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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율 시인.
 김지율 시인.
ⓒ 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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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살구 하나를
주워 던지고
너는 사라진다

나는 많이 운 사람처럼 웃었고

아무에게도 사과하지 않았다

 
 
김지율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우리는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파란 간)를 내면서 한 말이다. 시집은 131쪽에 걸쳐 "나는 바닥부터 먼저 시작했다", "연두", "그렇지만 사과꽃은 피지 않았다고 한다" 등 53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인은 시집을 통해 "아름다움'은 그 부정과 기다림을 환대하는 방식"이라 말하고 싶어 한다.

김지율 시인에 대해, 송재학 시인은 "'우리는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는 사실'을 수줍고도 맹렬하게 확장시켜주고, '그늘과 그림자가 없다면 / 우리는 스스로 / 자신의 죽음을 만질 수 없다'는 '연두'는 텅 빈 마음으로 이 세계의 앞면과 뒷면을 증명하며 생을 바로 보고 또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했다.

송 시인은 "시집은 '흰 그늘 속의 푸른 적막'과 같은 맑음에 헌신하며 우리 삶의 '구체적인 숭고'의 자리에 가 닿는다"고 했다.

김륭 시인은 한 대담에서 "김지율 시인의 이번 시집은 사랑이나 구원보다는 상실과 실패를 통해 절망을 말하는 매력적인 시집이고, 시인을 관통하고 있는 모종의 '기억'을 앞세운 시의 언술 앞에 압도당할 때가 많은 데 그런 힘은 '나는 바닥부터 먼저 시작했다'와 '옛날 사람의 기억같이 살아요'라는 시편들에서 잘 드러난다"고 하였다.

김지율 시인은 '아름다움'은 보편적인 질서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숭고한 지점들이라고 한다.

해설을 쓴 최진석 평론가는 "불가능한 시도를 무한히 반복하며 자신의 길을 독촉하는 시인의 이번 시집의 도정은 지나가 버린 순간들, 명멸하는 과거의 상흔들을 품에 안은 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라는 윤리적 물음 앞에서의 서성거림"이라고 했다.

최 평론가는 "이번 시집은 '사과는 사과의 부재를 증명'할 수밖에 없는 '사과의 현상학'으로서의 존재론적이고 예언적 통찰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경상국립대 인문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있는 김지율 시인은 2009년 <시사사>로 등단했고, 2013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으며, 시집 <내 이름은 구운몽> , 대담집 <침묵>, 에세이집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들>, 연구서 <한국 현대시의 근대성과 미적 부정성> 등이 있다.
 
김지율 시인 시집 <우리는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 표지.
 김지율 시인 시집 <우리는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 표지.
ⓒ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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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지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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