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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 홍가혜씨가 언론피해자 구제를 위한 이른바 '홍가혜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했다.
 9월 29일 홍가혜씨가 언론피해자 구제를 위한 이른바 "홍가혜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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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관련된 가짜뉴스 원문이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기사가 삭제되길 바라지 않아요. 언론사의 가짜뉴스 역시 기록으로 남겨둬야 하니까요. 다만, 가짜뉴스를 쓴 언론사 스스로 당시 보도가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기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9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홍가혜(34)씨가 1인시위를 시작했다. 노란색 바람막이 점퍼를 입은 그는 "7년 전 그 옷"이라고 운을 뗐다. 2014년 4월 18일, 진도 팽목항을 찾아갔을 때 입었던 옷이라는 설명이다. 손목에 세월호 노란리본 타투를 한 홍씨가 '언론피해자 구제를 위한 홍가혜법 제정을 촉구한다'는 피켓을 든 이유는 무엇일까. 

9월 29일·30일 <오마이뉴스>와의 만남·통화에서 그는 연신 '가짜뉴스의 피해자'를 언급했다. 10여 분의 방송 인터뷰 후 일상이 무너진 자신과 같은 사람이 더는 나오면 안된다는 호소였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이후 민간 잠수부로 구조를 돕기 위해 진도 팽목항을 찾았던 그는 4월 18일 오전 6시 17분, MBN과 인터뷰로 인해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인터뷰 후, 무너진 일상  

당시 그의 인터뷰는 세월호 구조에 무능했던 박근혜 정부와 해경의 행태와 연결돼 파장이 상당했다. 특히 배 안에 여전히 생존자가 있다는 민간 잠수사의 증언을 전달한 것과 언론 보도와는 달리 해경이 민간 잠수사들의 입수를 막으면서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내용은 여론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홍가혜'를 둘러싼 가짜뉴스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스포츠·연예매체 <스포츠월드>의 기자였던 김용호(최근까지 '가로세로연구소'에서 활동)씨가 쓴 "홍씨가 과거 걸그룹 멤버의 사촌 언니 행세를 했다. 사기 혐의로 경찰 조사도 받았다. 홍씨는 진도에서 또 거짓말을 했다"는 기사가 그 시작이었다. 누리꾼들은 홍씨를 '허언증 관심병 환자'라고 비난했다. 

이후 홍씨는 해경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2018년 4월 20일 경찰에 체포돼 101일간 목포교도소 독방에 수감됐다. 홍씨가 수감된 후에도 그에 관한 보도는 계속됐다. <디지틀조선일보>는 2014년 4월18일 오후 1시 46분경부터 4월 28일 오후 3시 52분까지 <조선닷컴> 등에 홍씨가 유명 가수의 사촌언니, 야구선수의 여자친구, 일본 교민 등을 사칭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27건 올렸다. 

홍씨는 해경의 명예훼손 등과 관련해 2018년 11월 29일 대법원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다. 홍씨는 이를 근거로 <디지틀조선일보>와 김용호씨에게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서울중앙지법은 김씨에게 홍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000만 원을, <디지틀조선일보>에는 6000만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요즘도 언론사에 전화... 가짜뉴스 처리 묻는다"
 
홍가혜씨는 9월 29일 국회 앞에서 '가짜뉴스의 피해자들이 올바르게 기억될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홍가혜씨는 9월 29일 국회 앞에서 "가짜뉴스의 피해자들이 올바르게 기억될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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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홍씨는 "여전히 괴롭다"라고 토로했다. 홍씨는 "처음 소송준비를 하며 나와 관련한 기사와 커뮤니티 글을 프린트해서 쌓아두니 1m 75cm가량 됐다"라면서 "그 가짜뉴스와 게시글은 내가 승소한 이후에도 삭제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요즘에도 직접 언론사에 전화해 2014년에 나에 관해 쓴 가짜뉴스를 어떻게 처리할건지 물어봐요. 며칠 전에도 한 언론사와 통화했는데, (언론사에서) 기사를 삭제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진 기사는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그건 처리할 방법이 없대요. 단순히 (해당 언론사) 기사만 삭제하는 건 의미가 없어 보여서 거절했습니다. 그랬더니 언론사 측에서 정정보도를 하겠다며, 저보고 내용을 적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거절했어요. 정정보도든 반론보도든 제가 아니라 가짜뉴스를 쓴 언론사가 직접 고민해서 작성해야 할 문제 아닌가요?"

자신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하나하나 되짚어가던 홍씨는 또 다른 피해자들을 언급했다. 

"가짜뉴스 피해자들에게 정말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주로 김용호씨가 활동했던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에서 가짜뉴스를 퍼트렸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유튜브 구독자가 70만 명이 넘잖아요. 그런 곳에 자신과 관련된 가짜뉴스가 퍼졌다고 생각해 보세요. 저는 피해자들의 말을 못 들은 척할 수가 없더라고요. 가짜뉴스가 얼마나 악독하게 개인의 삶을 망쳐놓는지 다 겪어봤으니까요.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가짜뉴스의 피해자만을 위해서 행동해줄 수 있는 단체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홍씨는 '가짜뉴스‧가세연 피해자 단체'(가칭)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 9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의 발족을 알리며, 이른바 '홍가혜법' 제정을 촉구했다. 홍씨에 따르면, 단체에는 변호사 20여명을 비롯해 정신과의사 등이 합류의사를 밝혔다. 

"소송을 하려면, 돈이 필요해요. 최소 300만 원 이상 변호사 비용이 드니까요. 저처럼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에 인지 송달료를 내야 하는데 그 돈도 상당해요. (소송액이) 1억 원일 경우 인지 송달료가 약 99만 원인데 상대가 주소불명 등으로 고소장을 못 받으면, 고소장을 받을 때까지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추가 발송료를 내야 해요. 소송이 돈 싸움이라는 건 이래서예요."

홍씨는 "보통 가짜뉴스의 피해자들은 일을 그만두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런데 언론을 상대로 민사소송에서 이겨봐야 배상액은 평균 500만 원~1000만 원 내외"라면서 "피해에 합당한 배상액이 지급돼야 한다.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이른바 홍가혜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가짜뉴스가 보도된 횟수만큼 피해자 반론 보도돼야" 

"동시에 피해자의 반론을 어떻게 보장할지 홍가혜법에 명시하고 싶어요. 저는 가짜뉴스가 보도된 횟수만큼 피해자의 반론이 보도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얼마 전 <디지틀조선일보>에 합의를 제안하며 나를 출연시켜 달라고 한 건 그래서예요." 

홍씨는 최근 <디지틀조선일보>에 배상액 7000만 원(이자 포함)을 돌려주겠다며 ▲홍씨를 정신질환자 등으로 묘사한 보도·기사를 통해 올린 트래픽 전부 공개 ▲(가짜뉴스로 인한) 언론사 수익을 '4‧16연대' 혹은 '가짜뉴스‧가세연 피해자 단체'에 기탁하라는 요구서를 보냈다. 그러면서 자신을 <티비조선>에 출연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홍가혜씨의 1인시위 피켓이 국회 앞에 놓여있다.
 홍가혜씨의 1인시위 피켓이 국회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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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허언증 환자로 손가락질받으며 지낸 세월이 너무 억울하잖아요. <디지틀조선일보>가 저를 멋대로 규정하고, 가짜 뉴스를 만들어냈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대표 채널인 <티비조선>에 출연하고 싶어요. 가짜뉴스를 어떻게 퍼트리는지 가짜뉴스가 얼마나 악의적으로 한 사람을 매도할 수 있는지 직접 출연해 방송에서 보여주고 싶은 거죠."

"홍가혜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매일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할 것"이라는 홍씨는 "최근 '가짜뉴스‧가세연 피해자 단체' 발족 이후 여러 정당에서 연락이 왔다. 한 국회의원은 정당 차원에서 홍가혜법을 지원할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때 팽목항에 있었다는 경찰이 힘내라고 응원해주고, 시민들도 찾아와 릴레이 시위를 했다"라면서 "가짜뉴스 피해자를 구제할 홍가혜법이 마련될 때까지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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