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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민다나오섬 제너럴 산토스 시의 한 야적장에 방치된 부영주택의 폐기물 모습.
 필리핀 민다나오섬 제너럴 산토스 시의 한 야적장에 방치된 부영주택의 폐기물 모습.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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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진해화학 비료공장 부지에서 나온 부영주택의 유해폐기물(폐석고)이 4년 이상 필리핀 민다나오(Mindanao)섬에 방치돼 있다는 <오마이뉴스>의 보도와 관련, 관련부처인 환경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근 <오마이뉴스>가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답변서에서 환경부는 "한국과 필리핀 양국은 부영주택이 수출한 석고가 재활용기준을 만족하는 중화석고임을 통관 과정 등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부영주택(폐기물화물주)과 금송이엔지(폐기물 처리 하청업체)가 <오마이뉴스>에 "유해폐기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해온 내용과 같은 것이다.  다만 환경부는 "필리핀 현지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해당문제가 국제적 환경이슈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전용기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환경부가 지난 13일 의원실을 직접 방문해 7차에 걸친 부영주택의 폐기물 수출 내역을 설명했다"라며 "환경부는 '국가간 정상적인 통관이었다고, 필리핀 정부측에 그 당시 조치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옛 진해화학 비료공장 부지에서 나온 폐석고를 필리핀으로 수출했다가 필리핀 당국으로부터 수입 금지와 한국 반송 조치를 받은 적이 있는 부영주택의 또다른 폐석고가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4년 이상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이와 함께 필리핀의 환경당국이 민다나오섬에 방치된 폐석고의 소유주로 '부영주택'을 명시했고, 이 폐석고가 지난2019년 루손(Luzon)섬 잠발레스(Zambales)주에서 압류됐던 것과 같다고 밝혔다는 사실을 추가로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 [단독] 한국 비료공장 유해폐기물,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4년 넘게 방치 https://omn.kr/229kd
- [단독] 필리핀 환경관리국 "민다나오섬 방치 유해폐기물 소유주는 부영" https://omn.kr/22bwg

[최병성 리포트] 폐암 유발 독성 쓰레기로 아파트 짓는다? 5시간 추격전
http://omn.kr/1rfy1
 
<오마이뉴스>의 지난 1월 '한국 비료공장 유해폐기물,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4년 넘게 방치' 보도
 <오마이뉴스>의 지난 1월 '한국 비료공장 유해폐기물,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4년 넘게 방치' 보도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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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당국이 유해폐기물로 판정? 사실 아냐"

환경부는 전용기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필리핀 당국이 민다나오섬에 방치된 석고를 애초 수출이 불가능한 유해폐기물로 판정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민다나오섬에 방치된 석고 6만톤은 삼원환경이 2018년에 두 차례에 걸쳐 수출한 것으로 확인되며, 당시 절차에 따라 통관 및 하역 완료되었다"라고 밝혔다. 

부영주택의 폐석고 수출대행업체인 삼원환경은 지난 2018년 9월과 10월에 각각 2만8950톤과 2만9990톤의 폐석고를 필리핀 민다나오섬 제너럴 산토스(General Santos)시에 수출했다. 문제는 애초 토양개선제로 수출된 부영주택의 폐석고를 필리핀 수입업체가 인도를 거부하면서 한 야적장에 4년 이상 방치되어왔다는 것이다. "정제처리되지 않은 폐석고 상태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삼원환경측의 주장이다.

필리핀 환경부(Department of Environmental and Natural Resource, DENR) 소속의 환경관리국(Environmental Management Bureau, EMB)도 민다나오섬에 방치된 폐석고는 지난 2019년 11월 루손섬 잠발레스주에서 압류됐던 것과 같다고 밝혔다. 잠발레스 압류는 부영주택의 또다른 폐석고수출대행업체인 대신중건설이 지난 2019년 10월 약 5만5000톤의 폐석고를수출했다가 중간에 하역이 중단된 것을 가리킨다. 

환경부가 답변서에서 제시한 '관련 주요 수출내역'에 따르면, 대선중건설은 지난2019년 11월 13일 필리핀에서 부영주택의 폐석고 하역을 시작했는데 11월 22일 하역이 중단됐다. 이와 관련해 당시 CNN은 'Toxic waste shipment from South Korea seized in Zambales'라는 기사에서 '필리핀의 해안경비대와 국립수사국이 독성화물을 내리는 동안 승무원을 체포했는데, 승무원은 이 화물이 한국 광양항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필리핀 환경부 소속 환경관리국(EMB)이 2022년 6월 1일 부영주택의 폐석고 수출대행업체인 삼원환경에 보낸 이메일. EMB는 이 이메일에서 민다나오섬 제너럴 산토스 시에 방치된 폐석고의 주인(owner)은 부영주택임을 명시했다.
 필리핀 환경부 소속 환경관리국(EMB)이 2022년 6월 1일 부영주택의 폐석고 수출대행업체인 삼원환경에 보낸 이메일. EMB는 이 이메일에서 민다나오섬 제너럴 산토스 시에 방치된 폐석고의 주인(owner)은 부영주택임을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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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환경관리국의 환경영향평가 담당관도 지난 2022년 6월 1일 삼원환경에 보낸 이메일에서 "(제너럴 산토스시에 방치된 수입석고는) 2019년 11월 잠발레스에서 필리핀의 해안경비대에 의해 압류됐던 것과 같은 상품이라는 것이 입증됐다"(proved out to be of the same commodity that was seized by the Philippine Coast Guard in Zambales in November of 2019)라고 적시했다. 

'잠발레스 압류사건'이 있었다는 것은 환경부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환경부는 답변서에서 "2019년 필리핀 세관이 부영주택의 중화석고를 중화되지 않은 폐석고로 판단해 수입금지.원산지 반송 조치를 명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적은 있다"라고 언급한 것이다. 

다만 환경부는 "(그러나) 이후 동 석고가 이미 적정하게 처리되어 비료 및 시멘트의 원료가 되었음을 확인하고, 위 행정명령 대상에서 제외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한 환경부의 '관련 주요 수출내역'에 따르면, 부영주택의 폐석고는 하역이 중단된 지 한달 반 뒤에 제품 인증을 받았고(2020년 1월), 그로부터 1년3개월 후에서야 하역을 완료했다(2021년 4월). 환경부는 "(부영주택의) 석고는 필리핀 당국의 검사(중금속, 방사능 등) 후 제품으로 인정받아 통관 및 하역이 완료되었다"라고 밝혔다.    
 
필리핀 민다나오섬 제너럴 산토스 항구. 이곳은 '참치의 수도'로 불리는 필리핀의 최대 참치공급도시다.
 필리핀 민다나오섬 제너럴 산토스 항구. 이곳은 '참치의 수도'로 불리는 필리핀의 최대 참치공급도시다.
ⓒ 삼원환경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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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필리핀 환경부나 부영주택에 사실관계 확인 안했나 

하지만 환경부의 답변서는 필리핀 환경부나 화주(화물주인)인 부영주택, 수출대행업체인 삼원환경 등의 확인을 거치지 않고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도 "부영주택에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며, 유역, 지방환경청, 금송이엔지(부영의폐기물처리 하청업체) 등을 통해 확인한 사실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환경부의 답변서에는 '잠발레스 압류사건' 이전에 부영주택의 폐석고가 필리핀에 수출됐다가 반송됐다는 '중요한 사실'이 누락돼 있다. 환경부는답변서에서 삼원환경(2018년 9월과 10월)과 대신중건설(2019년 10월)이 총 세 차례 필리핀에 부영주택의 폐석고를 수출했다고만 언급했다. 하지만 대신중건설은 삼원환경에 앞선 지난 2018년 7월과 8월 총 세 차례 부영주택의 폐기물을 필리핀 루손섬 잠발레스주에 수출했지만, 통관과 하역을 거부당했고 반송조치됐다. 이렇게 방송조치된 부영주택의 폐석고를 광양항 보세구역에 보관했다가 지난 2019년 10월에 다시 수출한 것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렇게 재수출한 부영주택의 폐기물도 하역이 중단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수출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뒤에서야 하역을 완료했다. 

또한 환경부는 민다나오섬에 방치된 부영주택의 폐석고가 "제품으로 인정받아통관 및 하역이 완료되었다"라고 밝혔다. 토양개선제로 인정받아 정상적인 통관과 하역 절차를 거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 "필리핀 당국의 검사(중금속, 방사능등)"를 거쳤는데도 부영주택의 폐석고는 바나나 농장 등에 팔리지 않고 4년 이상 야적장에 방치돼 있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답변서에서 "수출업체와 수입업체 간 처리 책임의 분배 등은 민사적으로 다툼이있는 상황"이라고만 언급했다. 
 
부영주택의 폐기물을 수입한 필리핀의 'BTBD 벤처스'가 지난 2018년 12월 금송이엔지와 삼원환경에 보낸 'Notice of Complaint'. 이 업체는 "우리는 당신의 석고 제품이 아주 유해한 폐기물이라고 의심한다”라고 썼다.
 부영주택의 폐기물을 수입한 필리핀의 'BTBD 벤처스'가 지난 2018년 12월 금송이엔지와 삼원환경에 보낸 'Notice of Complaint'. 이 업체는 "우리는 당신의 석고 제품이 아주 유해한 폐기물이라고 의심한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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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원환경측 "국가간 이동이 불가능한 품목, 환경부가 조사-점검 안했다"        

환경부의 답변서과 관련, 장상철 전 삼원환경 대표는 "한국의 환경부는 부영주택 소유 폐석고가 토양오염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폐기물로 국가간 이동이 불가능한 품목이었는데도 이를 조사-점검하지 않았다"라며 '환경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환경부의 '수출입폐기물관리지침'에 따르면, '유해물질 판정이 필요한경우' 조사-점검하는데 여기에는 폐석고가 포함돼 있다. 조사참석 범위로는 지방(유역)환경청, 관세청 등으로 규정돼 있다.   

장 전 대표는 "필리핀에 수출할 당시 선박회사에서 제3국에 검사 의뢰한 성분 결과 인체에 유해한 유독성 물질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보도됐다"라며 "부영주택에서 폐석고 정제처리기술이 없는 부적격업체(금송이앤지)에 하청을 주고, 소규모 수출대행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문제였다"라고 주장했다.

장 전 대표가 언급한 '선박회사'는 덴마크의 국제무역운송선박회사인 '인테그리티 벌크사'(Integrity Bulk))를 가리킨다. 인테그리티 벌크사는 지난 2020년 2월 부영주택의 폐석고(인산석고) 샘플을 홍콩과 싱가포르 소재 해양엔지니어링전문업체와 연구소에 보내 검사를 의뢰했는데, 검사 결과 중성이 아닌 산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인테그리티 벌크사는 지난 2020년 9월 18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이용학 부영주택.부영환경산업 대표를 폐기물관리법 위반등의 혐의로 검찰(창원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인테그리티 벌크사는 고소장에서 "부영은 해당 화물이 유독성 폐기물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필리핀 현지로 운송하도록 함으로써 인테그리티 벌크사의 대외적 신인도와 명예를 크게 실추시켜고액의 금전적 손실을 야기시켰다"라고 주장했다.

인테그리티 벌크사는 지난 2018년 8월 6일 2만8000톤 가량의 폐석고를 싣고진해항을 출발해 8월 12일 필리핀에 도착했으나 필리핀 당국은 유해폐기물이라는 이유로 수입을 금지시켰고, 한국으로 반송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1년 동안 필리핀에 선박 등이 억류되면서 체선료 등 수백만 달러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인테그리티 벌크사의 주장이다. 

인테그리티 벌크사는 특히 필리핀 당국의 행정명령 공문서도 증거로 제시했다. 이 행정명령 공문서에는 바젤협약(Basel Convention, '유해폐기물의 국경을넘는 이동 및 그 처분의 규제에 관한 바젤조약')에 따라 필리핀으로의 수입이 금지된 부영주택의 유해폐기물에 대해 수입 금지, 한국 반송 등을 명령한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필리핀에 하역한 폐석고는 아직 그대로 쌓여 있어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중금속과 방사성 원소, 잔류 산성과 같은 오염원이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고 인체 건강에도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인테그리티 벌크사는 우려했다.

이에 부영측은 "금송이엔지에 일괄 하청을 줬고, 금송이엔지에서 중화석고를 생산해 수출했다"라며 "일방적인 주장이고, 세관과 환경부, 필리핀 환경부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진행된 상황"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태그:#부영주택, #필리핀 민다나오섬 제너럴 산토스시, #진해화학 비료공장, #폐석고,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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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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