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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주다크투어에서는 4·3유적지를 알리고 보존하기 위해 시민지킴이단을 결성, 제주4·3 유적지 일부를 안내판이 필요한 곳으로 선정했습니다. 또한 사전답사와 자료 조사를 통해 시민이 직접 안내판을 만들고, 웹게시판 및 QR코드 리본을 제작하여 활동한 내용을 알리고자 합니다. 1기에 이어 2기까지 활동에 참여한 최원진님의 후기를 소개합니다.[기자말]
제주4·3유적지 시민지킴이단(이하 지킴이단)은 지난해 9월 사전 모임을 진행하여 유적지 웹안내판 설치가 필요한 15곳을 선정하는 등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활동을 계획하였다.

조별 사전 조사를 거친 지킴이단은 유적지 안내판 문구를 작성한 뒤 전문가 자문을 거친 후 QR코드가 인쇄된 리본으로 제작하여 현장 답사 과정에서 유적지 부근에 매달았다.

수망리와 사리물궤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산125번지 일대에서 지킴이단 활동이 이어졌다.

사리물궤는 마을에서 불과 2km 남짓 떨어진 북쪽의 냇가에 있는 자연굴이다. 굴이라기보다는 겨우 비를 피할 수 있을 만큼 파인 곳이었다. 냇가를 따라 제법 숲이 우거진 곳에 있었지만, 그곳은 금방 눈에 띄었다.

1948년 11월 29일 토벌대는 남원리 민보단원을 동원해 직접 수망리를 덮쳤다. 토벌대는 남아 있는 가옥에 불 지른 후 마을 부근에서 수색전을 벌였다. 토벌대가 마을에 불을 질렀기 때문에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사리물궤 부근에 숨었다.

수망 주민들은 마을이 초토화된 이후 인근 야산 등에 은신했다가 토벌대에 발각돼 학살되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사리물궤다. 물영아리오름 인근에 피신했던 주민들도 큰 희생을 치렀다.

사리물궤는 유적지 근처에 위치를 안내하는 표시가 없어 안내인과 함께 가지 않으면 접근이 어렵다.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자차를 이용했지만, 주차 부지는 부족했고 주위를 지나는 차량이 많아 유적지를 찾아가는 동안 차량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진입로부터 궤가 있는 유적지 부근은 평소 왕래하는 사람이 없어 가시덤불이 우거져 있었다. 사전 조사 때 지킴이단이 전정 가위와 낫으로 진입로를 정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쓰레기도 곳곳에 발견됐다. 

자그마한 내천을 지나고 유적지에 도착하면 궤가 나오는데 지질 특성상 높이가 있어서 어둡거나 낙엽 등으로 착지를 잘못하게 된다면 미끄러져 다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리물궤 진입로 앞. 아무런 표식이 없고 빠른 속도의 차량이 많아 진입이 쉽지 않다.
 사리물궤 진입로 앞. 아무런 표식이 없고 빠른 속도의 차량이 많아 진입이 쉽지 않다.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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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물궤 진입로. 나무에 노란리본이 있으나 찾기 어렵다.
 사리물궤 진입로. 나무에 노란리본이 있으나 찾기 어렵다.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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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물궤 진입로에 리본을 추가 설치하고, 가시덤불을 제거하는 시민지킴이단
 사리물궤 진입로에 리본을 추가 설치하고, 가시덤불을 제거하는 시민지킴이단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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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답사를 위해 방문했을 때 궤 상단에 말벌집이 새로 생겨서 위협적이었으나 시민지킴이 시민안내판 퍼포먼스와 QR코드 리본을 달 때는 겨울이 온 상태여서 조용했다. 날씨가 풀리면 필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궤의 안쪽에는 돌멩이와 깨진 그릇 조각들도 낙엽과 섞인 채 방치되어 있었다. 

궤의 중간 부분은 검게 그을음이 있었는데 마을 주민들이 유적지에서 불을 피웠다면 그 상황에 대해서도 추가 증언을 확보하여 기록하면 좋을 듯싶다.

그리고 주변에 마흐니숲길이 조성되었으나 유적지는 포함이 되지 않다 보니 앞으로도 방문이나 관리가 쉽지 않을 듯했다. 추가로 유적조사 및 지질생태조사 등 세밀한 관심이 필요해 보였다. 
 
벌집을 촬영하고 있는 시민지킴이단.
 벌집을 촬영하고 있는 시민지킴이단.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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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물궤 앞에서 시민안내판 퍼포먼스 중인 시민지킴이단.
 사리물궤 앞에서 시민안내판 퍼포먼스 중인 시민지킴이단.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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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물궤 앞 간단한 추모의식을 진행 중인 시민지킴이단.
 사리물궤 앞 간단한 추모의식을 진행 중인 시민지킴이단.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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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물궤 진입로 중간에 QR코드 리본을 달고 있는 시민지킴이단.
 사리물궤 진입로 중간에 QR코드 리본을 달고 있는 시민지킴이단.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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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유적지 관련 증언을 해주는 분을 찾기가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워지고, 사유지를 비롯한 공유 유적지 또한 무관심에 훼손되거나 관리를 이유로 개발이 되어 본래의 모습은 지킴이 활동으로 남겨진 사진이나 일지밖에 남지 않고 있다.

지킴이단이 활동하는 이유가 역설적이게도 지키지 못한 유적지가 사람들의 눈에 띄게 하는 것일 수 있다. 시민 여러분의 관심이 절실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희망적이다. 재작년 지킴이단 1기 활동 후 작년 지킴이 2기 활동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개선과 관심들이 모였다. 물론 시민지킴이 활동만으로 좋아졌다고는 판단하진 않겠다. 그러나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내가 제주4·3유적지 시민지킴이단 활동을 하는 이유이다.

태그:#4.3, #유적지, #시민지킴이단, #사리물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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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길 - 제주다크투어’는 제주에 위치한 비영리 단체입니다. 제주다크투어는 여행 속에서 제주 4.3을 알리고 기억을 공유합니다. 제주를 찾는 국내외 사람들과 함께 제주 곳곳의 4.3 유적지를 방문하고 기록하며 알려나가는 작업을 합니다. 국경을 넘어 아시아 과거사 피해자들과도 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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