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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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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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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에 오는 아이는 대부분 정해져 있다. 전교생 중 20%만이 학교도서관을 찾는다. 하지만 나머지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도서관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 어쩌면 책을 대출하고 싶은 마음이, 끌림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와 함께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은 책을 선택할 때 친구의 추천이나 비슷한 책을 대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학생은 자기 학년보다 높은 책을 대출하는 경우도 있었고 어른 책도 가끔 빌리고자 했다. 특히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가 3, 4학년일 것이다. 이 시기에 스스로 선택하고 책 읽을 시간을 많이 만들어주는 환경이 필요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책을 접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읽는 행위에 멀어지기 때문에 지금 시기를 놓치면 독자로 성장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 읽는 독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의욕과 동기부여를 부여해야 한다. 어른들도 모범을 보여주어 마음을 다독여 주고 칭찬해 주는 시간이 많아져야 하겠다.

책 상담은 이렇게

ADHD(주의력 결핍)를 가진 A군은 반 아이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아이였다. 그 아이를 저학년 때부터 봐왔지만 그렇게 심할 정도로 행동을 할지 몰랐다.

고학년 때 그 아이가 자주 도서관을 들렀다. 어눌한 말로 "선생님, 3D로 보는 책이나 동물과 관련 책 없나요?" 3D 안경으로 볼 수 있는 그림책 <빨간 안경>과 <진짜 진짜 재밌는 그림책 파충류>를 알려 주었고 또 어느 날에는 "선생님, 숨은 그림 찾기 책 찾아주세요" 등 횟수가 늘어나니 그 아이와의 대화시간도 길어지고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그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보고 싶은 마음이 채워졌다. 그 반대의 아이도 몇몇 있지만 A에게 신경이 더 쓰인 것은 책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느 방향으로 책을 읽게 하고, 어떻게 자료를 활용할지 방향을 잡아 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다니엘 페나크는 <소설처럼>이라는 책에서 "어른은 아이가 스스로 능동적으로 책을 읽을 때까지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책을 고르고 읽을 수 있는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의 성향과 성격, 좋아하는 것들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아가는 상담이 필요하다.

모든 아이에게 책의 수준을 딱히 선정할 수 없지만 그 아이의 성향에 따라 필요에 따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선생님이 먼저 그 책을 읽어보고 아이에게 적당한 수준인지, 좋아하는지를 추천하는 것이다. 그런 여유가 되지 않으면 관련 정보 책들을 읽고 끄집어낼 수밖에 없다.

요즘 아이에게 책을 추천하는 것은 특히 쉽지 않았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스스로 책을 선택하고 대출해가지만 나와 친한 아이들은 추천을 원한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동원하여 추천하지만 그 정보가 떨어진 경우 권장도서를 추천했다. 다음으로 우리 도서관에서 또래 아이들이 가장 많이 대출한 책이나 인기 있는 책을 건너 주었다.

다음이 한계다. 추천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원하는 책, 좋아하는 책을 파악하지 못할 경우 아이는 실망하기 일쑤다. 추천할 책들은 상당한 노력과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주제별 북 큐레이션을 통해 책을 전시하거나 알리는 것도 사서의 역할이다. 책 처방전이나 성격 유형별로 파악한 MBTI 책, 작가의 손편지가 적힌 문장의 책 등 도서관 공간을 꾸며 눈이 가고 호감이 가도록 손에 닿도록 전시하는 것도 추천의 일부분이다.

어린이는 평생독자가 된다

아이에게 책을 이야기할 때 공감해주거나 헤아려 주는 것도 그 아이에게 평생독자로 성장하는 힘을 키워줄 것으로 믿는다. 아이가 동화책을 읽어야 할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공감능력 키우기'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거나 감정이 공감하는 것은 어른도 어려운 일이다. 동화책 속 공감능력을 키우고 생각하는 시간,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정직한 독자로 성장하는 길이 될 것이다.

선생님이 어린이에게 독서를 가르치는 목표는 당장에 책을 몇 권을 추천하고 이해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늘 책을 읽는 어린이로 평생독자가 되게 하는 것이다. 지식을 키우는 재미 이야기에 빠지는 재미 알 듯 말 듯한 감정을 곱씹는 재미로 책 읽기를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로알드 달의 동화 <마틸다>에서 주인공 마틸다는 "어린이들은 어른들만큼 심각하지 않고 또 웃는 것을 좋아하거든요"라고 말한다. 실제로 어린이책은 대체로 재밌다. 재미있는 책은 아이들은 상상력을 풍부하게 키워줄 뿐만 아니라 책과 가까워질 수 있다. '나는 어떤 독자인가' 어린이 자신이 어떤 책을 읽을 때 즐거움을 가지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란 있을 수 없다. 단지 좋은 책을 발견하지 못한 아이들만 있을 뿐이다." (프랭크 세라피니)

소설처럼 - 우리시대의 지성 5-016

다니엘 페나크 (지은이), 이정임 (옮긴이), 문학과지성사(2004)


태그:#평생독자, #독서, #공감능력, #학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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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입니다. 학교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아이와의 공감시간을 좋아합니다. 도서관이 가진 다양한 이야기를 알리고자 가끔 글로 표현합니다. 때론 삶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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