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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언론보도에 이런 내용이 많이 보인다.

"사기·횡령·위조 등의 지능범죄 저지르고 수사 과정에서 정신 장애 호소..."
"정신질환자의 약 30%가 강력범죄자"
"때마다 반복되는 정신질환자 범죄 이유...?"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자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내용들이다. 안 좋은 프레임을 씌우니 사회가 그들을 안 좋게 볼 수밖에 없다. 거기에 과거부터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으면 취업도 힘들다는 말 때문에 정신질환자들은 갈 곳을 잃는다. 

실제로 지난 8월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능범죄 피의자가 정신이상·정신박약·기타 정신장애가 있는 사례는 2010년 335건에서 지난해 694건으로 10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이러한 기사와 통계가 늘어날수록 사람들이 말 그대로 정신질'환자'를 '정신병자' 취급하게 된다. '정신병이 있으니까 범죄도 저지르는거지' 하면서 말이다.

대중의 인식이 이렇게 자리잡으면 정신질환자는 더욱 진료 받는 것을 겁내게 되고 숨기게 된다. 사람들은 그들을 손가락질 하고 기피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아프니까 병원에 가야만 하는 이들을 그럼 어떡하라는 건가.
 
최재호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스튜디오 사진이다.
▲ 스튜디오 내부. 최재호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스튜디오 사진이다.
ⓒ 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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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구 동구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최재호(33) 대표는 성인이 되고 정신질환을 갖게 됐다. 24세 당시 우연히 들린 병원에서 혈압을 쟀다가 180/110(120/80미만이 정상범위다)이 나왔다. 병원에선 심장내과를 가보라고 권유했다. 검사 결과 노르에피네프린 과다분비로 인한 고혈압이라고 진단을 받았다. 

그 무렵 그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매번 집을 나설 때마다 불은 껐는지, 수도는 잠궜는지, 전기는 내렸는지 확인하면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이미 집에서 나왔는데도 불안해 또다시 집에 들어가 확인하길 반복했다. 이후에는 버스 타는 것도 어려웠다. 버스를 타면 모든 사람이 그를 감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바닥에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숨이 가빠졌다. 심한 경우엔 시야가 흐려지고 기절하기까지 해 결국 버스를 타지 못하게 됐다. 

심장내과에선 이런 증상을 듣더니 정신과에 가볼 것을 추천했다. 정신과에서는 '신경증'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평범하게 잘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루 아침에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은 정신질환자가 된 것이다. 

이후로는 하루하루 투쟁이었다고 한다. 취직을 생각할 여유는 당연히 없었다. 사회화 학습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보려 했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스스로도 감당하기 힘든 압박만 더해졌다. 응급실에 가기도 하고, 충동적으로 음독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근본적으로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특정 시기를 벗어난 뒤로는 꾸준히 약을 먹고 병원·심리치료를 받았다. 장애인으로 등록되면 국가에서 지원하는 혜택이 많아 조울증으로 장애신청을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조현병, 경계성지능장애의 경우는 수치로 검사결과가 나오는데, 조울증의 경우는 검사 자체가 애매하다고 했다. 결국 점수 미달로 장애등록을 하지 못했다. 

다행히 꾸준한 치료 덕에 약효가 나타나 지금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증상이 심하던 시절에는 시야가 좁아 눈 앞의 상황만 보였는데 지금은 주변 사람들의 감정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신경증으로 과거 주변 사람들을 적잖이 괴롭혔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아린다며 지금이라도 사회인으로 1인분의 몫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스튜디오를 차렸다.
 
최 대표가 운영하는 블로그다.
▲ 블로그 최 대표가 운영하는 블로그다.
ⓒ 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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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릴 땐 록스타가 꿈이었지만 음치인 걸 깨닫고 바로 포기했다고 한다. 여전히 음악감상을 좋아해 LP판을 수집하는 게 취미다. 지금은 20분짜리 단편영화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전공자도 아니고, 그 정도의 창작력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속에 있는 응어리를 영화에 표현하고 싶어했다. 블로그에는 그가 구상한 영화 시나리오가 있다. 그 중에 '행복은 진실의 부재'라는 시나리오로 공모전에 입상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증상이 많이 나아졌기 때문에 함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한텐 질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는 게 낫지 않냐고 반문했다. 정신질환이 있다고 하면 색안경 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한창 신경증이 있을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힘들다고 하니 '너가 의지가 약해서 그런거야' '정신병 그거 너 문제 아니야?'라는 답변이 되돌아왔었다고 한다.

그가 원해서 이렇게 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어느 날 혈압이 높아지고 증상이 시작된 것인데, 잘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심지어 지금은 혀가 굳는 병까지 얻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병원에서도 모른다고 답했다. 대화할 때 발음하기 힘들어하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차분하게 대답해 줘서 전혀 몰랐다. 걱정의 눈초리를 읽었는지 그는 이제는 말하는 것이 버거워졌을 뿐 최악은 아니라며 괜찮다고 했다.

최 대표는 혀가 굳는 것보다도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이 무섭다고 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더 괴롭다고. 안 좋은 인식은 자신감을 잃게 만들고 사회는 정신질환자를 더욱 소외시킨다고.
 
최재호씨의 소소한 취미다.
▲ LP판 수집 최재호씨의 소소한 취미다.
ⓒ 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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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또, 정신질환자라고 전부 선천적인 것도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가 환경·심리적·신체적 이유로 후천적인 정신질환을 앓게 될 수 있다. 어쩌면 범죄자들이 정신질환으로 죄의 대가를 피해가려고 씌운 프레임을 아닐지 의심스럽다.

실제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지난 10일 발표한 2018년 대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욱 위험한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0.8%로 절반을 훌쩍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발표한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정신장애범죄자 수는 9027명이었다. 이는 전체 범죄자 중 0.5%를 차지하는 매우 적은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의 정신질환 범죄자 관련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와는 확실히 상반된다. 자칫하면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킬 표현을 삼가고 최대한 객관적인 내용을 기사화한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결국 정신질환자도 그저 소소하게 LP판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사람이란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태그:#정신질환, #조증, #정신질환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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