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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터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유세에서 여성 유권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민주당 여성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터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유세에서 여성 유권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민주당 여성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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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과 58.0.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에도 계속 회자되고 있는 숫자다. 0.73은 널리 알려졌다시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득표율 격차, 0.73%p다. 그리고 두 번째 숫자는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여성들의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다. 

28일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이 숫자들의 의미를 곱씹어보기 위해 '제20대 대선의 의미와 6.1 지방선거의 과제' 토론회를 마련했다. 위원장 정춘숙 의원은 "이번 선거는 여성들에게 굉장히 힘든 선거였다"며 "(국민의힘은) 젠더 갈라치기가 전략이, 여성가족부 폐지가 핵심 공약이 됐지만 우리 당도 큰 차이가 없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20대 여성들이) '너희들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들을 막기 위해, 팔 자르는 심정으로 찍었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팔 자르는 심정'으로 민주당 찍었지만...

발제를 맡은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역시 "0.73%p이라는 역대 최소 득표차는 여성들이 (민주당에게) 준 기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의힘의) '이대남' 프레임이 선거 득표 전략으로 작동하면서 여성 의제가 축소되고 여성단체의 활동 또한 위축됐다"며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까지 포함해 56명의 여성 의원들의 성평등 관련 선거활동을 볼 수 없었다. 일종의 '강요된 침묵'을 당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김 소장은 '0.73%p'란 결과를 빚은 여성 표심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청년 유권자의 선택"이라고 짚었다. 그는 "성평등에 관해서 수세에 몰려 있던 민주당을 부활시킨 기여자는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이라면서도 "그것만으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직이 아닌 개인으로 ▲성차별·성폭력적인 행위를 공격하며 변화를 도모해온 20대 여성들의 정치적 성향이 '안티 페미니즘'을 막고자 선거 막판에 민주당으로 결집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 정치로 돌아오면, 과도한 남성·중장년 쏠림 현상은 그대로다. 특히 지방정치에선 여성과 청년이 거의 증발된 상태다. 1995년 첫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2018년 선거까지 살펴보면 기초의회 당선자 중 여성은 6.9%, 광역의회는 5.8%, 기초단체장은 1.8%, 광역단체장은 아예 없다. 청년 당선자 역시 10% 초반대에서 2018년 기준 기초의회 6.5%, 광역의회 4.5%로 꾸준히 하락했다. 김 소장은 "이렇게 사라진 청년들을 다시 끌어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 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대선과정에서 '소확행' 공약 등 생활밀착형 정책은 제시했지만 '비전'이 보이지 않았고, 여성정책과 성평등 정책의 위상은 불분명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가부 폐지론은 이미 이명박 정부 때부터 반복돼왔는데 민주당은 어떤 대안을 제시했는가"라며 "젠더갈등, 이대남 프레임의 정치적 악용을 비판하고 청년세대와 소통을 증진하기 위해 민주당이 어떤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줬는지 잘 찾기 어려웠다"고도 평가했다.

신 교수는 민주당이 20대 여성을 넘어 '여성정치' 전반을 고민하고,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고 봤다. 그는 "팬데믹 3년 차 동안 다른 나라는 가정폭력 등이 더 많이 보고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가족과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엄마인 내가 참는다'는 게 있다"며 "이 희생이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가"라고 물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돌봄과 생계 유지를 동시에 해야 하는 여성들을 언제 한 번 공식적으로 호명해줬는가"라는 질문도 남겼다.

그는 또 '윤석열 정부'에선 "여성은 정부가 시혜를 베풀면 그 수혜자가 되는 '2등 시민'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그것을 막기 위해서 민주당은 무엇이 되든 간에 양성평등을 담당하는 부처의 위상을 유지할 수준의 힘을 갖고 협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신 교수는 "서울을 제외한 모든 광역시도는 2030 여성이 떠나는 곳"이라며 "여성이 정주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도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도 조언했다.

여성정치 새로운 판을 짜야... "그래야 앞으로 나아간다"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가 주최한 '제20대 대선의 의미와 6.1 지방선거의 과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가 주최한 "제20대 대선의 의미와 6.1 지방선거의 과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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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로 나선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 역시 비슷한 주문을 했다. 그는 "선거 이후 2030여성들이 민주당에 많이 입당했다는데 그들을 대상으로 당 전국여성위원회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여기 와 계신 여성의원뿐 아니라 지방의회 출마를 준비하는 여성들도 2030 여성들이 민주당 내에서 활동할 수 있고, 이들을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만들어야 한다. 당원으로 가입한 2030여성을 정치세력화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특히 "여성의원들의 'Critical Actors(핵심적인 역할을 할 인물)'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2030여성이 박지현 비대위원장에게 열광한 이유는 "'이재명 멱살이라도 잡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게 민주당을 지지할까 말까 고민했던 여성들이 듣고자 했던 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동안 민주당에는 정말 필요할 때 그들을 대표해서 한 마디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며 "다른 (여성)정치를 보여줘야 민주당이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민주당, #이재명, #박지현, #대선, #여성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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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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