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이 4월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앞에서 미추홀구깡통전세피해시민대책위, 빈곤사회연대, 민변민생경제위원회, 민달팽이유니온, 한국노총,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참가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영정사진앞에 헌화하고 있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이 4월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앞에서 미추홀구깡통전세피해시민대책위, 빈곤사회연대, 민변민생경제위원회, 민달팽이유니온, 한국노총,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참가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영정사진앞에 헌화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지난 한 주간 그동안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요구했던 '피해대책'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 지난 15일과 17일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연달아 2명 사망했기 때문이다. 꽃다운 젊은 생명이 셋이나 스러져야 귀를 기울이는 정부와 언론이 안타깝다.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전세사기 피해자가 우선매수할 수 있게 하고 경매낙찰금에 대한 저리대출이 진행되거나,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공공의 우선매수권을 통해 매입하여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정책이 여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다.

만약 임차인 우선매수권과 경락대금 저리대출, 공공 우선매수권을 통한 매입임대주택 확보가 시행된다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쫓겨날 염려 없이 주거 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에 책정되었던 매입임대주택 예산은 반지하, 고시원, 쪽방촌 등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이었던 만큼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대책에 대한 비용으로 시급하게 쓰더라도 추가경정을 통해 매입임대주택 예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공공임대로 거주하더라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된 청년, 신혼부부의 전세보증금 대출은 부채로 남아있을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지난해 주식‧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인한 부채를 개인회생에서 탕감해주었던 사례에 비추어보면 전세사기로 인해 전세보증금을 고스란히 잃고, 남은 전세대출로 인해 신용유의자가 된 청년들의 부채 탕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인 가상화폐 투자실패로 인한 부채도 탕감해주는데 사회적 재난인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청년의 전세보증금대출금을 탕감해주지 못할 이유는 없다.

천명이 넘는 김대성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김대성이 사망하고 60억이 넘는 조세채권으로 인해 경매 자체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기관이 전세보증금 채권을 공정가치 평가 후 일괄 매입하자는 야당의 전세사기 특별법 안은 김대성 전세사기 피해자와 같이 조세채권으로 인해 경매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 피해자들을 위한 방안이다.

야당의 전세보증금 채권 매입을 받고 싶지 않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김대성 소유 주택에 대해 파산 절차를 밟고 조세채권 총금액을 각 주택으로 배분하여 경매가 진행되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김대성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같이 조세채권으로 인해 경매가 진행되지 않는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경매 과정에서 우선매수권을 쓰거나, 정부의 매입임대가 가능하다.

이처럼 전세사기 피해 사례를 보면 사기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만나 유형별 사기 케이스를 신속히 파악하여 사각지대의 빈틈을 메워야 또다른 비극을 막을 수 있다.

깡통전세 발생 원인
 
전세사기 피해자와 시민대책위는 4월 2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는 ‘정부가 전세사기 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요구를 선별적으로 수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해 일방적인 대책을 내놓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2명이 추가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은만큼 이번만큼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상황과 요구사항을 청취해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와 시민대책위는 4월 2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는 ‘정부가 전세사기 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요구를 선별적으로 수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해 일방적인 대책을 내놓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2명이 추가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은만큼 이번만큼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상황과 요구사항을 청취해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대책과 전세사기꾼들의 엄벌과 재산 추징 등을 어느 정도 진행하고 나면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곰곰이 검토하여 문제의 원인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전 정부의 책임으로, 민주당은 현 정부의 미흡한 대처로 공방을 벌이지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에서는 여야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전세사기의 토대가 되는 깡통전세가 만연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2010년 이전에는 전세사기, 깡통전세란 단어는 없었다. 오피스텔이 전세로 거래되는 경우도 드물었고, 아파트뿐만 아니라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격도 매매가의 70% 이하에서 거래되었기에 설령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도 경매를 통해 전세보증금을 거의 회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2010년대 후반기부터 전세가격이 매매가와 같거나 웃도는 깡통전세와 전세사기가 횡횡하게 되었는가? 연원은 2008년부터 시중은행에서 진행된 '전세보증금대출'과 2013년 도입된 '전세보증보험'에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에 끼었던 거품이 빠지고 매매차익에 대한 기대가 약해져 매매수요가 임차수요로 전환되어 전세가격 상승이 일어나면서 정부는 임차인의 주거비용 부담을 완화해준다는 명목으로 전세보증금 대출을 도입했다. 은행들도 주택가격의 90%까지 전세보증금대출을 남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세보증금대출금액의 최대 100%까지 공공기관이 보증을 서주었기에 손실에 대한 걱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증 100%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켰고 이후 전세가격과 전세보증금대출은 서로 뒤엉켜 눈밭에 눈구르듯이 서로의 규모를 키워갔다.

건설사의 미분양주택 문제를 해소해주기 위해 2013년에 도입된 전세보증보험 역시 전세가격에 거품을 일으킨 주범이다. 전세사기꾼 일당들이 전세대출과 전세보증보험을 소개해주면서 전세가격을 매매가 이상으로 부풀리는 메커니즘은 지난해 하반기 여러 언론에서 상세히 보도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주택가격의 100%까지 전세보증금을 보호해주겠다고 하니 임차인도 전세가가 매매가와 같더라도 손실에 대한 우려 없이 계약하고, 전세사기 일당들은 전세보증보험을 빌미로 임차인을 안심시키고 전세가격을 부풀린다. 즉, 정부의 과도한 전세보증금 보호가 임차인과 임대인의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켜 깡통전세를 급격히 증가시켰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격언은 대한민국 전세시장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문재인정부에서 강화했던 민간임대사업자등록제도 역시 운영과정의 허술함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민간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전세보증보험이 의무가입이라고 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전세보증보험 가입신청서를 냈다는 정도만 구청에서 확인할 뿐, 민간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한 전세사기꾼이 블랙리스트가 되어 보증보험가입이 거절되어도 어떤 제재도 없다. 계약 전 임차인은 임대인과 공인중개사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은 의무라는 말만 믿고 계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깡통전세 축소방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4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4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전세가격이 오른다고 전세보증금대출을 확대하고, 전세보증금대출로 전세가격이 더 상승하니 전세보증보험을 강화하고, 전세보증금대출과 전세보증보험이 깡통전세와 전세사기를 만들어내니 전세사기 피해대책을 내고 있다.

윤석열정부와 여야정치권은 전세사기 피해대책을 내면서도 전세보증금대출을 확대하고 전세보증보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전세사기의 토대인 깡통전세를 만들어내는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보험은 확대하면서 전세사기는 막겠다고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하다.

현재 전세사기의 토양이 되는 깡통전세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정부의 보증과 전세보증보험의 과잉보호가 크기에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보험을 서서히 축소할 필요가 있다.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정부의 보증비율을 차츰 줄여나간다면 은행은 현재와 같이 전세자금대출을 남발하기 어려워진다. 전세보증보험 역시 전세보증금 보호한도를 주택가격의 50-60% 수준까지 차츰 줄여나가면 전세보증금도 전세보증보험이 보호하는 한도 내로 줄어들 수 있다.

임대사업자 제도도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 자기 자본 전혀 없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만으로 임대사업을 하겠다는 임대사업자를 '사업가'로 봐주어야 하나? 주택매입 시 자기자본이 20-30% 이상 투입되도록 하거나, 재산세 등 임대사업 운영경비 이상의 현금흐름이 발생하도록 자산을 구성하는 것을 임대사업자 등록요건에 추가해야 한다.

선진국형 주거시장으로 재편, 적극 검토해야

더욱 근본적으로는 전세제도 자체에 대한 정책적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여타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세주택이 임차주택 중 40%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전세주택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

월세 임차인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 비해 전세 임차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더 크기에 임차인들은 전세를 선택한 바가 크다. 한국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목돈을 맡길 정도로 고신뢰사회인가? 한국보다 사회적 신뢰도가 높은 여타 선진국들에서도 전세제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월세와 자가 사이의 중간형 주택이 필요하다면 전세제도가 아니라 영구적인 지분공유형,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같은 모델 등으로 찾아야 한다.

정부와 여야정치권은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문제에 대해 서로의 탓으로 미룰 것이 아니라 전세사기 피해대책에 대한 보완과 깡통전세를 유발하는 전세지원제도를 서서히 축소하고 월세주택과 중간형주택 모델 양성을 통해 선진국형 주거시장으로 재편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이다.

태그:#전세사기, #깡통전세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토지불로소득 없고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