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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이슈좌담회'공수처 사찰 논란으로 본 통신자료수집 문제와 해결방안'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발언하는 장여경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이슈좌담회"공수처 사찰 논란으로 본 통신자료수집 문제와 해결방안"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발언하는 장여경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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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이 2022년 1월 1일에 내 통신자료를 가져간 사실을 통신사가 알려줬다고 치자. 그럼 이제 내가 뭘 알 수 있을까. '아 중앙지검이 내 정보를 봤구나' 하는 사실 뿐이다. 왜 봤으며 어떤 수사때문에 들여다 봤는지, 이게 적법한지, 과도한 조회인지 확인할 수 있을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조회 '통지'에 몰두한 입법들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 정보 수집. 지난해 연말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둘러싼 이 논란은 해결이 지연된 역사가 길다. 11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공수처 사찰 논란으로 본 통신자료 수집 문제와 해결방안' 좌담회에 참석한 양홍석 변호사는 6년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국가정보원과 검찰·경찰 등을 상대로 무단 통신자료 조회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양 변호사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논란 발발 이후 국회에서 우후죽순 발의된 법안들을 보면 "잠시 논란을 잠재운다는 것"에 불과한 수준이라는 호소다. 통신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지금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결국 수사기관의 통신조회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의 실질적인 요건이 강화되지 않는 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문제의 이 조항은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불려나와 사찰 공세를 제기하는 야당을 향해 반복적으로 제시한 법적 근거이기도 했다.

같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입법부는 개정 논의를 거듭했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같은 자리에서 "1997년부터 발의된 관련 법안만 30건이 넘는다. (통신조회 시)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과, (조회 대상에게) 통지해야 한다는 내용들이다"라면서 "21대 국회는 통지 제도만 있는데, 이 상태론 개선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수처의 통신조회 관련 일련의 사태에 대해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수처의 통신조회 관련 일련의 사태에 대해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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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검색 결과, 11일을 기준으로 지난해 연말 공수처 통신조회 논란이 불거진 이후 발의된 통신자료 제공 관련 법안은 5건이다. 지난해 12월 28일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을 시작으로 국민의힘에서만 류 의원을 포함 강민국, 이종배, 권명호 등 총 4명이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광온 의원이 법안을 제출했다.

모든 법안의 골자는 통신 조회 대상에게 조회기관이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류성걸 의원 안이나 박광온 의원 안에는 수사기관의 수사활동 등 특정 경우에 따라 통보 기간을 '유예'하는 장치까지 뒀다.

"시민 대신 감시 통제할 수단 필요... 조회 요건 강화 선행돼야"

서채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해당 법안들이 "보여주기식 형식적 제도 만들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통보 유예 기간을 두는 것 자체가 통신조회 대상보다 수사기관에 초점을 둔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서 변호사는 "통지를 안 할 경우 그 책임도 통신사업자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에 그친다"면서 "(조회를 요청한) 국가기관의 책임성도 명확히 제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제도 개선의 초점이 사후 통지보다 그 전 단계인 제공 요청 단계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83조 3항에 따라 요청하고 받았다는 형식은 적법하기 때문에 (그 조회가) 과도했는지 여부는 법원이 국가배상을 판단해주지 않는다. 이 문제만큼은 (법원이)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양 변호사는 이어 "결국, 통신 자료 요청의 요건을 강화하고 그 요건을 실질적으로 심사할 기관이 있어야 한다. 법원의 허가 방식이든, 다른 제도든 시민을 대신해 (수사기관의 감시를) 통제할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요건 강화 없이 통지만 하겠다는 건 (조회 대상에게) '알려는 줄게, 가만히 있어'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태그:#공수처, #사찰, #통신조회, #국회,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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