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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저녁 진주전문장례식장에서 ‘농민운동가 고(故) 하해룡 의장 민주시민사회장' 추모의밤 행사가 열렸다.
 8일 저녁 진주전문장례식장에서 ‘농민운동가 고(故) 하해룡 의장 민주시민사회장" 추모의밤 행사가 열렸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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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회를 안 했으면 바보로 살았을 거야"라고 했던 천상 농사꾼 하해룡 농민운동가가 하늘나라로 갔다. 8일 저녁 빈소인 진주전문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은 고인을 기리며 그의 정신을 새겼다.

'농민운동가 고(故) 하해룡 의장 민주시민사회장 장례위원회'가 "추모의 밤"을 연 것이다. 올해 79세인 고인은 7일 새벽 지병으로 숨을 거두었다.

고인은 1981년 가톨릭농민회 진양분회에 입회하면서 농민운동을 시작했고, 1984년 '피망고추 불량종자 투쟁'을 주도했으며, 1993~1994년 진주시농민회 회장을 지냈다.

이후 그는 전국농민회총연맹경남도연맹 의장, 전국농민회총연맹 감사, 민주주주민족통일서부경남연합 상임의장, 진주시농민회 우리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 진주진보연합 상임대표, 6‧15진주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고문 등을 지냈다.

진주시농민회를 비롯해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장례위'를 구성했다. 정현찬 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이 상임장례위원장을 맡았다.

추모식에서 조병옥 전농 부경연맹 의장은 "아직도 한창이신데. 훈계하실 말씀이 많으실텐데, 들어야 할 말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전농을 생각하시면 쉬이 눈이 감기기 힘들었을 텐데, 어찌 이리 황망히 저희를 곁을 떠나십니까?"라고 했다.

조 의장은 "지금 들녘은 나락이 여물어가며 고개를 숙여갑니다. 푸르던 잎들 사이 노란 감이 익어갑니다. 익어간다는 것은 생의 한 과정이지만 가장 절정일 겁니다. 고개를 숙여가는 나락처럼, 온 우주를 담은 노란 감처럼 의장님은 늘 절정을 사셨습니다. 한생을 농민으로 살며 쇠락이 아니라 절정의 순간 흙으로 돌아가시는 당신의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라며 추모했다.

조병옥 의장은 "오늘 의장님을 생각하며 올리는 맑은 술은 의장님의 모든 생이 담겨 있습니다. 이 술잔에 한평생의 평가가 담기기 마련입니다. 의장님은 참 대인배로 사셨습니다"며 "후배들의 지도자셨고 동지였고 자랑스런 선배셨습니다. 그렇게 살아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라며 인사했다.

김재명 조국통일 범민족연합 남측본부 경남연합 의장은 추도사에서 "어느 날은 의장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는 중에 의장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고생이 많다. 그런데 너거들 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제발 느거들 끼리 다투지 마라 쪼꼬매 차이가 있다고 시기도 하지 말고 서로 보태가 일을 해도 모지랄낀데 같이해라'"라고 떠올렸다.

이어 "민중의 힘은 단결된 민중으로부터 나온다는 참 진리를 가르켜 주셨던 의장님"이라며 "통일은 지식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통일은 권력이나 무력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며 오로지 우리 민족의 힘과 지혜로 만이 가능하다는 말씀이셨습니다"라고 했다.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상임대표은 추도사에서 "지난 17일 병원, 오랜만의 만남에서 '고맙다, 이렇게 찾아와 줘서' 하시면서 '건강을 회복해서 밥은 꼭 한번 먹어야 겠다', 그리고 가능하면 '자주, 평등, 평화의 얘기를 더 하고 싶다'라고, 그 약속을 못 지켜주심에 원망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존경하고 사랑하는 정 많은 우리 의장님. 짧은 순간에 눈빛으로 주고 받은 간절함과 희망 많이 느꼈습니다"며 "농민, 비정규직, 불평등, 통일 등등등 평생 짐으로 지고오신 지게 이제 내려놓으시고 평온한 곳에서 저희들을 지켜 주십시오"라고 했다.

추모식 참가자들은 "불의에 맞서고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가장 앞장서서 실천하며 자기 자리를 지킨 천상 농사꾼. 약자와 함께하고 정의를 위해 싸우면서 '농민'이라는 자부심으로 들녘을 지킨 사람"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은 2019년 12월 <농정신문>과 인터뷰에서 "농민회 안했으면 바보로 살았을 거야"라고 말했다.

장례식은 9일 오전 발인에 이어, 고인은 진주시 금산면 가방리 선영에 묻힌다.
 
8일 저녁 진주전문장례식장에서 ‘농민운동가 고(故) 하해룡 의장 민주시민사회장' 추모의밤 행사가 열렸다. 정현찬 상임장례위원장.
 8일 저녁 진주전문장례식장에서 ‘농민운동가 고(故) 하해룡 의장 민주시민사회장" 추모의밤 행사가 열렸다. 정현찬 상임장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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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저녁 진주전문장례식장에서 ‘농민운동가 고(故) 하해룡 의장 민주시민사회장' 추모의밤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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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농민운동가, #하해룡, #진주시농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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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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