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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건설 하청노동자인 고 정순규 노동자 사망 2주기를 앞두고 27일 부산고등법원 앞에 모인 산업재해 관련 유가족들.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경동건설 사망 사고'와 관련해 이들은 "엄정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경동건설 하청노동자인 고 정순규 노동자 사망 2주기를 앞두고 27일 부산고등법원 앞에 모인 산업재해 관련 유가족들.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경동건설 사망 사고"와 관련해 이들은 "엄정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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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경동건설이 시공하는 부산 남구 문현동 신축아파트 공사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책임을 묻기 위한 형사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주기를 맞아 부산고등법원 앞에 모인 산재 유가족들은 "1심 판결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라고 입을 모았다.

1심결과에 항소했지만, 재판기일도 잡히지 않아

"아버지와 함께하고 싶어서 사진을 챙겨왔다. 아버지가 참 보고 싶은 오늘이다. 어느덧 2년이 됐다. 작년 1주기와 다르게 2주기에 이렇게 많은 분이 함께 해주셔서 만감이 교차한다."

고 정순규 노동자의 영정을 든 정석채씨는 북받치는 감정을 참기 어려웠다. 그는 한참 숨을 들여 마신 뒤에야 준비한 글을 읽어갔다. 정씨는 "아버지 죽음은 (건설사의) 과실이 축적되고 수많은 잘못이 모여 일어난 사건"이라며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한 것은 의도적인 살인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검찰과 사법부를 향한 당부의 말도 이어졌다. 사고 이후 600여 일을 기다려온 유족의 처지에선 지난 1심 결과가 '솜방망이 처분'과 같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경동건설 현장소장, 하청업체 이사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유족의 요구에 따라 검찰이 항소했지만, 아직 첫 재판기일은 잡히지 않았다.

정씨는 "사건의 증거를 얼마나 더 찾아서 (유족이) 제출해야 하느냐. 2심에서는 구형도, 판결도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관련기사] 하청노동자 추락사에도 경동건설 관계자 집행유예 http://omn.kr/1typ9

현장에는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과 함께하는 가족들도 추모 현수막을 들고 나란히 섰다. 평택항 부두(이선호), 수원 고색동 건설공사(김태규), CJ제일제당 공장 현장실습(김동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김용균)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들의 유가족들은 너나없이 "더는 억울한 죽음이 없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말문을 연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은 사고 기업을 향해 "사건을 감추는 자가 진범이다. 기업이 적반하장격 대응을 하며 피해자 책임으로 몰고 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턱없이 낮은 형량이 아닌 제대로 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짚었다. 김 이사장은 "유족이 원하는 대로 처벌이 이루어져 한시름을 놓고 온전히 추모만 할 수 있길 바란다"라며 말했다.

노동자와 종교인들은 산재사고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주우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울경지부 조직국장은 "산재의 근본적 문제인 다단계 하도급을 해결하고, 경영자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묻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본래 취지대로 역할을 하도록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이영훈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신부는 먼저 "2년 시간 흐르는 동안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평범했던 삶은 투쟁으로 내몰렸고, 몸과 마음은 분노와 슬픔으로 채워졌다"라며 정석채 씨 등 유족을 위로했다. 이 신부의 말도 "사건의 진상규명, 진정한 사과, 책임자 처벌"로 귀결됐다. 그러면서 그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개정해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경동건설 하청노동자인 고 정순규 노동자 사망 2주기를 앞두고 27일 부산고등법원 앞에 모인 산업재해 관련 유가족들.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경동건설 사망 사고'와 관련해 이들은 "엄정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경동건설 하청노동자인 고 정순규 노동자 사망 2주기를 앞두고 27일 부산고등법원 앞에 모인 산업재해 관련 유가족들.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경동건설 사망 사고"와 관련해 이들은 "엄정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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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정순규, #정석채, #경동건설, #김용균, #부산고등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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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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