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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자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
 13일 자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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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자 <중앙일보>에 "검수완박? 보도 듣도 못한 비상식적인 말"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대니 전 미국 뉴욕주 브루클린 지방법원 판사를 전화 인터뷰한 것으로 온라인판에는 <[단독]"검수완박 듣도 보도 못해" 美 한국계 판사도 놀랐다>라는 제목으로 올라 있다. 

필자는 미국 로펌에서 일하는 뉴욕주 변호사로 <중앙일보>의 편파적 기사를 읽고 놀랐다. 이 기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막기 위해 몇 가지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한다.
 
전 판사는 "미국은 연방이든 주든, 경찰이나 연방수사국(FBI)이 얼마든지 알아서 수사를 시작할 수 있지만, 일단 검찰로 송치를 하면 검사가 모든 수사권을 갖고 사건을 지휘·통제한 뒤 수사종결권을 행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며 "미국 법전에 검찰의 수사 및 기소권이 보장돼 있고 이는 형사소송법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기사에서 대니 전 판사는 이렇게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과 많이 다르다. 일단 검찰로 송치되기 전 연방수사국이나 경찰의 수사권을 보장해주는 미국 법은 현 대한민국 수사와 관련된 법안들과 많은 차이점이 있다.

미국의 연방법과 주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연방 검찰을 기준으로 연방 검사가 여러 연방 수사청을 통해 수사 권한은 보장받으나 경찰이나 연방수사국에 관해 수사지휘 권한은 인정되지 않는다. 대니 전 판사가 말하는 수사종결권은 미국법상 존재하지 않는다.

경찰이나 연방수사국이 검찰의 법 자문을 통해 수사를 진행하고 용의자를 검찰에 송치한 후에 검찰의 판단 아래 불기소 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수사종결권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건 절대 옳지 않다. 나아가 미국 연방 검찰은 대부분의 사건에 있어서 대배심원(grand jury)을 통해야만 기소를 진행할 수 있다.

미국에서 검찰의 수사참여에 대해 설명하면, 모든 검찰에 면책특권(prosecutorial immunity)이 주어진다. 검찰의 잘못된 기소나 공소에 관하여 책임을 면제받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 면책특권은 검찰이 수사 참여 시 한 행동에 대해서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비교적 최근 연방법원 판례를 보면, 검찰이 목격자 소환 영장을 요청할 경우 검찰의 면책특권은 적용이 안 된다. 목격자 소환 영장 요청은 대체로 경찰의 업무이기 때문에 검찰이 경찰처럼 수사에 관여하는 경우 검찰의 기소와 공소에 관해 면책특권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명백한 사법적 인식이 있다는 의미다.

대니 전 판사 말처럼 검사가 모든 수사권을 갖고 사건을 지휘 통제한다는 건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다시 말해, 그가 말하는 검찰 송치 뒤 검찰의 행보는 수사의 영역이 아닌 기소 여부를 따지는 검찰의 기소 권한 사용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찰은 어떤 영장이든 법원에 요청할 수 있다
 
경찰이 못 갖는 검사 고유 권한에 대해 그는 "예를 들어 모든 소환장은 검찰이 보내지만 경찰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소환장을 거부했을 때의 강제구인 영장, 압수수색 영장, 구속명령 요청(구속영장) 등도 모두 검찰이 법원에 신청하게 돼 있으며, 모든 증거물 분석과 참고인 소환조사, 기소 요청까지 검찰이 다 한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직접)기소를 해야 되니까"라고 잘라 말했다.

<중앙일보> 기사에서 대니 전 판사는 이런 주장도 했으나, 이는 용의자가 소환장을 거부하는 특수한 상황을 전제로 하여 실제 대다수의 영장 요청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왜곡하고 있다.

한국은 헌법 제12조 3항에 따라 모든 체포 구속 압수 영장은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원이 발부하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 검찰의 동의가 없다면 대한민국 경찰은 그 어떠한 체포 구속 압수 수색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과 같은 이런 헌법 조항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연방법에 지정된 영장 요청권이 경찰을 포함한 모든 법 집행기관에 있다. 따라서 미국 경찰은 자신들의 판단 아래 어떤 영장이든 법원에 요청할 수 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3항이 살아있는 한 그 어떠한 검찰의 수사권 분리도 유효하지 않다. 영장요청권이 검찰에 있는 한 그럴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일명 '검수완박' 법안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을 대대적으로 조율하는 과정은 검찰 정상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 가능하지만 수사와 기소를 원칙적으로 완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검찰은 법 자문이나 경찰 비리 같은 특정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참여해야 하고, 경찰도 필요에 따라 추가 수사나 증거 수집을 통해 기소에 비간접적이라도 참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중앙일보, #검찰, #검수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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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에서 거주하는 재외동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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