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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유채꽃밭에 부산시 선관위 직원들이 6·1 지방선거 투표 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유채꽃밭에 부산시 선관위 직원들이 6·1 지방선거 투표 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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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가 걸어온 길

지방자치는 의회정치와 더불어 민주주의의 양대 골격이다. 해방 전 신탁통치를 염두에 뒀던 미국은 급속한 냉전의 전개에 한국을 자주독립국가로 탄생시키기 위한 준비를 했다.

지방자치와 관련해서 일제 시대 지방기구들을 해산·폐지하고 지방자치 실시에 필요한 새로운 제도적 장치, '도 及(및) 기타 지방의 官公吏, 會議員의 선거(선택)'(미군정 법령 제126호), '서울특별시 憲章(Charter)' 제정, 조선임시민주정부 헌장(헌법) 등을 마련했다(제10장 지방정부 등). 이 헌장은 후에 대한민국 헌법 제정에 반영됐다(법원행정처, <미군정법령집> / 박태균, <버치문서와 해방정국>).

정부 수립 후 이승만 정치세력과 경쟁 관계에 있던 정치세력들은 지방자치 실시를 주장했으나, 이승만 세력에 의해 거부당했다. 지방자치 실시를 완강하게 거부했던 이승만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 관철을 위한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지방의원을 동원했다.

이승만은 종전의 태도에서 돌변하여 정전 협정 체결 전인, 한국전쟁 기간인 1952년 지방의원 선거를 전격적으로 실시했다. 전쟁 상황이라 서울시 의원, 경기도·강원도 의원 선거를 실시하지 못했으며, 나머지 도의원과 시·읍·면의원 선거를 실시했다.

1956년에는 두 번째 지방선거를 실시하는데, 일부 시장·읍장·면장 선거와 서울시·도의원, 그리고 시·읍·면의원 선거를 실시했다. 1952년 도의원 선거, 시·읍·면의원 선거는 중선거구제로, 1956년 서울시·도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로, 시·읍·면의원 선거는 중선거구제로 실시했다. 이승만 정부가 장기집권을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한 지방자치는 결국 파행적 운영으로 치닫게 되고, 제1공화국은 종말을 고한다.

이러한 지방자치의 왜곡된 과정은 반면교사가 되어 제2공화국 헌법에 지방자치단체장의 직선이 규정되고(제97조제2항;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은 법률로써 정하되 적어도 시·읍·면의 장은 그 주민이 직접 이를 선거한다), 1960년 최초로 전면적인 지방자치 선거가 실시됐다. 서울시장·도지사 선거, 시·읍·면장 선거 그리고 서울시·도의원 선거, 시·읍·면의원 선거가 실시됐다. 서울시·도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로, 시·읍·면의원 선거는 중선거구제로 실시됐다. 전술한 제1~2공화국 모든 지방선거에서 정당은 후보자를 추천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민국선거사>).

박정희·전두환 군사정부는 지방자치를 중단·말살시켰다. 지방자치의 긴 죽음, 암흑시대였다. 유신시기 지방자치 실시를 주장하면 비상군법회의 심판에서 긴급조치 위반으로 처벌됐다.

1987년 6월 국민항쟁 등으로 민주주의 부활의 싹이 트기 시작하면서 제13대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지방자치 재실시의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획일적 중앙 통치에 능숙한 군사정부의 근성은 노태우 정부에 그대로 이어졌다. 그러한 타성이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정의당과, 1990년 1월 보수 3 정당의 합당으로 거대 여당이 된 민주자유당은 각각 세 차례 정치적 합의사항과 실정법을 위반했다.

간난 끝에 1991년 지방의원 선거가 분리 실시됐다. 시·도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로, 자치구·시·군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 중심(1인 선거구 2844개 / 2인 선거구 695개 / 3인 선거구 22개 / 4인 선거구 1개로 실시)으로 실시됐다. 당시 민주자유당의 지방의원 선거구제는 중선거구제였으나 바뀐 이해관계로 정치협상에서 소선거구제로 변경했다[이상환, <지방자치법 이렇게 만들어졌다>, "선거법 변천의 입법사적 고찰"(한세정책 1996.04.) 등].

이후 1995년 제1회 동시(4대)지방선거에서부터 2002년 제3회 동시지방선거까지 시·도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로, 자치구·시·군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 중심으로 실시됐다. 제1회 동시 지방선거에서 시·도의원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2005년 8월 4일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2006년 제4회 동시지방선거에서 자치구·시·군의원 선거를 2인 이상 4인 이하 선출 중선거구제로 변경하고, 자치구·시·군의원 비례대표제가 시작돼 현재에 이른다.

정치권이 '협의의 정치'를 실현하려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화상연설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화상연설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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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과정에서 정치교체, 통합의 정치, 국민통합 실현 방안 중의 하나로 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를 '2인 이상 4인 이하'에서 '3인 또는 4인'으로 변경하는 대국민 약속, 공약 등의 실현을 두고 여야가 의견대립 중이다.

바라건대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부터 통합의 정치, 협의의 정치를 실현하려면 지방의원 선거를 지역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 선출 의원 정수를 의원 총수의 각각 2분의 1씩으로 하고 이를 연동형으로 선출하는 독일 선거방식, '인물화된(personalisierter)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주민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의 상대적 완결성과 선거결과 협의제 민주주의, 통합의 정치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비례위성정당, 비례전문정당의 재출현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성정당 등에 대한 조사와 비례 후보자 추천이 민주적 심사 및 투표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 조사해 그 여부에 따라서 정당 등록 취소와 후보자 등록을 무효화한다.

또한,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정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자를 동시에 추천하도록 하고, 위성 정당 등에 후보자 분산 추천을 금지하기 위해 그 추천 후보자 수를 지역구의 경우에는 그 정수의 5분의(~10분의) 1 이상을, 비례대표의 경우에는 그 정수의 2분의(~5분의) 1 이상을 추천하도록 하는 것 등이 있다.

더 바라는 것은, 2005년 4월 28일 여야가 합의했던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이뤄 경쟁력을 갖춘 온전한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것이다[제17대 국회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위원회', 2006.02.27. 채택 보고서; 도의 분할 또는 폐지, 특별시·광역시 개편 논의, 시·군·구 통합-통합 시·군·구에 행정구 설치, 자치구의 행정구로 전환, 시·군·구 통합기준과 행정 및 재정 인센티브 제시로 통합 촉진-주민투표 실시, 읍·면·동에 한정된 자치권(準 자치기능) 허용, 도의 국가위임사무 처리 국가지방특별관서의 통합-大권역별 지방광역행정기구(가칭, '국가지방광역행정청') 설치, 제17대 대선 공약 제시, 제18대 국회 입법 처리, 국민투표 실시 등]. 지금까지의 지방자치, 특히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중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의 장단점을 역으로 갖고 있다. 대표성의 문제, 동일 정당 소속 후보자간 경쟁, 선거비용 증가 등의 문제가 있다. 중선거구제는 1955년 일본 보수 정치세력의 통합(자유민주당)과 유지를 위한 선거구제로 결국, 정치부패, 계보정치, 정치 기능의 정체·퇴행의 온상으로 낙인, 비판의 대상이 되어 폐기됐다[다케시다 노보루(竹下登)은 회고록, <정치란 무엇인가>에서 중선거구제에서는 불량품 의원이 나온다고 비판함. 중선거구제는 선거구역·선출 의원 정수 등에 따라 안일한 선거구, 안정적 선거구, 경쟁적 선거구, 살육적 선거구로 구분함].

중선거구제는 제1당 등 강자의 이익을 위한 제도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회의원선거에서 '1 선거구 2인 선출'의 변형된 중선거구제를 실시한 바 있다. 이 특이한 제도는 박정희 유신체제, 전두환 정부 등 군사정권의 지도자, 장충체육관 등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선출된 대통령(총통)을 안정적으로 보필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당에게 국회의 과반수 의석을 손쉽게 줬다.

최소한 동반 당선으로, 조금 잘하면 복수 추천으로 1 선거구 2인 선출 모두의 당선을 확보하는 제도, 여기에다가 의원 정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유신정우회, 의원 정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전국구의석을 지역구 당선 제1당에게 3분의 2의석을 배분하는 전국구선거(직접선거 원칙 등 위배) 프리미엄제가 있었다. 이것은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기상천외한 제도로 세계 의원선거사에 꽤나 별난 반민주적 제도로 소개됐을 것이다.

지난 제20대 국회 말 물리적 대치로 여야 국회의원들의 상호 무더기 고소·고발 등 추악한 사태를 초래하면서 어렵게 입법된 크게 미흡한 형태로 그나마 제한적인 연동형비례대표제, 그것마저 정치적 암수로 무력화 시키는 상식과 도의를 짓밟는 통탄할 야만적 행위를 보면서 정당, 국회의원에 대해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빠졌었다.

필자는 1988년 정책전문위원으로 정당에 입문하여 비교적 오랜 기간 정치관계법 제정 및 개정 협상에 실무자로 참여했다. 그런 입장에서 불공정한 선거의 규칙과 제도를 바로 잡는 과정에서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어처구니가 없는 수 많은 행태를 보면서 울분을 토로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에게 잠시 후 야당이 되는 정당보다 여당으로서 더 앞장서서 정치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기를 바라는 것, 합리적 대타협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환상일까.

중앙선관위의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어느 정당이 주로 반대해 왔는가.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한 선거제도(선거운동주체의 포괄적 금지-93헌가4, 비례대표 국회의원 간접 선출-2000헌마134등)를 그 전부터 개정하자는데 어느 정당이 반대했었는가. 5.16 군사정변으로 중단된 지방자치의 재실시를 어느 정당이 극구 반대했었는가.

국민들의 다수는 지난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정치개혁을 바라면서 더불어민주당에게 국회의 다수 의석을 줬다. 공정성 등이 부족한 현재의 선거제도도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성화에 힘입어 처절한 입법 투쟁으로 얻어낸 결과물이다.

대한민국의 지속적 균형 발전을 추진하는 국민들의 솟구쳐 흐르는 힘을 가로막는 이 선거제도를 이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정치제도의 개혁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제도, 그리고 헌법도 통합의 정치 실현을 위한 시급한 개혁의 대상이다.
 
지난 3월 21일 오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정의당 의원들이 '기초의회 중대선거구 확대'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은주ㆍ강은미 의원, 배진교 원내대표.
 지난 3월 21일 오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정의당 의원들이 "기초의회 중대선거구 확대"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은주ㆍ강은미 의원, 배진교 원내대표.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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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지방의원 선거구제, #중선거구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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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부패방지위원회 및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개혁적 입장에서 새로운 정보 등 취득 및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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