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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1일 일요일 밤. KBS에서 '시사기획 창-책방은 살아있다'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맨 먼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불광역 일대에서 25년 동안 운영해 오던 책방의 문을 닫아야만 했던 '불광서점'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책을 팔리지 않고 임대료는 자꾸 오르고 적자는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나고. 사장님은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폐업을 막는 주민들의 청원에도 어찌할 수 없이 서점 문을 닫아야 하는 사장님과 직원들의 아픔이 전해왔다. 

서점은 언제나 동네 어귀 평상 같은 곳으로, 쉬어갈 수 있고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약속의 장소다. 서점은 젊은이들의 이상과 꿈을 키워 주는 공간인 셈이다. 비단 불광서점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의 서점 여기저기에서 매출에 비해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서점 문을 닫는 안타까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서점이란 책만을 파는 곳이 아니다. 우리 삶의 질과도 관계가 깊다. 

가까운 우리 지역에서도 꽤 규모가 큰 서점이었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임대료 문제 때문에 문을 닫은 곳이 있었다. 생각하면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 가끔 작가 강의도 들었던 곳이다. 도서 매출이 줄어든 이유는 온라인 판매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더욱이 코로나19가 오면서 책 매출은 더 감소되었다 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있는 책방, '한길문고'는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라기보다 지역주민의 문화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이다. 한길문고를 운영하던 이민우 사징님의 철학이기도 했다. 지난 몇 년 전 한길문고는 우리 동네 건물 지하에 있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폭우로 책 1만5000권이 물이 잠기는 황망한 일을 겪었다. 그때 동네 주민들이 날마다 100여 명씩 모여 봉사 활동을 해서 살려낸 서점이다. 

이민우 사장은 그 후 얼마 안 되어 고인이 되었지만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아내인 문 대표는 지역 주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곳을 문화 공간으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다행히도 문화 체육관광부와 작은 서점 지원 사업으로 전국 15개 서점에 선정되어 작가의 강연을 들을 수 있다. 또, 상주작가는 서점에서 글쓰기 수업을 계속 진행해오면서 지난해 13명, 올해 11명이 책을 출간했다. 지금까지 글쓰기를 하고 여러 활동을 한 사람들은 60명 정도다.
 
인터뷰를 하고 티브이에 나왔습니다
▲ 티브이에 나온 내 모습 인터뷰를 하고 티브이에 나왔습니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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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문화 행사를 하고, 책을 읽고 토론도 하고,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쉼 없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책방은 매력이 있어야 한다. 한길문고는 살아 있는 책방으로 남으려고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ㅇTV를 보고 있는 내내 눈을 떼지 않고 기다리는데 드디어 지난번에 내가 인터뷰한 장면이 나온다. 같이 인터뷰했던 젊은 문우들은 나오지 않고 나이 드신 남자 어른과 나만 화면 가득 나온다. 팔십이 다 된 분이 책을 출간했다는 소개와 함께 '서점은 왜 다니시느냐'는 질문이 날아온다.  

"서점에 오면 가슴이 울렁울렁 합니다. 책 냄새가 좋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울먹울먹한다. 책 제목도 <칠십 대 후반, 노인정 대신 서점을 갑니다>이다. 책을 들고 보여 주는 모습이 엄청 쑥스럽다. 말하는 목소리는 왜 그리 이상한지... 아마도 나이 든 사람이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한 모습이 특별해서 내 얼굴 모습과 내 이야기를 한 듯하다. 아무튼 올해 나는 TV에 나온 사람이다.

내 생전 처음 있는 일이다. 누군가는 그 프로를 보고 난 후 출세했다고 한다. 출세? 그게 어떤 개념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이 나이에 글도 쓰고 TV도 나오고 내 인생에서 처음 경험한 생경한 일이다. 나에게 서점이란 오랜동안 꿈꾸어 왔던 책을 출간할 수 있었던 꿈의 무대며, 나의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었던 곳이었다.

글 친구와 만남, 그리고 내 안에 숨어 있던 나와의 만남은 외롭지 않게 살아가는 법을 알려줬다. 또, 다른 사람을 삶을 이해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진입하는 일은 나를 새로 태어나게 해 주었다. 서점이란 내 삶에서 같이 걸어가는 친구 같은 곳이다. 서점에서 만나는 책들이 주는 에너지가 좋다.

책방은 살아있다는 프로그램은 전국의 많은 책방을 취재하고 책방이 살아남을 수 있는 여러 방향을 제시해주는 깊이 있는 내용이었다. 책방이 살아남으려면 매력 있는 책방으로 거듭나야 하며,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문화 복합공간으로 사랑받기를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이 서점에 많은 관심을 갖기를 희망해 본다. 

지난 2년 코로나 시대 서점이 아니었으면 내가 그 많은 날들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고마운 지역의 서점이다. 다른 사람이 군산에 여행을 오면 한길문고를 찾을 수 있도록 우리는 많은 애정을 보낸다. 

우리 동네 한길문고가 있어 내 노년의 삶은 풍요롭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서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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