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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5일, 수문을 완전히 닫은 충남 공주보
 지난 6월 15일, 수문을 완전히 닫은 충남 공주보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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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21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민들이 반대하는 금강·영산강 보(洑) 해체는 불가하다. 보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소모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 객관성이 담보되는 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10년간 누적된 4대강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관련해서는 이미 종지부가 찍힌 상태다. 4대강 보 처리 문제의 최종 결정 권한을 갖는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2021년 1월 금강과 영산강의 보 5곳을 해제하거나 상시 개방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2019년 2월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2020년 9월 금강·영산강유역물관리위원회도 같은 판단이었다.

보 해체의 경우 구체적 방법과 시기를 중앙-지방정부, 지역주민들이 협의해 결정하면 되는 단계다. 환경부에선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이행 세부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한 장관은 '주민들이 반대하는 보 해체는 불가하다'고 언급했지만,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 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보 해체 결정 과정에서 보 해체에 찬성하는 주민 여론이 높은 것을 확인했다. 이제 와서 다시 주민들의 여론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 회의 자료에 실린 2019~2020년 주민여론조사결과. 보 해체 여론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 회의 자료에 실린 2019~2020년 주민여론조사결과. 보 해체 여론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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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한 장관은 최근 공주 가뭄으로 공주보를 담수한 사례를 들며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해갈'이라는 구상이 맞아떨어진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과연 그럴까. 물부족을 호소했던 공주시 정안면은 공주보 수위상승에 영향을 받지 않는 20km 너머 지역이다. 환경단체에서 이 점을 지적하자, 환경부 등은 공주보 담수로 생긴 물을 하류 지역에 공급하면 정안저수지의 방류를 줄일 수 있어 정안면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된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하지만 담수 당시 공주 지역의 강수량은 평년 대비 43% 정도 가뭄이었지만, 저수율은 평년 대비 102%였다. 농업용수 기준 저수율(평년대비 70% 이하 약한 가뭄, 60% 이하 보통가뭄)로는 가뭄 상태라고 확언할 수 없었다.(관련기사 : [의견] 환경부 '가뭄 대응' 공수보 담수, 정말 필요했을까)
     
실제 담수 이후 물을 상용하려 했던 공주 쌍신동에 있는 평야 '쌍신들'에는 한 방울도 사용하지 못했다. 쌍신들 물을 공급하는 쌍신양수장은 담수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14일부터 가동을 중지했다. 쌍신들 모내기가 끝났고, 비가 오면서 추가 물 공급이 필요 없어져서다. 때문에 가뭄을 핑계로 공주보를 담수했다는 의혹을 환경단체는 제기하고 있다.

한편 담수 후 공주보 상류에는 대규모로 펄이 쌓여 악취가 진동했다. 여기에 살던 꼬마물떼새, 흰목물떼새(멸종위기종 2급) 등의 생명들도 사라졌다.(관련기사 : 공주보 수문 닫은 결과, 이렇습니다)
 
공주보 담수 당시 충남 공주 정안천
 공주보 담수 당시 충남 공주 정안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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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보 담수 후 모습.
 충남 공주보 담수 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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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관의 인터뷰는 물관리기본법에서 정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의결을 부처에서 반대한다는 주장이다. 물관리의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행정체계나 거버넌스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4대강을 모니터링하고 검토해 온 환경부 조직인 4대강조사평가단의 역할을 객관적이지 않다고 평가하는 자기부정이다.

한 장관은 '보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도리어 현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다시 소모적인 논쟁과 정쟁으로 이끌려 하고 있다. 이런 시도가 중단되기를 바란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하천의 기후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탄소흡수원인 하천의 본래 기능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어나고 있는 녹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조류독성의 위험으로부터 대한민국 국민을 지키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은 다시 보 해체를 부정할 때가 아니다.

태그:#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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