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22년 하루 평균 700만 명 이상이 서울 지하철을 이용했을 정도로 매일 많은 시민들이 지하철을 탄다. 이러한 지하철을 운영하는 데에는 많은 인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역무원은 지하철 승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일터에서는 지하철 역무원의 노동과 고충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터뷰는 2월 16일, 충무로역 근처 카페에서 진행하였다.

-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수은이라고 합니다. 현재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에서 역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2016년 서울메트로 사무직으로 입사해 근무 중이에요."

- 역무원의 주된 업무는 무엇입니까?

"수익금 관리, 즉 지하철 승차권 발매기에 들어온 현금을 회수해서 은행에 입금하고 거스름돈은 채워 넣는 업무입니다. 그리고 2시간마다 역사 순찰을 합니다. 수익금 처리, 순찰이 기본적인 업무인데 그 외에도 많은 일을 합니다. 승객의 분실물을 찾아주기도 하고 승객 민원을 들어주는 등 지하철 역사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처리합니다. 틈틈이 업무 매뉴얼을 업데이트하기도 하고요."
 
업무 중인 역무원
 업무 중인 역무원
ⓒ 김수은

관련사진보기

 
- 지하철은 새벽과 밤늦게까지 장시간 운행하는데 역무원의 근무시간은 어떻게 됩니까?

"4조 2교대 근무인데요. 주간 근무자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 반까지 근무합니다. 그 다음날은 야간 근무를 하는데 야간 근무자는 저녁 6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 9시까지 근무하지요. 지하철 운행이 끝나는 새벽 1시 이후 잔업 처리하고 나서 휴게시간이 2시~4시 30분입니다. 그 시간에 숙소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데요.

1, 2, 3, 4호선은 남녀 각각 숙소가 있는데 5, 6, 7, 8호선 역사에는 여직원 숙소가 없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5, 6, 7, 8호선 역에 근무하는 여승무원들은 지하철 막차타고 숙소가 있는 근처 다른 역으로 이동해서 쉬다가 지하철 첫차를 타고 돌아오지요. 새벽 5시가 되면 다시 역무실로 와 근무를 시작하는데, 9시 주간 근무자가 출근하면 교대하고 퇴근합니다. 오전에 퇴근한 날은 비번이라 집에서 쉬고요. 그 다음 날은 휴무입니다. 주말, 공휴일 관계 없이 4일 주기로 주간근무, 야간근무, 비번, 휴무를 번갈아 가며 일 해요.

과거에는 교대근무는 남자역무원만 했었어요. 최근 오래 근무한 분들이 많이 퇴직하고 신입사원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데요. 요즘에는 남녀 비율이 거의 동일합니다. 야간근무에 동의를 해야 입사할 수 있어요. 제가 6년째 일하고 있거든요. 입사 당시에는 근무시간이 매일 바뀌어도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좀 힘들기도 하네요. 생체리듬이 바뀌다보니 집에서 쉬어도 쉬는 거 같지 않아요."

- 같이 근무하는 직원은 얼마나 됩니까?

"보통 1, 2, 3, 4호선은 승객이 많아 한 조에 3~4명 근무합니다. 5, 6, 7, 8호선은 2명에서 3명이 함께 근무하고요. 제가 근무하는 충무로역은 환승역입니다. 일반적으로 환승역은 1호선, 2호선 각각 역무실을 따로 쓰고 관할하는 구역도 몇 번 출구까지는 1호선 구역, 나머지는 2호선 구역 이런 식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넓으니까요. 그런데 여기 충무로역은 역무실을 같이 써요. 교대 근무자가 18명이고 역장, 통상근무 직원(주로 사무 업무) 1명 포함하면 총 20명입니다."

- 근무하는 역이 자주 바뀝니까?

"3년 주기로 근무역이 변경됩니다. 개인 선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특별히 근무하기에 좋고 편한 역은 없어 보여요. 1, 2, 3, 4호선은 승객이 많아 바쁘지만 대신 근무 인원도 많죠. 그래서 휴가를 쉽게 쓸 수 있는데요. 5, 6, 7, 8호선은 승객이 적어 업무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는 있지만 근무 인원이 적고 대체 근무자가 부족하니 휴가 가려면 미리 다른 직원과 근무일정을 조율해야 해요."

- 업무할 때 고충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역무원은 승객이나 시설에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문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데요. 많은 승객이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니 다양한 일들이 발생합니다.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나서 멈출 때도 있고, 에스컬레이터에서 승객이 넘어지거나 승객이 지하철 타다가 열차와 플랫폼 사이 간격이 넓은 경우 다리가 끼어 다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운행하는 열차의 문이 갑자기 닫히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여 열차가 출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열차 내 소란 승객이 있는 경우 지하철보안관이 우선적으로 해결하지만 우리가 열차 밖으로 소란 승객을 데리고 나와 제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일이 생기면 바로 가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여러 돌발적인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어 근무자들이 식사를 하러 가는 등 잠시 역무실을 비웠을 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어요. 또 악성 민원인을 만나면 힘들어요. 민원인 응대하면서 경험한 좋지 못한 기억이 며칠 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기도 하고요.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 채 일하는 점도 있네요.

야간에는 취객을 상대하는 것이 힘들어요. 시비를 걸거나 욕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경찰을 부릅니다. 집에 찾아가지 못하는 승객의 경우 휴대전화를 찾아서 가족한테 연락을 취하고 가족이 도착할 때까지 사무실에 데리고 있을 때도 있어요. 서울역, 신도림역 같은 데는 힘들 거예요. 그런데도 그런 역에 역무원은 5명 정도밖에 없어 인력은 부족해요."

- 작년 신당역 사건 이후 현장의 변화가 있습니까?

"현재까지는 가시적인 변화는 없습니다. 최근 호루라기, 경보기, 페퍼 스프레이(최루액)를 지급받았는데, 이런 호신용품들이 위급상황에서 저를 지켜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에요. 페퍼 스프레이는 금고에 보관해야 하고 휴대하려면 사용대장을 기입해야 해요. 만약 위협 받는 일이 생기면 경고를 몇 번 한 후에야 페퍼 스프레이를 뿌려야 한다는 사용 규정이 있는데요. 이렇게 여러 절차를 거쳐야 사용이 가능하니 정작 위급한 상황에서 페퍼 스프레이를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현재 많은 역에서 2인이 근무합니다. 3인이 근무해도 1명이 휴가나 다른 일이 있어 업무에 빠지면 2인이 되고요. 이런 역에서는 역무실을 비울 수가 없어 2인 1조 순찰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최근 순찰할 때 2인 1조로 하라는 공문은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아직 배치는 되지 않았지만 시간제 직원 채용 공고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근본적으로 2인 1조로 순회할 수 있게 인력을 확충해달라는 요구가 노동조합의 입장이에요.

2017년 1, 2, 3, 4호선과 5, 6, 7, 8호선 통합 이후 인력이 줄었어요. 공기업은 일반기업과는 달리 시민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 존재 이유인데 비용 절감만 생각하니 정작 중요한 문제는 놓치게 되는 것 같아요. 스프레이, 호루라기만 지급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해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영우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이자 내과 전문의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3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지하철_역무원, #지하철_시민_안전
댓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