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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진주 문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71주년 진주지역합동위령제”
 12일 오후 진주 문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71주년 진주지역합동위령제”
ⓒ 진주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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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에 걸린 펼침막에는 300여 명의 위패 속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 명단의 주인공은 71년 전 한국전쟁 전후 경남 진주 지역에서 국군 등에 의해 학살된 희생자들이다.

(사)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희생자유족회(회장 정연조)가 12일 오후 진주 문산실내체육관에서 6·25전쟁 71주년 진주지역합동위령제를 열었다. 

진주유족회는 억울하게 희생 당한 원혼들의 해원과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올해로 13번째 합동위령제를 열었다고 밝혔다. 앞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1기)는 진주 민간인 학살사건의 진상규명을 하면서 위령사업을 권고한 바 있다.

이날 위령제는 전통제례에 이어 추모식으로 진행되었다. 현장에는 진주시, 진실화해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보내온 조화가 놓여 있기도 했다.

정연조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매년 7월에 추모제를 열어오다 코로나19 등 여러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부득이 하게 오늘 올리게 되었다"고 인사했다.

유해발굴, 추모탑 건립 등을 강조한 정 회장은 "정치권은 여전히 이념 논쟁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자파의 이익이나 표와 인기만 의식하며 정책이나 대안, 방법의 제시보다는 서로를 음해하고 헐뜯는 것이 자신의 본분인양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러한 정치 상황 속에서 한국전쟁 전후, 그렇게 많은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덮으려 해왔다"며 "결국 모처럼 기회였던 1기 진실화해위 활동을 위축시켰고, 산적한 문제들을 남겨 노은 채 서둘러 문을 닫았다. 정치인들의 실상을 보고 분노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과거사 문제는 정치의 대상이 아니다. 당연히 해결하고 나가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이며, 그렇게 학상 당하신 분들의 명예를 확실하게 회복시켜야 하는 것이 역사적 명제다"라며 "왜곡되고 감춰진 역사는 안으로 곪아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종국에는 파국을 맞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역사가 증명한 일이다. 제주 4·3항쟁, 여순항거 등을 좌익선동에 의한 반란으로 치부했던 과거가 진상이 드러났고, 그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민간인 학살사건의 실체를 명학하게 밝히고, 유해 발굴하며 그 분들의 신원을 알아내는 것, 이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고, 빨갱이 자식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일생을 핍박받으며 살아온 유족들의 사명이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보장하는 것이며, 후 세대에 역사를 알게 하는 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오후 진주 문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71주년 진주지역합동위령제”
 12일 오후 진주 문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71주년 진주지역합동위령제”
ⓒ 진주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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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진주 문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71주년 진주지역합동위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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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발굴과 관련해 정 회장은 "수많은 사람이 무참히 학살당했고, 유골들이 이름 없는 골짜기에서 나뒹굴며 사라져 가는데, 애써 발굴한 유해들도 누구인지 밝히지도 못하고 차디찬 상자 안에 날이 갈수록 바스러져 가고 있는데, 정작 그들은 왜 무엇 때문에 어디에서 죽었는지 조차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누가 어떻게 어떤 이유로 청춘의 끓는 피를 저 꼴로 만들었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명예가 회복되었다고 할 수 있느냐"고 호소했다.

진상규명과 관련해서는 "전쟁 중에는 피아를 막론하고 민간인에 대한 학대나 부당한 처우를 하지 못하게 한 것이 국제법이다. 한국전쟁 중에 저질러진 민간인 학살은 학대나 부당한 처우를 넘어서 생명을 빼앗은 전쟁범죄임이 분명하다"며 "그럼에도 단 한번도 수사나 조사가 진행된 적이 없고, 단 한 명도 처벌 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해 발굴과 학살 명령한 본인과 지휘, 전달, 시행계통과 이에 관련된 사람까지 조사를 해야 하고, 국가 범죄에 대한 소멸 시효를 배제하는 법 개정까지 이루어져야 비로소 명예회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연조 회장은 "현재 진행되는 2기 진실화해위가 과거 1기 때처럼 문을 닫는 것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다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조규일 진주시장의 추모사를 정종섭 기획행정국장이 대신 읽었다. 조 시장은 추모사를 통해 "합동위령제를 통해 희생된 분들의 넋을 위로하고 유가족의 가슴 속에 맺힌 오랜 아픔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박대출(진주갑)·강민국(진주을) 국회의원과 이상영 진주시의회 의장, 공영기 진주경찰서장은 추모사를 보냈지만, 이날 참석하지 않아 읽지는 않았다.

태그:#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진주유족회, #진주시, #진실화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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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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