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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일주일에 한번, 월요일 밤은 시 낭송 수업을 받는 날이다. 밤 8시, 수업 중인데 남편에게 전화가 온다. "무슨 일이에요?" 하고 물으니 서울에서 막내딸과 사위가 집에 방금 도착한다고 얼른 집으로 오라고 한다. 매번 그런다.

막내 사위와 막내딸을 미리 온다고 약속도 없이 군산에 도착 후 연락을 한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지금은 그런가 보다 하고 놀라지 않는다. 남편이 항상 힘들다고 못 내려오게 하니 두 사람이 선택한 방법이다.

서점에서 한달음에 집으로 뛰어오니 엘리베이터 앞에서 딸과 사위를 딱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막내사위를 안아주려 하니, 막내 사위는 웃으면서 "어머니 잠깐만요, 코로나 조심해야 해요"라는 말을 한다. 막내딸과 사위는 오미크론 확진이 되어 일주일 격리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걱정되었나 보다. 막내라서 그런지 딸과 사위를 보면 유난히 애틋하다.

코로나로 힘들었던 거리두기가 18일부터 해제되었다. 사람들을 모두가 환호를 외친다. 우리 부부에게 서울에 올라오라고 매번 말했지만 우리는 코로나 핑계로 움직이지 않고 지내왔다. 정부의 거리두기 해제가 발표되고 딸과 사위는 한걸음에 밤 일을 마치고 군산으로 달려왔다.

코로나가 발생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일상의 자유로움이 사라지고 얽매여 살았던 긴 시간이었다. 코로나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지만 일단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떼었다. 아직은 조심해야 하지만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마음으로 느꼈던 답답함에서 해방된 것 같다.

우리 부부도 그동안 조심스러워 서울 딸들에게 방문하는 걸 자제하고 지내왔었다. 막내딸과 사위가 우리가 보고 싶다고 내려온 것이다. 딸은 오자마자 엄마 도와 줄일 이 없나 살핀다. 맨 먼저 공기청청기 필터부터 분리해 청소를 한다. 그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닌데 나는 매번 미루고 손을 대지 않는다.

딸과 사위는 밀렸던 사는 이야기를 한참을 한다. 그동안 어려웠던 일, 사는 건 쉬운 일이 없다. 작은 레스토랑 운영을 시작했는데, 코로나 시기를 견뎌낸 일 등등... 말을 들으면 마음이 짠해진다. 사는 일은 견디는 일이다. 여태껏 잘 견뎌 냈으니 잘하리라 믿어보고 싶다. 고생했을 막내 사위 손을 어루만져 준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젊은 사람은 아침을 먹지 않는다. 나는 뭐라고 먹이고 싶어 시도해 보지만 말을 듣 지 않는다. 늦게야 일어나 자기들 일 보러 시내 나갔다. 점심은 사위 좋아하는 생선집에서 우럭탕을 먹었다. 생선탕 한 그릇에 이만 원 하던 값이 오천원이 올라 이만 오천 원이 되었다. 정말 외식도 쉽지 않다. 그러나 좋은 사람과 맛있는 걸 먹는 것은 즐거움이다. 식당은 거리두기가 해제되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다. 

식당엔 사람이 많아 소란하고 활기가 돈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오늘 점심은 엄마가 산다." 이 나이에 용돈 벌어 밥도 사고 기분이 썩 괜찮다. 모든 게 감사할 따름이다.

밤을 먹은 후 막내 사위와 딸은 서울로 떠난다. 밥 한 그릇 먹여 보내고 뒤돌아서는 마음은 섭섭하다. 오월에 서울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딸과 사위는 떠났다. 
 
산책길, 산 벚꽃이 지지않고 우리를 반긴다
 산책길, 산 벚꽃이 지지않고 우리를 반긴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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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허전한 마음을 안고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산책길에 만나는 나무들 초록은 하루가 다르다. 나뭇잎들이 연둣빛으로 보기가 좋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환해진다. 길을 걸으며 아직 지지 않고 피어 있는 산 벚꽃 사진도 찍고 예쁘게 핀 야생화 사진도 찍는다.

자연은 언제나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딸과 헤어진 허전한 마음을 야생화 꽃이 다독여 준다. 군산의 봄은 바람으로부터 온다. 특히 오후에는 바람이 세다. 바닷가 항구도시라서 그럴 것이다. 군산의 봄은 바람과 함께 지나가고 어느 날 갑자기 여름이 온다.
 
산책길에서 만난 야생화, 괴불 주머니
 산책길에서 만난 야생화, 괴불 주머니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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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말없이 바람을 맞으며 산길을 걷는다. 삶이란 모두가 각자의 길을 걸어간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도 자기만의 삶이 있는 것이다. 막내딸과 사위는 바람 같이 왔다가 바람 같이 떠났다. 그게 인생인가 보다.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모두 각자의 일상으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 실립니다.


태그:#코로나 거리두기 해재, #막내 사위,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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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설원 이숙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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