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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인 5월이지만, 마트노동자들은 가족과 함께 하는 한 달 두 번의 소중한 일요일을 강탈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일요일 의무휴업이 없어지고 나면, 대형마트는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하던 과거의 시절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정의 달인 5월, 가족과 함께 하는 일요일을 잃지 않으려는 마트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마트노조가 지난 3~4월 진행한 '2023년 마트노동자 문학 공모전' 수상작을 소개합니다. [기자말]
 2023년 마트노동자 문학공모전
  2023년 마트노동자 문학공모전
ⓒ 마트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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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의무휴업일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

2011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마트에도 의무휴업일이 생겼다. 한 달에 두 번 그것도 일요일,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아이들과 주말에 놀러 갈 수도 있고, 가족 모임도, 동창회도 갈 수가 있다. 일요일에 쉬는 것이 남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형마트에 근무하는 내 입장에선 달랐다. 

하루 쉬려면 관리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말투를 견뎌야 했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와 같은 날 경조사가 겹치면 서로 눈치 보며 스케줄 표에 먼저 표시하고, 그것도 안 되면 제비뽑기로 휴무를 정하기도 했다. 육체적 힘듦보다 더 징했던 이런 일들을, 일요일 의무휴업일 지정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어느 해 어린이날 근무를 해야 하기에 이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놀이동산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날 밤 아이가 대성통곡을 하면서 울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놀이동산에 다들 엄마·아빠들이랑 왔는데 자기만 이모들이랑 왔다며 정말 서럽게 우는 거였다.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졌다.

아이의 어린시절 사진 속에는 엄마는 항상 곁에 없고, 대신 이모들이 있다. 아이의 유년 시절 동안 모든 것들을 같이해야 하는 엄마는 마트에서 일한다고 놀아주지도 못하고, 아이 친구들 앞에서도 제대로 엄마 노릇도 못했다. 많이 섭섭해하던 아이가 이제는 다 커서 옛날 이야기들을 회상하면서 자신의 기억 속 엄마는 일요일에도 마트에서 일하는 엄마, 어린 시절 같이 보내주지 않은 엄마였단다. 그 모습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을 참아야 했다.

마트에서 일하는 나는 가족들 구성원 속에 존재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제대로 가족여행도, 주말 가족 모임도 참석할 수 없는 나이기에 언제나 가족들로부터 제외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사람답게 사는데... 일요일 의무휴업을 없애겠다니 
 
마트노동자에게 한 달에 단 두 번뿐인 '일요일'이 어떤 의미인지 문학공모전에 출품된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랍니다.
 마트노동자에게 한 달에 단 두 번뿐인 '일요일'이 어떤 의미인지 문학공모전에 출품된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랍니다.
ⓒ 마트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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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의무휴업일이 나에게 가져온 변화는 너무나 많다. 아이들과의 주말 외출도, 가족여행도 갈 수 있다. 가족 모임은 마트 일요일 정기휴무날로 정해져 있고, 친구들과의 모임도 마찬가지이다.

마트 정기휴무일이 일요일로 정해져 생활해 온 지 십여 년, 인생 오십에 행복하다고 느끼며,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는데 요즘 정기휴무를 평일로 전환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마트에서 근무하는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일요일 쉬어야 하는 권리를 가진 국민이다. 나에게서 일요일 의무휴업일은 인간답게 살아가는 휴식일이며, 내 아이의 유년 시절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게 하는 날이다.

삶의 일부인 일요일 의무휴업일을 부디 지켜졌으면 한다. 마트에서 근무하는 나의 동료들과 봄날의 따뜻한 햇살처럼 웃으면서 정년을 맞이하는 그날을 위해.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마트노조가 개최한 '2023년 마트노동자 문학공모전' <대상> 정승숙(부산, 홈플러스 근무) 님의 글입니다.


태그:#마트노조, #문학공모전, #의무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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