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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찰.
 부산 경찰.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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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 부산시 부산진구 범천동의 한 무인점포에서 컵라면과 음료수 등이 사라지는 사건이 여러 번 발생했다. 직원 없는 가게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범행 과정은 CCTV에 고스란히 남았다.

횟수는 10여 차례, 피해 금액은 8만 원 남짓. 사건은 결국 점포 측의 신고로 이어졌다. 절도범은 50대 여성 ㄱ씨로 특정됐다. 거주지를 파악한 부산진경찰서는 바로 현장 출동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이 선택한 건 즉각적인 처벌 절차가 아니었다.
  
이번 사건은 전형적 생계형 범죄였다. ㄱ씨는 쪽방 수준의 1·5평 고시원에서 전기마저 끊긴 채 60대 남편과 생활고를 겪는 상황이었다. 국가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돼 있었지만, ㄱ씨 부부 모두 정신장애인으로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하지 못했다. 훔친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운 셈이다.

조사에서 ㄱ씨는 "배가 고파서 컵라면을 훔치게 됐다. 죄송하다"라고 진술했다. 이를 확인한 경찰은 우선 컵라면과 마스크 등 생필품부터 전달하고, 담당 행정기관에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절도에 대한 법적인 절차는 밟아야겠지만, 우선 주민센터에 ㄱ씨의 처지를 알린 뒤 대책 마련을 해달라고 통보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호응한 주민센터도 현장조사를 나가는 한편, ㄱ씨 부부를 도울 방법을 찾기로 했다. 주민센터 측은 "형편이 어려워 기존 말고도 추가 지원을 할 방법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소액 절도의 발생 비율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를 모두 생계형 범죄로 볼 수는 없지만 ㄱ씨와 비슷한 사례가 많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 전체 절도 발생 건수 중 10만 원 이하 소액 절도건 비율은 2019년 26.7%, 2020년 32.3%, 2021년 36.9%를 기록했다. 

생계형 범죄 등에서 무분별한 전과자 양산을 막기 위해 운영하는 경미범죄심사위원회의 감경처분 사례도 매년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처벌하더라도 구조적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태그:#생계형 범죄, #절도,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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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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