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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정해진 시간에 주민센터 헬스장을 찾는다. 직장을 다니거나 특별히 얽매이는 일이 없어 보통 점심 아니면 저녁 전 시간을 이용해 운동하고 있다. 헬스장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 나이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늘 보는 얼굴이기에 편하고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유대감도 가끔 느낀다.

나는 주로 운동만 하는 편이지만 친한 회원들은 인사부터 나누기 바쁘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많은 대화를 나눈다. 끝이 없는 이야기는 어떨 때 운동 후 샤워장까지 이어진다.
 
주민센터 헬스장
 주민센터 헬스장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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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화제는 엊그제 가족들이 오랜만에 함께 모여 김장하고 나눠 가졌다는 것에서 기말고사 만점을 받은 귀여운 외손자에게 두둑한 용돈을 건넸다는 자랑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나는 특별히 할 얘기도 없는데 듣기만 해도 즐거운 게 신기하다.

회원들이 주고받는 운동하는 이유도 가만히 들어보면 우리 세대가 공감하는 것들이다. 나이 들어 새삼 깨달은 '운동예찬'인데 가끔 느슨해질 때 마음을 다잡게 한다. 일테면 "운동하지 않으면 몸이 무겁다", "힘들고 괴로워도 매일 운동하고 있다", "시간만 되면 절로 운동하게 된다", "살기위해 운동하고 있다" 등등 움직이지 않으면 경직되고 어느새 건강을 챙기지 않으면 안 될 나이가 됐다는 내용이다.

운동하면서 나름 터득한 정보나 요령을 서로 교환하는 회원들을 자주 본다. 안 보는 것 같아도 내가 운동하는 것을 보고 자기 노하우를 정성껏 알려주며 격려하는 회원도 있다.

지난달에는 60대 전후의 남성이 내게 "아령 무게를 조금 늘려도 충분히 힘이 있어 보인다"라고 한 마디 건넸다. 그후 실제로 조금 더 무거운 아령으로 바꿔 운동했는데 몸에 무리가 없고 팔뚝 힘도 그새 더 세진 것 같아 그의 조언이 고마웠다,

헬스장에는 여러 운동기구가 있는데 인기(?)있는 시설이 따로 있다. 그중에서 '덜덜이'(흔들리는 로프로 마사지 효과를 유도하는 전기기구)는 단연 최고다. 문제는 여러 사람이 이용하다보니 고장이 잦다. 이럴 때마다 전문기사를 부를 것도 없이 회원들이 공구를 가져와 뚝딱 고친다. 자신의 기술과 지혜를 발휘하는 걸 보면 박수를 치고 싶다.
 
주민센터 헬스장
 주민센터 헬스장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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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남성회원 중에는 매달 별도 모임을 갖는 친목회도 있다고 한다. 헬스장은 단지 운동만 하는 곳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헬스장 이종진(74) 트레이너는 "회원들의 근황을 자주 듣다보니 가족 같은 기분이다"며 "헬스장이 마치 동네사랑방 같다"고 전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운동효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할 터, 헬스장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다른 동네에서 운동하러 올 정도다. 내게 친절하게 코치한 분도 인근 관악구에서 왔다. 김영숙(62) 트레이너는 "금천구에 10개 주민센터 헬스장이 있는데 우리 독산3동 헬스장이 가장 모범적이며 가입회원도 270명으로 가장 많다"고 자랑했다.

헬스장 회원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이다. 매일 헬스장을 찾는 90세 최고령 회원도 있다. 젊은이들만 모여 운동하는 헬스장과는 거리가 있다. 누군가 '경로당헬스장'이라 부르는 이곳에서 어딘가 색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30대쯤으로 보이는 회원이 헬스장에 들어서거나 운동을 하면 노년들은 넋이 빠진다. 자신이 하던 운동을 잠시 멈추고 젊은이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선이 간다. 40대 운동도 주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주민센터 헬스장
 주민센터 헬스장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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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서 꽤나 오래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는 60대가 70~80킬로그램 바벨을 갈아 끼우고 가볍게 들어 올리는 벤치프레스 젊은이의 건강을 부러워 하며 혀를 차기도 한다. 이처럼 노년들이 젊은이가 운동하는 걸 보고 현혹되는 걸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다. 젊음을 동경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이 들었다고 청춘의 '느낌'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에 젊은이들은 우리 노년들과 달리 운동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무엇을 하든 에너지가 넘치고 멋지다. 그들은 되레 우리 시선이 불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년들이 젊은이들과 함께 운동하고 싶은 욕구와 자신감은 자연스러운 소망이다.
 
주민센터 헬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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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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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헬스장의 경우, 성별과 연령을 제한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중장년과 노년들만 이용하는 헬스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민자치회는 헬스장이 운동을 통해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회원들을 적극 유치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조만간 내년도 신규회원을 모집할 모양이다. 젊은 회원들이 많이 들어와 활기찬 헬스장이 되면 좋겠다. 주민자치회도 함께 고민해주길 기대한다.

태그:#주민센터헬스장, #서울금천구, #주민자치회, #독산3동주민센터, #덜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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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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