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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신공항 예정지 내 청자가 발견된 예비수로 근처에 모여있는 시민들
▲ 군산평화박물관 평화답사 3차 새만금신공항 예정지 내 청자가 발견된 예비수로 근처에 모여있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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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행동, 평화, 연대'라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군산평화박물관은 '2022년 군산미군기지 평화답사'를 진행 중이다.

군산미군기지를 둘러싼 지역의 변화를 가감 없이 느낄 수 있는 평화답사는 오는 10월 15일을 마지막으로 총 4회차의 여정이 마무리된다. 지금까지는 군산미군기지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는 군산공항 바로 옆에 위치한 새만금신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물길이 막히기 전까지 풍요로웠던 하제 마을의 전성기를 떠올려 볼 수 있는 하제 포구 등을 방문했다. 

4차 답사에서는 군산미군기지의 철조망을 따라 하제 마을까지 걷는다. 하제 마을은 국방부의 미군기지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사업으로 주민들이 강제이주 되어 지금은 그 흔적조차 거의 사라진 곳이다. 시민들은 지역활동가와 함께 걸으며 군산미군기지의 역사, 기지 확장 이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미군기지 확장으로 각종 피해를 겪은 인근 주민들과 연대해 온 군산우리땅찾기시민모임의 사무국장 구중서 씨가 해설을 맡는다. 하제 마을에서는 <600년 팽나무를 통해 본 하제마을 이야기> 저자 양광희씨가 하제 마을의 역사, 팽나무의 가치와 의미에 관해 설명한다.

3차 답사, 갑자기 발견된 옥색 그릇의 정체 

한편, 지난 9월 17일 3차 답사에서는 군산공항 옆에 있는 남수라 마을 입구부터 수라갯벌의 물끝선 부근까지 걸었다. 총 23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해설가는 구중서씨(평화바람,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오동필씨(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가 맡았다.   

2006년 물막이 공사로 물길이 막힌 이후 점점 육지화되며 천이(遷移) 단계를 거치고 있는 수라갯벌에는 고라니, 멧돼지, 너구리 등과 같은 다양한 야생동물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늘에는 뻐꾸기가 날아다녔고, 땅에는 통통마디, 해홍나물 같은 비교적 염기가 낮은 땅에서 자라는 염생식물도 보였다. 염기가 더 빠지고 나면 이 자리를 갈대가 채울 것이라 했다.
 
민물가마우지 깃털로 추정된다.
▲ 새만금신공항 예정지에서 발견된 깃털 민물가마우지 깃털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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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필 해설가는 이런 곳이 꼭 호랑이 서식지였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염습지, 낮은 능선이 함께 있는 곳에 살았던 호랑이는 잡기 힘든 산 속 노루 대신 고라니를 사냥해 배를 채우곤 했다. 갈대밭에 숨어 있다가 물을 좋아하는 고라니를 노렸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한때 한반도 전역에 서식했던 호랑이의 존재를 상상하며 더불어 노랑조개, 생합, 동죽, 꼬막, 피뿔고둥, 대추고둥 등으로 가득 찼던 수라갯벌의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남수라 마을에서 수라갯벌 물끝선까지 걷기 시작한지 한 시간이 채 안 되어 사람의 손이 닿은 듯한 공간이 나타났다. 앞서 녹청자 유물이 발견된 곳이다. 녹청자는 고려시대 유물로 밝혀졌다. 새만금 간척지 내 태양광 사업지에서 배후습지의 물을 빼기 위해 비상 간이수로를 내려고 땅을 파다보니 고려시대 문화층이 드러나게 되며 당시 유물까지 세상빛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그곳은 흰발농게 서식지이기도 했다. 이날 오동필 해설가가 설명하는 와중에도 흰발농게가 땅 위로 나왔다가 들어갔다 했다. 

그때 "동필씨 잠깐만 여기!"라는,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임시수로 한 가운데 옥색 그릇이 뒤집혀 박혀있다.
▲ 새만금신공항 예정지에서 발견된 고려청자 임시수로 한 가운데 옥색 그릇이 뒤집혀 박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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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 안에 옥색 그릇이 뒤집혀 박혀 있었다. 그 이전 발견된 녹청자는 깨진 채로 있었는데 이번엔 온전한 모양이었다. 이날 발견한 옥색 그릇도 고려시대 것으로 밝혀졌다. 고려상감청자국화문잔이었다. 처음 녹청자가 발견된 지점과 2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군산평화박물관 2022년 평화답사에서 시민들과 발견하다
▲ 새만금신공항 예정지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상감청자 군산평화박물관 2022년 평화답사에서 시민들과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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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답사에 참가한 시민들은 자신들이 갑자기 유적발굴단이 되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긴장된 상태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만경강과 동진강이 만나는 곳으로서 물자 유통의 중심지였던 과거 새만금 유역을 떠올려 본다면 이것이 끝이 아닐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누군가는 고려 중기의 대표적인 부안 청자가마터와도 멀지 않은 곳 아니냐며 역사적 상상의 꽃을 피웠다.

답사를 마치고 한 시민은,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하루였지만 고려청자를 발견했을 때 온 몸이 짜릿했다며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이 곳을 꼭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말했다. 

군산평화박물관의 평화답사 4차는 오는 10월 15일 진행되며 링크(https://forms.gle/JkzyWeDtfXYPhgwd7)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참가비는 만원이다.
 
2022년 10월 15일에 진행. 군산미군기지 주변을 걷고 하제마을까지 간다.
▲ 군산평화박물관 평화답사 4차 2022년 10월 15일에 진행. 군산미군기지 주변을 걷고 하제마을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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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새만금신공항, #수라갯벌, #군산미군기지, #군산평화박물관, #시민평화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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