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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종성 의원실 주최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종성 의원실 주최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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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시장이 있을 때는 말하지 않던 것들을 대선을 기점으로 윤석열 당선인에게 요구하고 불법적이고 위험한 방법으로 관철하려 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월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를 겨냥해 한 발언이다. 전장연이 문 정부 시절에는 시위 등을 하지 않다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되니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사실일까.

전장연, 2017년 이후로도 꾸준히 시위 벌였는데 문재인·박원순에 침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2018년 8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는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2018년 8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는 모습.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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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인터넷과 전장연 홈페이지를 통해 찾을 수 있는 2017년 5월 10일부터 대선을 앞둔 2021년 12월의 지하철 탑승 시위 이전까지의 전장연의 시위 및 농성 중 규모가 큰 시위와 농성을 정리해봤다. 날짜, 시위 방식, 시위 내용 순이다. 
 
- 2017년 9월 29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광장에서 10박 11일 천막 농성 실시, 저상고속버스 도입을 촉구.

- 2017년 11월 21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 점거 농성해 85일 만인 2018년 2월 13일만에 농성 중단, 중증장애인공공일자리 1만개,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삭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개혁 등을 요구.

- 2018년 3월 26일, 청와대 앞에서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노숙 농성,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 그리고 '장애인수용시설' 등을 '장애계 3대 적폐'라 부르며 문 대통령과 면담 요구.

- 2018년 6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에서 1호선 시청역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 진행,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신길역 리프트에서 사망한 장애인에 대한 서울교통공사의 사과를 촉구.

- 2018년 8월 21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 실시해 2018년 10월 20일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진행, 서울시 내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설치하는 등 대중교통 이용 시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 요구.

- 2019년 7월 2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관리공단 충정로 사옥에서 무기한 농성 실시,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소위 말하는 비법정 단체들이 시위를 하며 과도한 의견표출들이 있었는데, 너무 경도되지 말고 균형 있게 기존의 법정단체를 중심으로 대표성 있는 단체들의 의견을 반영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발언 사과 요구.

- 2019년 8월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집회 실시, "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 폐지하라"며 실질적으로 장애인들과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정책 대안 요구.

- 2020년 1월 2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1층 로비를 기습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 실시, 2019년 12월 5일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뇌병변 중증장애인 설요한 씨가 과도한 실적 스트레스와 압박에 투신자살에 대해 이재갑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

- 2021년 2월 10일과 6월 4일, 지하철 4호선 탑승 시위 진행, 서울시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 요구.

- 2021년 4월 13일과 6월 10일, 시내버스를 점거하고 시위 진행, 오세훈 서울시장와 이재명 경기도 지사에게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

이 대표는 마치 전장연이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듯이 얘기했지만 위에서 살펴보았듯 전장연은 문재인 정권에도 수차례 시위와 농성을 진행해왔고 심지어는 이 대표가 이번에 문제 삼은 지하철 탑승 시위도 2018년 6월과 8월, 2021년 2월과 6월에 진행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마치 전장연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단체인 마냥 여론을 호도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체장애인협회와는 긴밀하고 진지한 정책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며 다른 장애인 단체를 언급하며 장애인 단체마저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지체장애인협회는 이명박 전 대통령때부터 윤석열 당선자에 이르기까지 국민의힘 계열의 대선 후보들을 공식적으로 지지해 온 단체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 출신이다. 정치적 편향성을 따지자면 지체장애인협회가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비판한 전장연보다 훨씬 정치적으로 한쪽에 치우친 단체가 아닌가.

오만한 정치, 이제는 멈추어야 할 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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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 때만 해도 언론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당시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 결과를 보면 시위 당일 저녁 뉴스로 이를 보도한 방송사는 MBC·SBS·TV조선뿐이고, KBS는 온라인 기사로만 다뤘다. 신문의 경우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는 해당 시위를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온라인 기사로만 다뤘다.

이런 언론의 무관심 속에서 시위는 점차 격렬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는 이런 맥락을 살피지 않고 사실관계조차 왜곡하며 전장연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더 나아가 지난 5일,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문 정부 시절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위원으로 재직했던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가 서로 부부임을 언급하고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의 비서관이 전 전장연 정책국장의 배우자라며 전장연-인권위-김예지 의원실을 "특수관계"라고 칭했다.

장애인 단체는 물론이고, 자당 의원과 헌법상 독립기관마저 자신을 비판하면 모종의 특수관계에 있다는 음모론을 주장하는 이 대표의 모습은 오만해 보인다. 애초에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왜곡, 문 정부에 대한 정치적 반감을 이용함으로써 시민단체를 비판하는 것이 어찌 차기 여당의 대표가 할 일이란 말인가. 이 대표의 오만한 정치는 이제 멈출 때가 된 것 같다.

태그:#이준석, #전장연, #장애인 이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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