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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다사다난한 해, 2022년이 저물고 있다. 대단한 성과나 큰 행운은 없었지만 어렵고 복잡한,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한 사회생활 속에서 무탈하게 일상을 지켜낸 것만도 대단한 일임을 안다. 일상의 기쁨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굳이 큰일을 경험하지 않아도 고개 끄덕이는 나이가 된 지 오래다.

나의 소중한 일상의 기쁨이 배가 된 것은 '잡채' 덕분이다. '잡채'는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인데 강아지라고 하기엔 덩치가 커서 어느 때는 거실에 노루 한 마리 앉아 있는 느낌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품종 아닌 믹스견을, 소형 아닌 중형견을 키우는 것이 더 뿌듯한 일이 되니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열악한 뜬장에 갇혀 안락사 위기에 놓인 유기견들이 대체로 우리 강아지와 같은 '시고르자브종(잡종)'이 많다. 강아지의 생명을 살리고 애완이 아닌 반려의 마음으로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을 지향하는 시대가 반갑기만 하다.
 
우리 집 강아지, 귀염둥이 강아지
▲ 사랑해, 강아지 "잡채" 우리 집 강아지, 귀염둥이 강아지
ⓒ 한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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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150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생활 수준 향상과 함께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이 나날이 달라지고, 키우는 이들과 키우지 않는 이들의 입장 차이가 민감하게 드러나는 세상이다. 입양 후 관리가 미흡하거나, '입양'이 아닌 펫숍에서 '샀다'는 이유로 유명인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도 많다.

'잡채'를 맞이하던 2018년을 돌아보니 초보 견주로서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어설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강아지 '잡채'를 키우는 4년 동안 나의 생각과 행동도 많이 변화했다.

대부분 입양 목적이 그렇듯이 우리 가족, 사람을 위한 입양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막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아이의 제안을 받아들여 강아지 키우는 일을 허락한 것이다. 지식도 없이,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받아들인 강아지 '잡채'가 이리 내 인생의 기쁨이자 활력소가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고 아리송한 것 투성이었다. 강아지가 뭐라고 내가 이리 시간과 돈을 써가며 애를 쓰는가! 내가 지금 기울이는 사랑과 정성이 과연 나에게 가치로운 일인가! 나중에 강아지가 늙고 병들 때 혹시 내가 책임을 회피하는 견주가 되면 어쩌나! 수백만 원이 넘는다는 동물 수술비를 마련하면서 아까워하는 마음이 들면 어찌할 것인가!

나의 사랑을 증명할 만한, 내 사랑의 합당한 당위성을 찾기 위한 이유가 필요했다. 내가 가질 득과 실을 꼼꼼히 따져 플러스가 되어야만 키울 요량인 것처럼 요모조모 계산하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이제 '나'를 위함에서 '동물'을 위한 입양으로 강아지를 키우는 목적을 바꾸니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강아지에게 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견생을 마련하기 위한 입양이라고 생각하니 기쁨도 부담도 함께 감당할 힘이 생겼다. 아침마다 따끈한 털북숭이를 쓰다듬으며 말을 건넨다.

"사랑해, 너를 행복하게 해 줄게! 고마워."
    
"사람도 먹을 게 없는데 개에게?" 또는 "개팔자가 상팔자야, 쯧쯧"이라며 반려견주들을 비하하거나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처럼 싸잡아 매도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당연 인간, 사람이다. 어느 무엇이 사람보다 우선이거나 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모든 인간이 다 먹고 나서야, 또는 굶주리는 모든 인간을 구하고 나서야 다른 생명으로 눈을 돌린다면 세상은 극단적인 위험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인간을 구하는 동시에 짬짬이, 인간을 위하는 틈틈이 다른 생명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보살펴야 골고루 행복해질 수 있지 않겠는가! 순서만을 따지느라 고집부리는 사이에 소중한 생명이 죽어간다면, 인간만이 최고라는 독단에 빠져 다른 생명을 살릴 기회를 놓친다면 너무 답답한 일이 아니겠는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밑바탕이 되어야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사상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위급한 상황에 빠진 생명을 구하는 일은 사람이고 동물이고 가리지 않아야 한다.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기본이 굳건하게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다.
 
4년 전, 입양 당시 우리 강아지 모습
▲ 귀여운 우리 강아지, 뒤태도 예술! 4년 전, 입양 당시 우리 강아지 모습
ⓒ 한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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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언제나 처음 만나는 것처럼 부비대는 강아지, 퇴근 후 더 이상 상봉의 기쁨이 없으리만치 환호하는,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나의 눈길에 발길에 반응하는, 따스한 체온과 포근한 웃음으로 날 안아주는, 귀엽고 순수한 눈망울로 세상 모든 사랑을 전달하려는, 도톰한 발바닥만으로도 종일 웃음을 주는 강아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의 강아지가 아무리 사랑스럽다 하더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타인에게 절대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 강아지 똥을 반드시 주워 집에 들고 가야 한다는 기본! 기껏 주워서 눈치껏 재활용장 아무 통에나 버리는 일은 절대 금지사항이다. 목줄은 당연히 채워야 하며 다른 이들의 길을 막거나 무서움을 주는 일은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강아지에 대해 부지런히 배우고 공부하는 자세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강아지를 키우고 안 키우고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어엿한 시민의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아무 문제 없을 일이 이기심이 가득할 때 항상 문제가 된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늘 지닐 수 있도록 항상 자신을 살펴야 한다.

밥그릇과 물그릇을 깨끗이 관리하는 기본적인 것부터, 건강 관리, 위생적인 환경, 제대로 된 훈련, 도움이 되는 사랑, 책임질 수 있는 경제력까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일시적인 기분으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입양은 생명을 다루는 일과 어울리지 않는다.

일단 입양을 하면 나의 가족이기에 정서적, 교육적, 환경적으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사소한 간식 하나 줄 때조차도 나의 기쁨보다는 강아지의 건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간식을 주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잘 알기에 자제하는 마음 또한 큰 사랑에서 나온다는 것을 우리(반려견주)는 안다.

성인 다섯 명이 사는 우리 집, 직장 생활하느라, 취업 준비하느라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늦은 시간이지만 언제나 거실에 모여 얼굴을 보고 웃을 수 있는 것은 강아지 덕분이다. 방문을 열고 나오다가, 주방을 지나다가도 '귀여워'를 연발하며 멈춰 함박 미소 짓는 것까지도! 아무 말 없는 강아지 덕분에 우리 가족은 아주 많이 수다스러워졌고, 서로 다정해졌다.

반려동물을 돈이 아닌 생명으로 입양하고, 애완이 아닌 반려 동물로서 바라보고, 절대 유기하지 않는 책임 있는 약속으로 키운다면 복 짓는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이웃을 생각하는 펫티켓까지 필수로 지닌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반려동물은 사랑이고 행복이다. 그저 웃을 수밖에 없는 순수함을 지켜주는 울타리다.

태그:#강아지, #반려동물, #생명존중, #사랑, #귀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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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국어 교사, 다음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 가족여행, 반려견, 학교 이야기 짓기를 좋아합니다. <엄마를 잃어버리고>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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