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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3월 11일 낮 12시 37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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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선거가 0.73%p(24만 7077표) 차이로 초박빙 승부를 펼친 끝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광주시민들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20대 대선 개표결과 광주의 투표율은 81.5%를 기록했는데 이중 84.8%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이재명 후보의 광주 득표율은 전국을 기준으로 볼 때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의 전직 대통령들이 앞선 대선들에서 받았던 광주 최고 득표율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1997년 대통령 선거 당시 김대중 후보는 광주에서 97.3%를 득표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는 광주에서 95.9%를 득표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는 광주에서 92%를 득표했다.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는 광주에서 61.14%를 득표했다(같은 선거에서 안철수 후보가 30.08% 득표).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광주에서 12.72%, 12만4511표를 얻었는데, 이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래 민정당계 정당이 광주에서 처음으로 득표율 10%를 넘긴 것이기도 하다. 이명박(8.59%), 박근혜(7.76%), 홍준표(1.55%) 후보의 광주 득표율과 비교해봐도 월등히 높다. 직전 최고기록인 이명박 후보의 득표율과 비교해봐도 48% 증가한 수치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호남을 향해 펼친 구애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주도한 건 2030 남성층이었다. 이들은 민주당이 광주를 위해 한 일이 없다고 여겼고, 이 같은 정서는 '코스트코 없는 광주' 이미지를 통해 구체적 정치 이슈로 변했다. 선거 직후 전남대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윤 후보의 승리를 축하하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오기도 했다. 

윤석열 광주 득표, 동구에서 두드러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의 광주 득표는 광주 동구(15.04%)에서 두드러졌다. 서구(13.04%), 남구(13.48%), 북구(12.4%), 광산구(11.75%)의 평균 득표율은 12.6%다.

10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대선 직후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성원에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했다. 그는 광주 남구 백운교차로에서 손팻말을 들었는데, 이곳은  '광주의 강남'으로 불리는 광주 남구 봉선동에서 시작되는 봉선로가 외부와 연결되는 지점으로 교통체증이 매우 심한 곳이다.

이번 선거에서 윤석열 후보는 광주 남구 봉선2동에서 21.86%를 득표했다. 고급 아파트 단지가 모여있는 봉선2동 제5투표소에서는 39.11%를 받았다. 명백한 계급투표였다. 이재명 후보는 이곳에서 57.7% 득표했다. 봉선2동은 지난 17, 18대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15.1%), 박근혜(11.3%) 후보 모두 10% 이상 득표한 곳이다.

비싼 아파트가 들어선 동일수록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광주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윤석열 후보는 광주광역시청 소재지인 광주 서구 치평동에서 14.4%를 득표했다. 그러나 치평동 제3투표소에서는 19.7% 득표했다. 이곳은 평균 10억 원이 넘는 고급 아파트 단지가 위치한 곳이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의 광주 동구(15.04%) 득표율에는 이렇다 할 경제적 요인이 존재하지 않았다.광주 동구의 높은 윤석열 지지의 해답은 동별 득표율 순위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광주 동구의 동별 윤석열 지지율 순위는 다음과 같다.

<광주 동구 13개 동별 윤석열 득표>
1위 학동 : 윤석열 후보 19.3% 득표
2위 서남동 : 윤석열 후보 18.6% 득표
3위 학운동 : 윤석열 후보 16.9% 득표


광주 동구에서 윤석열 후보가 득표율 1위(19.3%)를 기록한 광주 동구 학동은 서남동, 학운동과 인접해 있다. 광주 동구에서 윤 후보가 16% 이상 득표한 곳은 이들 3개 동을 포함해 총 5개 동이다.

표로 드러난 학동참사 주민들의 분노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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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주민들은 '학동참사'를 겪었다. 철거건물이 붕괴해 승강장에 정차해 있던 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광주시민 9명이 사망했다. 당시 사고 발생 소식을 접한 인근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는 전화를 돌렸고, "무섭고 기가 막히는 일"이라며 크게 분노했다. 버스에 승차하는 게 두렵다거나 공사중인 건물 인근을 지날 때마다 긴장하게 되었다는 주민들도 있었다.

사고 발생 직후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현장을 방문했다. 그런데 이들은 참사 현장에서 사고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 1시간 가량 현장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웃고 떠든 것도 모자라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었고, 결국 당사자 중 한 사람인 더불어민주당 이병훈(광주 동구·남구을) 의원이 사과했다.

그러나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학동참사를 언급하며 "버스운전자가 본능적으로 액셀만 밟았어도 살았을 것"이라고 발언해 공분을 샀다.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중이던 피해 버스운전사의 딸 A씨는 "송 대표의 발언으로 우리 가족은 또 한 번 큰 상처를 받았다"며 "예기치 못한 사고에 휘말려 치료받고 있는 아버지와 우리 가족들 모두 힘든 상황인데, 송 대표의 가벼운 발언에 분노가 치민다"고 밝혔다. 당시 송 대표를 향한 광주시민들의 여론 또한 싸늘했다.

'학동참사'로부터 273일 뒤에 열린 2022년 3월 대통령선거에서 광주 학동주민의 19.3%는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후보가 광주에서 득표한 12.72%, 12만4511표는 민주당에게 실망한 2030 남성층의 높은 윤석열 투표에 광주시민들의 고른 민주당 심판표와 지엽적인 계급표가 맞물린 결과가 아닐까, 예측해본다. 

태그:#윤석열 광주 득표율, #20대 대통령 선거, #광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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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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