋진 판단이고 행동이었다고 필자는 박수를 보낸다.

태그:#대구퀴어축제, #성소수자, #대구경찰,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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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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