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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다보니 로스터가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섞어 커피를 내립니다. [편집자말]
오래전부터 떠도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커피메이커'로 내린 커피는 맛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찌 보면 사실인 것 같고 또 경험해 봐도 그런 일이 많아서 아무래도 커피메이커로 만든 커피에 대한 신뢰가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지요.

그럼에도 저는 누군가 커피를 집에서 마신다면 커피메이커를 추천하는 편입니다. 캡슐보다는 번거롭지만 조금만 적응하면 사용하기도 편하고, 맛도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커피메이커.
 커피메이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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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메이커가 만든 커피가 맛없다는 것을 저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커피메이커가 만든 커피가 맛있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맛없게 경험했던 커피메이커는 모두 과거의 일이고, 제가 맛있게 경험한 커피메이커는 모두 최근의 일이니 그럼 뭔가가 바뀐 것이겠죠.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우선 커피가 바뀌었습니다. 과거의 커피 원두보다 최근의 원두 품질이 더 좋아졌습니다. 품질이 나빴던 만큼 전반적인 콩의 배전도(익힘 정도)가 더 진했고 그만큼 탄 맛(쓴 맛)이 나올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죠.

여기에 더해 커피의 유통과정에 따른 신선도 문제나 저울을 사용하지 않고 스푼을 이용해 몇 수저를 떠 넣는 방식의 계량 문화도 지금보다 커피가 덜 맛있어질 여지를 만들었습니다(과거에는 저울의 가격이 조금 비싼 것도 한 몫 했습니다).
 
커피메이커를 설명 할 때 '쓴 가루를 각기 다른 계량 스푼을 이용해 툭툭 떠 넣고 대충 물탱크에 물을 넣으면 나오는 검은 물'이라고 하면 짧은 글로만 봐도 맛이 없게 느껴지죠. 하지만 반대로 저 문장을 가만 살펴보면 이런 결론에도 다다를 수 있습니다. '좋은 가루를 잘 넣고 적절한 물을 담기만 하면 쉽게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보신 것처럼 커피메이커를 이용하는 과정은 한 줄로 정리 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합니다. 그만큼 조금만 신경 쓰면 정말 훌륭한 커피가 나옵니다. 그 훌륭함이라는 게 어느 정도냐 하면 어지간한 수준의 핸드드립으로는 이기기 어려운 정도입니다.
 
커피메이커의 이해 

잠시 커피메이커의 작동 구조를 생각해 볼까요. 물탱크에 물을 넣고 버튼을 켜면 잠시 후 물이 끓고 물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물이 다 떨어지고 나면 기기는 작동을 멈춥니다. 아주 단순하죠. 재미있는 것은 커피를 넣지 않아도 커피메이커는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커피를 잘 고르고 적절하게 담기만 하면 커피메이커가 일으킬 문제는 없는 셈이죠.
 
커피에 있어 커피메이커가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물을 끓이지 못하거나 펌프를 통해 주기적으로 물을 떨어뜨리지 못할 때 뿐입니다. 그 외에는 커피메이커는 잘 작동하는 것이죠. 커피문화가 오래된 만큼 커피메이커의 성능이나 작동도 가격에 비해 꽤 안정적입니다. 특히 필O스나 밀O타 등과 같이 오래된 가전 브랜드들은 가격도 저렴하고 구하기도 쉽습니다.
 
그럼 우리가 신경 쓸 수 있는 범위는 커피의 양과 분쇄도 그리고 앞선 글에서 말씀드린 본인의 취향에 맞는 물의 비율입니다. 그러니까 만약 원두를 잘 골라서 원두와 물의 비율에 맞춰 물탱크에 물을 넣고 커피메이커를 작동시키면 커피메이커는 잘 작동하게 되겠죠.
 
취향을 찾아야
 
커피메이커.
 커피메이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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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의 진하기를 좋아하시는 분은 20g의 원두를 담고 300ml의 물을 물탱크에 넣으면 되고 1:16의 진하기를 좋아하시는 분은 20g의 원두에 320ml의 물을 물탱크에 넣으면 됩니다. 혹시 1-2인용 커피메이커를 사용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7​​​​~15g정도의 원두를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분쇄도는 우선 본인 취향의 커피와 물의 비율을 잡고 조금 더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조금 가늘게 조금 더 연한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조금 두껍게 갈아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 분쇄도 또한 처음 세팅을 한 이후로는 어지간해서는 건드릴 일이 없어집니다. 그럼 커피메이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한 셈입니다.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원두를 계량하고 그에 맞는 비율의 물을 커피메이커에 담아 작동시키면 커피가 완성됩니다.
 
어떤 분은 좋은 커피메이커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시장에는 분명 SCAA 커피협회의 인증을 받은 커피메이커가 있고 그것들은 조금 가격대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테스트 했던 대부분의 커피메이커들은 대부분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었습니다. 기기보다는 원두를 잘 고르는게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좀 더 안정적 결과를 만들어주기는 합니다. 하지만 꼭 그 기기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같은 기기를 사용하시면서도 조금 더 맛있는 커피를 원하실 수도 있겠죠. 그럴 때는 커피메이커의 크기 (드리퍼)를 고려해 너무 많지 않은 커피를 담는 것을 신경 써 주시거나 종이필터를 사용하시는 경우 미리 종이 필터를 한 번 린싱(물로 씻어주는 것)하는 것 그리고 추출이 시작되면 가운데로만 물이 떨어지는 만큼 커피를 골고루 적실 수 있도록 드리퍼에 담긴 커피 베드를 한번 저어주는 정도면 조금 더 나은 커피를 드실 확률이 올라갑니다. 아마 이정도만 하더라도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맛있는 커피를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됩니다. 나중에는 물도 커피도 눈대중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본인의 취향인 만큼 그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저도 매장에서는 열심히 계량을 하지만 집에서는 익숙한 만큼 커피메이커를 사용할 때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약간씩 움직이는 것도 커피의 재미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기준만 있다면 조금씩 흔들려도 충분히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혹시 커피메이커에 실망하셨다면 저울을 이용해 한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것은 어떨까요. 찬장이나 싱크대 한 구석에 치워두신 녀석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커피메이커는 너무 오랫동안 억울했으니까요. 

태그:#커피, #커피메이커, #커피로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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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볶고 내리고 마시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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