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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원전 가스터빈 부품업체인 '진영TBX'를 방문해 공장 설비를 살펴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원전 가스터빈 부품업체인 "진영TBX"를 방문해 공장 설비를 살펴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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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정치인들은 에너지 문제, 기후위기 문제, 원자력 문제가 지구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국민들의 안전에도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더 중요한 문제가 표를 얻는 일이다. 표를 얻어 대통령, 국회의원이 되고 또 재선이 되고 삼선이 되고 싶은 욕망이 모든 것을 삼켜 버린다."

박종권(71)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가 한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원자력(핵) 발전 산업'을 강조한 데 이어 6‧1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들도 비슷한 공약을 내건 데 대한 비판이다. 

지난 대선 때 '탈원전으로 경제 폭망'이라는 주장에 이어 최근에는 '소형모듈원전(SMR)' 이야기도 부쩍 많이 나오고 있다. '소형모듈원전' 설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언급하고 있다.

박종권 대표는 "윤석열 당선 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이라든지 고리2호기 수명연장 시도, SMR까지 마치 원전 르네상스를 맞이한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따지고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은행 지점장 출신인 박종권 대표는 탈핵 안내서 <판도라, 핵 발전의 몰락>을 펴내기도 했다. 다음은 박종권 대표와 27일 나눈 대화다.

-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때 '탈원전 폐기' 공약을 내세웠다. 우리나라 원전산업이 다시 부흥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착각이다.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주가는 6개월 전에 2만 4600원이었다가 지난 2월 15일에는 1만 5450원까지 떨어졌다. 윤석열 당선 후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고 3월 14일에는 2만 3350원까지 올랐다. 한 달 만에 50% 이상 상승했다. 그러다가 4월 27일에는 2만 300원까지 떨어졌다. 돈 냄새에 아주 민감한 주식시장에서 원전 산업에 대한 기대는 불확실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나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의 뜻에 따라 어떤 산업이 흥하고 망하지 않는다. 1995년 우리나라 수출액이 1000억 달러였을 때는 그럴 수 있었다. 지금은 수출액이 6000억 달러로 6배나 커졌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산업이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다."

- 우리나라가 원전 기술 최고국가이고 원전 수출시장을 주도하겠다고 하는데.

"윤석열 당선인이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세계원자력기구(IAEA)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신규 가동 원전 현황이 2018년에 9기, 2019년에 6기, 2020년에 5기, 2021년에 6기, 4년 동안 모두 26기가 신규 가동됐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4기, 러시아 6기, 아랍에미리트 2기, 한국 1기, 인도 1기, 파키스탄 2기, 벨라루스 1기 등이다. 신규 시장의 80%가 중국, 러시아인데 그들은 자국회사가 건설한다. 우리가 수출할 곳이 어디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80기를 수출한다고 큰소리 쳤지만 12년 동안 단 한 기도 수출 못한 이유를 알아야 한다."

- 허성무 창원시장 후보도 소형모듈원전(SMR)을 개발하여 원전 산업을 진흥시키겠다고 하는데.

"SMR은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고 이미 15년 전부터 개발해 왔다. 국내 담수화용 원전으로 추진됐으나 2007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고 과학기술부가 공식 폐기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수출용으로 재추진했으나 한국전력공사가 컨소시엄에서 탈퇴해 무산됐고 박근혜, 문재인 정부가 수출용으로 재추진 중이다.

SMR은 원전 건설을 공장에서 모듈화하여 제작하고 가압기, 펌프, 증기발생기 등을 하나의 용기에 넣어 안정성을 높이면서 건설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성 문제가 있다. 규모의 경제를 포기하고 소형으로 하면, 많이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이 여러 곳에 분산된다.

국가중요시설인 원전이 여러 곳에 산재한다면 테러, 지진, 산불 등 여러 위험에 노출된다. 웨스팅하우스가 300MW 소형으로 건설하다가 경제성을 맞추지 못해 600MW, 1000MW 로 변경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회사가 망했다."

- 두산에너빌리티와 관련 하청업체들이 탈원전 정책 때문에 폭망했다고 주장한다.

"원전 마피아들은 탈원전 때문에 경남경제와 창원경제가 망했다고 계속 주장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만이 원전산업을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많은 창원 시민이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건설을 중단했던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했고 기존 가동 중인 원전은 수명 때까지 가동을 약속했다. 24기이던 원전이 문재인 정부 이후 28기까지 증가할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어려워진 것은 건설 부문에 많이 투자했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게 밝혀졌고 원래 원전 매출은 10% 내외에 불과했다. 석탄 발전 사업이 주력이었는데 신규 석탄 발전 건설이 어려워지고 해외 건설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창원상공회의소 자료에 의하면 창원지역 원전 관련업체는 모두 67개사인데, 2016년 전체 매출액이 8200억 원이었다. 그런데 2017년에 8300억 원, 2018년 매출액 역시 8300억 원으로, 2016년 대비 오히려 100억 원이 증가했다. 그런데 왜 탈원전 때문에 창원경제가 망했다고 주장하는가. 2016년 이후 창원시 사업체수와 종사자수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창원 사업체수는 2016년 8만 4991개, 2019년 8만 6643개였고. 종사자수는 2016년 44만 8000명, 2019년 45만 2000명이었다."
 
‘체르노빌 핵사고 36주년 전국동시다발 행동’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앞에서 탈핵시민행동 소속 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참석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원전 확대’를 주요 에너지 정책으로 내세우며, ‘신규 핵발전소 건설’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추진’등을 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핵산업계의 이익만을 대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체르노빌 핵사고 36주년 전국동시다발 행동’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앞에서 탈핵시민행동 소속 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참석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원전 확대’를 주요 에너지 정책으로 내세우며, ‘신규 핵발전소 건설’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추진’등을 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핵산업계의 이익만을 대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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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탄소배출이 적은 원전을 다시 건설해야 한다고 하는데.

"단순하게 생각하면 맞는 말처럼 보인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이 원전을 포기하고 재생에너지로 달려가고 있다. 미국은 원전을 사실상 포기했고 일본 역시 54기를 가동하다 10년 이상 9기 이하로 운영하고 있다. 국민 저항 때문이다. 다시 원전을 건설한다 해도 가동까지 10년 이상 걸리고 전 세계적으로 원전을 가동할 만한 국가는 많지 않다.

선진국은 국민 반대가 심해 원전을 건설하기 어렵고 핵폐기물 처리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기후위기는 10년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지구 평균온도 1.5도 상승하는 데 불과 7년 2개월 남았다고 한다. 석탄발전소 조기 퇴출하고 태양광, 풍력을 급속도로 확대하는 것이 기후위기를 막는 유일한 길이다. 다행히 태양광, 풍력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가격도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 그래도 가장 값이 싼 원전이 우리 경제에서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원자력이 싸다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뿐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안전 비용을 제대로 치르지 않고 사고 피해 보험을 제대로 들지 않기 때문이다. 10만 년을 관리해야 한다는 핵폐기물 처리 비용도 제대로 계산하지 않는다. 미래 세대에 비용을 떠넘기고 지금 싸게 원전을 이용하는 것이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시 들어간 비용이 5600억 원이었는데 같은 형태의 캐나다 젠틀리 원전은 무려 4조원이었다고 한다. 젠틀리 원전은 당연히 수명연장을 포기했다."

- 지금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수명연장 금지 정책을 뒤집고 윤석열 당선인이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문재인 정책을 반대만 하면 인기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고리2호기는 650MW짜리 중소형 원전이고 40년 가동한 노후 원전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명연장이 어려울 것이다. 

첫째,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에 수명을 연장할 때는 원자로 시설의 계통, 구조물, 기기에 대해서 '최신 운전 경험과 연구결과' 등을 반영한 기술수준을 적용해서 안전성을 평가해야 한다. 과거 월성1호기 수명연장 때는 최신기술이 아니고 건설 당시의 기술수준을 적용해서 안전성 평가를 했고 법원으로부터 위법 판결을 받았다. 그래서 고리2호기에 최신 안전기술을 적용하면 안전 보완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경제성이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둘째, 중대 사고를 포함하여 방사선영향평가를 해야만 한다. 과거 수명연장 시에는 중대 사고를 제외하여 영향평가를 하였으나 헌법재판소가 중대 사고를 포함하도록 판결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중대 사고를 포함하여 영향평가를 한 적이 없다.  200만, 300만 명을 대피시키는 영향평가를 과연 할 수 있을까?

셋째, 부산시 요청으로 방사선비상계획 구역이 20~21km 에서 28~30km로 확대되어 주민 의견수렴을 과거 46만 명에서 335만 명으로 확대해야 한다. 335만 명 의견 수렴을 현실적으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엄청난 저항이 예상된다."

- 창원시장선거에 나선 허성무 후보(더불어민주당)와 홍남표 후보(국민의힘)가 SMR 지원과 원전 산업 육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혹세무민이다. 시민들은 탈원전 정책 때문에 두산중공업이 어려워졌고 관련 하청업체들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막연히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의 창원시장 임기 중 원전이 살아날지 죽을지 알 수도 없다. 왜냐하면 문재인 임기 중 원전이 줄어들지도 않았고 경남이나 창원시 전체 경제가 위축되지도 않았다. 그냥 선언일 뿐이다. 실제로 원전 건설로 이어질지 알 수도 없다."

- 원전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신규 건설이 없으면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될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2027년까지 수명연장할 원전이 10기다. 이 10기를 수명연장하지 않고 지금 가동률 50%도 안 되는 가스발전으로 대체하면 1년에 3조 5000억 원 인상효과가 있다. 10기의 연간 발전량은 590억kwh, 가스발전과 원전 발전단가 차액은 1kwh에 60원이다.

우리나라 연간 전기소비량이 5200억kwh이니까 1kwh에 7원 인상되는 것이다. 7원 인상이면 한 달 한 가정 전기요금 인상액은 1995원이다. 우리나라는 한 가정 월 평균 소비량이 285kw/h다. 대폭 인상이라고 할 수 없는 금액이다. 노후 원전 수명연장하지 않고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는데 한 달 1995원이면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 안전에 공짜는 없다."

- 환경단체는 원전의 사고 위험성을 계속 주장하는데.

"원전 기술과 안전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는 것만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산불, 지진, 태풍 등이 더 심해지고 그만큼 원전도 더 위험해진다. 지난 태풍과 산불에서 원전이 얼마나 취약한지 알게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원전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폭염으로 냉각수 공급이 어려워 프랑스는 원전을 멈춰야 했다.

그리고 사람의 실수와 비리는 막을 수가 없다. 그동안 사람의 실수와 비리로 대형사고가 일어났고 우리나라도 몇번이나 사고 직전까지 갔다. 비상케이블 시험정적서 위조사건, 고리1호기 블랙아웃 사건, 불량부품 납품 사건 등은 원전의 기술발전과 상관이 없는 일이다. 안전불감증이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에서 원전은 그 자체가 위험이다. 단 한 번의 대형 사고로 울산산업단지가 폐쇄되고 부산항만이 폐쇄돼 수출이 전면 중단된다. 국가 경제를 일순간에 파산시킨다."

- 석탄도 안 되고, 원전도 안 되면 전기는 어떻게 공급하나?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원전은 노후 원전부터 중단하고 전기소비를 대폭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영국, 독일보다 두 배만큼 소비하는데 전기 소비를 30% 줄이는 건 현재 우리 기술로 어렵지 않다. 30% 줄이면 당장 노후원전 10기 중단하고 노후 석탄발전 20기를 없앨 수 있다. 안전한 사회 만들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1인당 전기소비량(2020년)을 보면 영국 4200kwh, 독일 5900kwh. 이태리 4800kwh인데 한국은 1만 200kwh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정치인들은 에너지문제, 기후위기 문제, 원자력문제가 지구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국민들의 안전에도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표를 얻는 일이 더 중요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기업의 전기요금 올려서 그 돈으로 재생에너지 육성하겠다고 했고, 유승민‧홍준표 의원은 원자력 대신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전 지사는 제주지사 시절에 2030년까지 제주도 전체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했는데 지난 대선에서는 원전을 강조하고 재생에너지를 비판한다. 유권자들이 힘을 합쳐 정치인을 압박하지 않으면 해결 방법이 없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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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탈핵경남시민행동, #박종권 대표, #소형모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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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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