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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음성학회 Interspeech2022(2022.09.19 ~ 2022.09.22)이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로 개최가 되었는데, 온라인 총괄을 맡게 되었다.

작년부터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세계를 들썩이고 있다. 페이스북은 아예 사명을 '메타'로 바꿨고, 국내서는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술대회도 일반적인 온라인이 아닌, 메타버스에서 개최하기를 희망했고, 관련 일을 하던 나를 찾았다. 참가자들이 아바타가 되어 학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참가자는 발표자 포함 총 3,000명.

사무실을 집 근처로 이전을 해다. 사무실이 집이랑 가까우니 좋다. 그러나 나 혼자 쓰고 있다. 우리 팀은 특이하다. 정직원들이 아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 꾸준한 매출이 발생을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인건비가 부담스럽다. 나는 이것을 프로젝트팀 구성으로 해결하고 있다. 다행히 이 팀에 참여하는 분들은 항상 똑같다.

나는 그분들을 출근 시키지 않는다. 사는 곳도 다르고, 나는 두 분을 사석에서 만났지만 이 두 명은 서로 만난 적이 없다. 작년부터 원격으로 협업을 하고 있다. 원격으로 일을 하면 의사소통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팀은 메타버스에서 만나 회의를 하고, 서로 작업에 피드백을 하고, 의견을 공유했다. 회의는 항상 아이들을 재우고 난 밤 10시였다.

"사무실 출근을 하면, 업무시간 내에 일을 해야 하지만 원격으로 근무하니까, 업무효율이 높은 시간에 일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생산성이 좋아요."

디자인 담당 박은지님의 말이다. 매일 새벽에 작업 완료된 것을 공유하는 걸 보면 새벽 시간이 가장 업무 효율이 높은 시간인 것 같다.

주최 측과 회의를 하던 중 알게 되었다. 중국 본토 참가자가 약 40% 정도라고 했다.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원래는 발표자의 영상은 유튜브에 올리고, 논문은 구글문서로 공유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구글은 중국에서 접속이 안 된다. 유튜브도 안 된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만 했다.

다행히 바로 대안을 찾았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못해도 누구나 디자인을 할 수있는 서비스인데, 이곳에 동영상 업로드, 문서 업로드 그리고 공유가 가능했다. 그리고 중국 전역에서 접속이 가능했다. VPN(Virtual Private Network, 가상 사설망, 고객과 인터넷 사이의 보안 터널) 없이!

"실제로는 만나지는 못했지만, 온라인 상에서 만나 충분히 의사소통을 하니까 거리감도 느껴지지 않네요."

데이터 작업을 도맡아한 윤명희님의 말이다. 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오프라인 미팅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준비한 행사가 시작되었다. 다만, 나는 9월 18~19일 인천 송도 현장을 가야만 했다. 현장 참가자들에게 메타버스 사용법을 가르쳐줘야 했기 때문이다.

행사장의 한국인은 자원봉사자와 일부 참가자들 뿐이었고, 대부분은 외국인이었다. 한국보다는 해외에서 유명한 학회라서 그런가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외국 참가자들 중 가운데 행사 당일까지 한국 비자가 나오지 않거나, 한국에 입국하여 PCR검사를 받았는데 코로나 양성이 나온 참가자들이 생긴 것이다. 이번 행사가 메타버스에서 동시 개최였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행사 마지막날 각 발표 공간마다 불꽃놀이를 설치했다.
▲ 메타버스 불꽃놀이 행사 마지막날 각 발표 공간마다 불꽃놀이를 설치했다.
ⓒ 주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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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부 현장 참가자까지, 메타버스 참가로 바뀌게 되어 메타버스에서 논문 발표자가 더 많아지게 되었다. 매일 밤 9시~11시에는 메타버스에서 실시간 질의응답시간이 펼쳐졌다. 아직 해외 출국이 자유롭지 않은 중국 접속자가 가장 많았고, 프랑스, 인도, 미국, 영국 등 다양한 국가의 연구자들이 본인의 아바타로 접속을 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인공지능음성학회다. 인공지능(AI) 음성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다. 당연히 우리가 제공하는 디지털 도구들에 금방 익숙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디지털, 아날로그 중 편하고 쉬운 건 본인들에게 익숙한 방식인 것 같다.

발표자들의 자료는 구글폼으로 받았다. 그리고 메타버스 Spot에서 함께 접속하여 실시간 질의 응답이 이루어졌다. 논문 발표자가 부재중일 때도 질문을 남길 수 있게 Slido라는 Q&A 플랫폼을 활용했었다. 메뉴가 영어로 적혀 있고, 기본적인 메뉴얼을 제공했기에 모두가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응을 한 사람도 있었지만, 의외로 기본적인 질문도 많이 들어 왔다. 예를 들면 카메라, 마이크를 어떻게 켜고 끄는지, 화면 공유는 어떻게 하는지, 로그인 순서를 물어본다던지. 그리고 이에 대한 답변을 했을 때, 가장 많은 반응은 "오!(oh)" 였다.

이게 채팅이었기에 감탄의 "oh~" 인지 이렇게 쉽다는 표현의 "oh" 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건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새로운 디지털 도구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행사 종료 5분 전 모든 발표장에 불꽃놀이를 설치하고 음악을 틀었다. A Little Bitty Tear 국내에서는 '석별의 정'이라고 알려진 노래의 원곡이다. 신기하게도 아바타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불꽃놀이를 시작했다. 춤을 추는 아바타, 그룹을 지어 이야기하는 아바타들. 헤어짐이 아쉬운 건 아바타도 똑같았다.

메타버스를 가상을 초월한 세계라고 한다. 그리고 아바타가 활동을 한다. 하지만 아바타를 움직이는 건 사람이다. 결국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단지, 현실 육체가 아닌 아바타일 뿐이다.

메타버스를 어렵게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사회, 문화적 활동도 하고 경제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고,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 그리고 그 세상을 살아가는 건 결국 내 자신인 것이다.

태그:#메타버스, #SPOT, #가상세계, #원격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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