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이번 대선의 단연 화두는 '정권교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50%를 상회하고 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연일 '정권교체'만을 외친다.

지난해 10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새로운 정권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재명 정부' 탄생 역시 정권교체라는 의미이다. 지난 25일 송 대표는 '정치교체'를 선언했다. 이재명 후보도 "여의도 정치를 확 바꿀 것"이라면서 정치혁신을 주장했다. 

송 대표의 정치교체는, 기존 정치가 국민의 삶과 유리됐고 국민이 생활에서 부딪히고 있는 사회경제적인 문제에 대해 정치권이 해결을 소흘히 했다는 자기반성과 쇄신의 의미도 담고 있다. 

서민에겐 팍팍한 현실

사실 기존 정치의 방향은 국가중심주의 정치에 빠져 있었다. '올해 국가의 경제성장 목표' '거시지표의 상승' 등 국가적 과제 달성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국가의 부가 아무리 늘어도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산업부의 2021년 수출 동향은 6445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무역수지 역시 249억9000달러로 1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한국의 실질 가계부채는 3170조 원으로 GDP의 200%에 육박한다. 한국의 상대 빈곤율은 OECD 37개 국가 중 4위다. OECD가 집계한 2018-2019년 기준 한국의 상대 빈곤율은 16.7%. 밑에서 네 번째로 빈부격차가 극심한 국가다.  

국가의 부는 늘어났지만 국민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상위 10%가 보유한 부는 평균 12억2508만 원으로 전체 부의 58.5%를 차지한다. 반면 하위 50%는 평균 2354만 원으로 5.6%에 불과하다. 세계 10대 강국에 진입한 한국에서 빈부격차와 생존경쟁의 실태를 그린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이 드라마로,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곳간 지기'로 유명해진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의 "돈이 없다. 국가부채가 늘어난다"는 말은 '국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점을 반문케 한다. 열심히 마스크를 쓰고 일해도 내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국가는 기득권층만을 위한 국가로 전락한다.  

2007년 대선과 2022년 대선

정치학에서 포스트 민주주의(post-democracy), 포스트 권위주의(post- authoritarian)의 동시성이라는 논의가 있다. 중남미와 남유럽, 아시아에서 독재 종식 이후에도 민주주의 요소와 권위주의 요소가 공존한다는 논지인데, 민주화가 돼 정치권력을 민주개혁 세력이 장악해도 과거 권위주의 세력이 경제와 언론, 사회의 실질적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면 역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새롭게 들어선 민주적 정권이 만약 사회경제적인 불평등과 불안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권위주의 정권이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등장한 민주 개혁정권이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선거를 통해 권위주의 정권이 다시 복귀할 수 있으며, 다시 권위주의화된 정권은 합법적 정당성까지 부여받게 된다. 더욱이 재벌 및 특권층, 기득권층과 카르텔로 엮여져 있는 수구 언론이 거짓 프레임과 여론조작의 융단 폭격을 가하게 되면 기반이 취약한 민주개혁 정권은 무너질 수 있다.  

한국에서도 그러한 현상이 나타났는데,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의 교체가 그 적절한 사례다. 노무현 정부에서 정치개혁에만 주력한 나머지 부동산 문제 및 사회경제적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그리고 7·4·7 경제성장 공약을 내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 수구언론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종북 정권, 무능한 정권, 포퓰리즘 정권이라고 쉴새 없이 공격했었다. 

이번 2022년 대선도 2007년 대선 상황과 유사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를 586정권, 운동권 정권, 친북정권이라고 수구언론은 끊임없이 공격한다. 더욱이 부동산 문제는 기득권층에게는 호재였다. 주거의 문제,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현실은 정권교체 여론에 불을 붙인 격이 됐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권교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지지율이 50%를 넘어서자 모든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정권교체 지지율이 높다고 앞다투어 보도했다. 그리고 대선정국은 '묻지마 정권교체' 프레임으로 고착됐다. 여야 정당간의 정권교체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듯, 선전전이 펼쳐졌다.  

정권교체, 政權交替. 정권의 의미는 정부 담당 권력이다. 즉 정권교체는 정부를 조직하여 정치를 담당하는 권력, 정부를 구성했던 인물이 바뀌는 것이다.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세력이 정부를 담당한다는 의미에서 정부 교체, 'Goverment Change(거버먼트 체인지)'이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제도화된 국가에서 새로 탄생한 정부를 무슨 무슨 정권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없다. 조 바이든 행정부(Administration), 레이건 행정부라고 부르지, 공화당 정권·민주당 정권이라고 호칭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공식 명칭이 김대중 정부·이명박 정부·문재인 정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권교체를 마치 여야 정당간의 교체라고만 이해하고 있다. 독재정권을 경험한 역사적인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 우리에게 '정권'이라고 하면 부정적이고 교체돼야 한다는 이미지로 다가온다. 여론조사 설문에서도 "당신은 정권교체를 원하십니까, 정권유지를 원하십니까"라고 물어본다. 당연히 답은 '예스'가 높다. '정권교체'라고 하면 미래의 변화를 암시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의 답답한 상황에서 뭔가 바뀌기를 원하는 국민 정서에 '정권교체' 프레임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교체의 본질은 '내 삶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바람'
 
설 연휴를 앞둔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새마을전통시장이 제수를 사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둔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새마을전통시장이 제수를 사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하여튼 정권교체는 새로운 변화, 내 삶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 욕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권교체에 담겨져 있는 본질적 정서를 헤아려 보면 여야 정당 간만의 교체가 아니다. 우리 국민 삶의 변화다.

우리는 2017년 촛불로 타오른 국민 주권 시대에서 이제 국민주인 정치 시대로의 정치적·역사적 대변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민주·통일·민족 등 이념의 시대에서 국민이 생활의 주인이며, 국민이 직접 정치하는 시대적 전환기로의 대선을 맞이하고 있다. 

2022년 3월 9일, 대선후보 중 누가 이러한 새로운 변화 욕구를 담아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인가. '정권교체'를 주창하는 후보인가, '정치교체'를 화두로 던진 후보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유용화씨는 한국외대 교양대학 초빙교수입니다.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