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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텃밭 전경. 1권역과 2권역 중 2권역이다.
 솔이텃밭 전경. 1권역과 2권역 중 2권역이다.
ⓒ 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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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송파구 주말농장 솔이텃밭이 개장했다. 동생이 무작위 추첨을 통해 경작자로 선정된 이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개장하는 날 가족이 총출동했다.

방이동 솔이텃밭 현장에 막상 가보니, 도심 한복판에 축구장만한 밭이 탁 트여 있다는 게 신기했다. 텃밭 한켠에는 원두막이 있어 앉거나 짐을 둘 수 있었다. 원두막 한켠에는 책장도 있었다.  
 
솔이텃밭 개장날, 비료와 씨감자를 나눠주고 있었다. 뒤쪽으로는 앉아서 쉴 수 있는 원두막과 책장도 보인다.
 솔이텃밭 개장날, 비료와 씨감자를 나눠주고 있었다. 뒤쪽으로는 앉아서 쉴 수 있는 원두막과 책장도 보인다.
ⓒ 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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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시간에 맞춰 가니 비료와 씨감자를 나눠주고 있었다. 아버지는 비료를 받자마자 바로 흙과 섞은 뒤, 땅을 고르고, 삽으로 이랑을 만들었다. 어렸을 적 해봄직한 솜씨로 순식간에 일을 척척 진행하는 아버지가 왠지 신나 보였다.

삽과 갈퀴, 조리개 등 기본적인 농기구들은 텃밭 경작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용 창고에 비치되어 있다. 필요한 물은 밭 바로 옆에 위치한 파란 물탱크에서 떠오면 된다.

엄마와 언니는 근처 농원에서 파 모종, 상추 모종, 루꼴라 씨앗을 사왔다. 주최 측에서 나눠준 씨감자와 함께 땅에 심은 뒤 물을 흠뻑 주었다. 여기서 핵심은, 씨감자 빼고 물을 흠뻑 주는 것이다. 감자는 감자알 속 영양분과 수분으로도 충분히 싹을 틔울 수 있다고 한다.
 
함께 간 가족들이 모종과 씨앗을 심은 뒤 물을 흠뻑 뿌리고 있다. 무럭무럭 자라렴~
 함께 간 가족들이 모종과 씨앗을 심은 뒤 물을 흠뻑 뿌리고 있다. 무럭무럭 자라렴~
ⓒ 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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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송파구에서 진행하는 도시농부학교를 들었다. 인근 비닐하우스에 마련된 교육장은 준비된 의자가 다 차서 서서 들어야 할 정도로 배움의 열기로 가득했다. 모두 솔이텃밭 경작자인 송파구민들이다.

강사 선생님 역시 10여 년차 도시농부라고 했다. 비료를 얼마나 뿌려야 하는지, 두둑과 고랑은 어떻게 만드는지, 언제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솔이텃밭 개장날 강의 모습. 50명이 넘는 송파구 도시농부들이 진지하게 교육에 임하고 있다.
 솔이텃밭 개장날 강의 모습. 50명이 넘는 송파구 도시농부들이 진지하게 교육에 임하고 있다.
ⓒ 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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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인상깊었던 부분이 두가지인데, 한가지는 두둑, 고랑, 이랑의 차이점이었다. 밭에서 볼록 솟아있는 줄(?)이 두둑, 패인 부분이 물빠짐을 위한 고랑, 두둑과 고랑을 합쳐서 이랑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농사 체험을 몇 번 해본 적 있는데, 그때마다 혼동해서 썼던 거 같다. 

두 번째는 아주 천천히 해도 된다는 선생님의 조언. "농부학교에서 다 알려주기 때문에 서둘러서 진행하지 않아도 돼요. 오늘 개장일에 밭에 뭐 심어놓고 하신 분들은 이미 해본 분들이거나 옆사람 보고 그냥 하신 분들으니, 비교하지 않으셔도 돼요." 
 
솔이텃밭 연간 교육일정. 교육시간은 토요일 오전 10시. 교육을 들은 경작자에 한해서만 모종을 나눠주기도 한다.
 솔이텃밭 연간 교육일정. 교육시간은 토요일 오전 10시. 교육을 들은 경작자에 한해서만 모종을 나눠주기도 한다.
ⓒ 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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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에 붙은 커리큘럼을 보니, 초보농부인 나도 안심이 되었다. 프로그램을 준비해준 강사분들과 운영팀, 송파구청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강의 중에 앞서 감자를 잘못 심은 걸 알게 되어, 나가는 길에 고쳐 심었다. "천천히, 비교하지 않고, 잘못하면 다시 한다." 주말농장에서 배운 것이지만, 바쁘고 쫓기는 일상에서 곱씹고 싶은 말이다.

태그:#도시농부, #솔이텃밭, #주말농장, #송파구, #도시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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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송파에서 시민 개개인이 주인이 되어 함께 잘사는 사회를 궁리하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ditto.2020 페이스북@jeeseu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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