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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A여고가 진행한 학부모 대상 설문 용지.
 순천 A여고가 진행한 학부모 대상 설문 용지.
ⓒ 순천 A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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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립고교가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에서 '반대'가 많이 나왔는데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채 '0교시 수업'을 강행하기로 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밤 10시까지 14시간 30분 동안 학교에... "학교냐, 감옥이냐"

30일, 확인한 결과 전남 순천에 있는 A여고는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전체 학생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2학기 시정표 변경 동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A여고가 만든 시정표 변경 안을 보면, 등교시간은 3학년의 경우 기존 오전 8시에서 오전 7시 30분(2학년 오전 7시 40분, 1학년 오전 7시 50분)으로 30분 빨라진다. 이에 따라 1~3학년의 1교시 수업 시작 시각도 기존보다 30분 앞당겨진 오전 8시 30분이 됐다. '0교시 수업' 계획을 세운 것이다.

게다가 이 학교는 시정표에서 학생들이 귀가하는 시각도 오후 10시로 적었다. 방과후학교 2시간과 자기주도학습(야간자율학습) 2시간을 진행한 뒤 밤늦게 귀가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3 학생의 경우 하루 24시간 중에서 14시간 30분을 학교에서 지내야 한다.

이 학교는 해당 설문조사에서 학생과 보호자 이름을 적도록 하는 공개 설문을 진행했지만 '비동의'가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 B교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시정표 변경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비동의가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비동의가 60% 정도 나왔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60%까지는 아니지만 비동의가 동의보다 조금 높았다"고 말했다.

앞서 이 학교 C교장은 학부모들에게 설문지를 보내면서 '동의할 것'을 유도하는 듯한 서한문을 보내기도 했다. C교장은 서한문에서 "(시정표 변경을 위해) 우리 선생님들을 설득하였고,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학생과 보호자님들께 (시정표 변경 동의를) 간곡하게 호소한다"면서 "부디 학력 향상의 목표를 이루는 데에 힘과 용기를 주시라"고 부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동의' 결과가 더 높았는데, A여고가 기존 방침을 바꾸지 않은 채 변경 시정표에 따라 0교시 수업을 강행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B교감은 "시정표 변경은 학교장 권한이고, 이미 지난 18일 학교운영위 심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사항"이라면서 "이번 설문조사는 찬반투표라기보다는 동의 절차를 거치는 것뿐이었고, 비동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오는 9월 5일부터 바뀐 시정표에 따라 교육과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과 학부모 "학교 마음대로... 설문조사가 무슨 소용?"

A여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반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학부모는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오전 7시 30분에 등교해서 밤늦게까지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하라니 이게 학교냐, 감옥이냐"라면서 "자녀한테 물어보니 이번 학부모(보호자) 설문에서 비동의가 반을 넘어도 학교는 취소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그럼 설문조사가 뭔 소용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A여고 학생들도 오픈채팅방 등에 쓴 글에서 "어차피 설문조사 비동의 과반수가 넘든 말든 학교가 (우리의 말을) 들을 마음이 없다", "야자도 말로만 자율이지 거의 강제라고 봐야하는데, 학생들 의견을 듣지도 않고 (시정표 변경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증언했다.  

태그:#0교시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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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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