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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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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운동 등을 벌인 혐의로 입건된 청주 지역 활동가 중 한 명인 손아무개씨가 "100% 조작된 사건"이라며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피의자 4명 중 유일하게 구속영장이 기각된 손씨는 지난 15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혐의 내용이 다 조작됐다"며 수사 대상자 모두 북한 공작원을 만난 적 없다고 했다.

북의 지령에 따라 결성한 것으로 알려진 지하조직 '자주통일충북동지회'를 두고도 "그런 조직 자체가 없다"며 "국가정보원에서 제시한 북한 공작원이 진짜 북한 공작원인지 국정원 공작원인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손씨는 2017년 암호화 프로그램(스테가노그래피)을 이용한 대북 통신 연락 방법을 다른 구속된 활동가에게 교육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그런 암호화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이번 조사를 받으며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특보로 이름을 올린 것과 관련해서는 "정권교체를 위해 지지 선언을 했다"며 "노동연대와 사회연대포럼에서 각각 연락이 와 노동연대 쪽에서는 특보, 사회연대포럼 쪽에서는 중앙선대위 노동위 부위원장 직함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보 시절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돌연사 문제에 대해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아 이후 (현 정부를) 비판한 것"고 덧붙였다.

그는 "국정원에서 2000년부터 세 번이나 간첩단 사건을 조작하려 했다가 실패했다"며 "이에 따른 자존심과 국정원 등의 생존 문제, 국보법 존치, 정권의 위기를 공안사건으로 모면하려는 의도로 사건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달 말 손씨 등 4명(3명 구속)에게 회합·통신, 찬양·고무, 편의 제공, 이적동조 등 국보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 국보법 4조 목적수행(간첩단) 등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 청구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과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지령과 함께 활동자금 2만 달러를 받고 자주통일충북동지회를 결성했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북의 지령에 따라 미국 스텔스기 도입 반대 운동, 통일 밤 묘목 백만 그루 보내기 운동,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추진 활동, DMZ 인간 띠 잇기 운동, 총선 출마 등을 벌였다고 판단했다.

인터넷신문 운영자인 손씨는 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으로 구속된 다른 활동가 3명과 함께 장그래대전충북지역노동조합, 디앤에이치협동조합, 민중당, DMZ평화인간띠잇기운동본부충북본부 등에서 활동했다. 구속된 A씨는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등을 설립해 사망원인 규명 싸움을 벌였다. B씨는 A씨의 전 부인으로 간호사다. 손씨는 '언론에 A씨와 B씨가 부부인 것으로 보도됐지만 실제로는 올해 초 이혼했다'고 전했다. C씨는 유치원 교사다.

다음은 손씨와 나눈 주요 문답 요지.

"자주통일충북동지회?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

- 지금 받는 혐의는?

"북한 공작원과 회합했고 지령에 따라 활동했으며 금품(공작금)을 수수했다는 등 국가보안법상 적용 가능한 모든 혐의를 받고 있다. 목적수행 혐의 적용은 아직 모르겠다. 이번 주까지 대부분 조사가 마무리 돼 이번 주 중 검찰의 기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본인을 포함해 구속된 A·B·C 씨에 대해 짧게 소개한다면?


"A씨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해고 노동자로 대전과 충북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벌여왔다. 함께 구속된 B씨는 A씨의 전 부인으로 간호사다. C씨는 유치원 교사로 (민주노총) 여성연맹 초대 사무처장을 한 바 있다. 저는 대전에 있는 한 광학회사(안경제조업체) 노조위원장을 역임하고 민주노총 등에서 일했다."
 
-노동 청년단체인 새세기민주노동청년회(옛 새아침노동청년회)에는 언제, 왜 가입했나?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가입했다. 제가 당시 살고 있던 충북 오창의 집 근처에 공군기지가 있었다. 전쟁이 나면 북한의 제일 타격 대상이 된다고 한다. 미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등을 통해 내가 사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입했다."
 
-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요지에는 새아침노동청년회가 새세기민주노동청년회로 이름을 바꾼 2001년 손씨가 가입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런 단체가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입은 2020년 했다. 검찰의 주장이 잘못됐다."
 
- 혐의 내용을 보면, 2017년 북한의 지령을 받아 지하조직인 자주통일충북동지회를 만든 뒤 강령 규약을 토의하고 결성식을 열었다는데.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 자주통일충북동지회 이름도 이번에 처음 들었다. 강령 규약을 토의한 적도, 결성식을 한 사실이 없다. 모두 허위다."

- 결성식 때 혈서 맹세문을 작성한 적도 없나?
 

"전혀 없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 자주통일충북동지회의 강령과 규약이 북한 이념과 체제를 추종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자주통일충북동지회를 만든 일이 없는데 그런 강령과 규약은 더더욱 없다."

- 2017년 5월 A씨가 중국 북경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은 것으로 돼 있는데?

"그런 일이 없다. A씨가 아들이 네 명 있는데 모두 중국에서 유학했다. 2017년 5월에는 둘째 아들이 재학 중인 북경사범대 교수를 만나 진로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 공작원을 만난 일 자체가 없다고 했다."
 
- 수사당국에서는 사진 자료도 제시한 것으로 안다.


"조사 당시 사진 2컷을 제시했는데 뒷모습과 옆모습 사진이었다고 한다. 같이 만나는 사진도 아니었다고 하더라. (수사당국에서) A씨가 만났다는 북한 공작원 이름도 제시했는데 처음 듣는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을 만난 일이 없다고 했다."

- A씨와 B씨는 중국을 자주 갔고(2001년부터 A씨 34회, B씨 24회) C씨와 손씨도 중국에서 잠깐 거주한 것 아닌가.

"A씨와 B씨는 아이들 유학으로 중국을 오갔다. C씨와 저는 한국 생활이 너무 힘들어 머리도 식힐 겸 2008년 중국에서 중국어 공부와 국제유치원 근무 등 사업차 중국 생활을 했다. 수사를 피해 중국으로 도피했다는 수사기관이 주장은 억지다."
 
- C씨는 2018년 4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았다는데.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당시 프놈펜에 여행을 갔는데 북한 사람 자체를 만난 일이 없다고 했다."

- 북한 공작원과 만나는 장면을 찍은 사진과 북 공작원의 이름도 제시됐다.
 

"어이가 없다. 그래서 오히려 국정원 등과 통일원 등에 거명된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의 신분 확인을 요청했다. 우리는 국정원이 만들어낸 실존하지 않는 가공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A씨가 중국에서 접선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북한 공작원 E씨의 경우 다른 국보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선행 사건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인물로 알고 있다. 국정원에서 제시한 북한 공작원이 진짜 북한 공작원인지 국정원 공작원인지 궁금하다."
 
- 사건을 조작됐다는 건가?


"그렇다. 모두 가공된 것이다. 자주통일충북동지회는 공안기관이 만들어낸 유령조직이고 북한 공작원과 만나거나 지령을 받았다는 것 또한 모두 가공된 것이다."
 
- 스텔스기 도입반대 운동과 밤나무 백만 그루 보내기운동은 실제 벌인 일 아닌가?
 

"평소 통일운동을 벌여왔다. 스텔스기 도입반대 시위와 밤나무 백만 그루 보내기운동은 통일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했다. 북한의 지령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오창읍에 살 때 공군기지가 2km 정도 거리였다. 스텔스기 도입 시기에 북한이 연일 미사일을 발사했고 제1 타격 목표로 청주 공군기지가 언론에 보도될 만큼 일촉즉발이었다. 스텔스기 도입 반대운동은 주민 입장에서 나선 일이다. 백만 그루 나무 보내기운동은 충주 강연회에서 한 강사가 제안해 시작한 일로 북 지령과 무관하다."

"공작금 수령 사실 없다... 정권 위기 모면하려는 공안사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손씨가 운영한 인터넷매체 홈페이지 메인 화면. 해당 페이지는 현재 폐쇄됐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손씨가 운영한 인터넷매체 홈페이지 메인 화면. 해당 페이지는 현재 폐쇄됐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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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속영장에는 손씨가 2017년 6월 암호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대북 통신 연락 방법을 다른 활동가에게 교육한 것으로 나온다.

"그런 암호화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이번 조사를 받으며 처음 알았다."

- 다른 활동가의 경우 중국에서 공작금으로 미화 2만 불을 수령했고 환전을 한 기록도 있다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 환전기록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 공작금으로 생활했다는 혐의도 부인하나?

"A씨는 파산재판 중이고, B씨와 C씨는 개인회생, 신용회복 중이다. 저도 사정이 비슷하다. 20년간 지속한 불법사찰과 세 번의 간첩단 조작 시도로 삶이 황폐해졌다는 게 진실이다.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공작금 받아 생활했다고 해 '그런 돈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답한 바 있다."

- A씨의 경우 파산재판 중인데 어떻게 자녀를 모두 중국에서 유학시켰나?

"자녀들이 스스로 돈을 벌거나, 나머지는 저를 비롯 회원들과 주변 분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전달했다."
 
- 수사당국은 압수된 유에스비(USB)에서 북한 지령문과 대북보고문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오히려 되묻고 싶다. 정말 그런 게 나온 게 맞나? 북에서 보낸 게 맞나? 실제 존재하는 건가? 이건 수사당국이 해명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보고문과 지령 사항을 보면 수·발신자자 없다. 또 누가 어디서 어떤 물품을 압수했는지 알 수 없다. 참관인으로 참여한 공무원은 압수수색이 끝나기 전 귀가했다. 압수목록도 남기지 않았다."

- 손씨는 인터넷신문을 통해 북의 체제를 홍보하려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인터넷 신문사는 언제, 왜 만들었나?

"2015년 만들었다. 한국타이어 진상규명 활동 때부터 필요성을 느꼈지만,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 2015년 활동 소식을 알릴 목적으로 창간했다. 북 체제 홍보와는 무관하다."

- 압수된 목록을 보면 북한의 노동신문(2021년 1월 9일자)도 있다.
 

"북한의 신년사 등 정책을 정확히 보도하기 위해 구체적 내용을 직접 확인하려 구해서 읽게 됐다. 노동신문은 도서관 특수자료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북한을 연구하고 잘 알기 위한 목적이고 찬양·고무·선전·동조할 목적이 아니었다."

- 구속 사건이 알려진 직후 손씨가 편집자로 있는 인터넷 신문 홈페이지를 본 적 있다. 내용을 보면 북한 관련 뉴스가 많았다.

"4.27 남북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등으로 남북관계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봤다. 통일이 성큼 다가왔다고 느꼈다. 통일운동을 하는 단체답게 그런 소식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내용을 보면 북한 체제를 찬양·선전하는 게 아니라 모두 국내 신문에서 소개된 통일정책과 관련된 북한 뉴스를 인용, 보강한 것이다."

- 손씨를 포함한 피의자들은 이번이 네 번째 간첩단 조작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0년 새아침노동청년회 회원을 국정원 직원이 강령을 가져오면 조직사건에서 빼주겠다고 회유한 일이 있었다. 이 회원이 고심하다 공개적으로 양심선언을 하자 일단락됐다. 2007년에는 국정원이 간첩단 조작을 목적으로 회원들이 운영하는 공동육아어린이집 통장 7년 치를 들여다보았다. 이 일로 어린이집도 결국 문을 닫았다. 당시에도 국정원의 출석요구가 있었지만 불응했다.

2008년에는 군 복무 중인  A씨의 아들에게 기무사에서 '아버지가 간첩이기 때문에 너도 무기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며 협박하고 협조하라는 일이 있었다. 당시 기무사령관 사과로 마무리됐다. 이번이 네 번째다."

- 수사당국에서 간첩단 사건을 조작할 이유가 있나?

"여러 이유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세 번이나 간첩단 사건을 조작하려 했다가 실패한 데 따른 자존심 때문이고, 두 번째는 국정원 등의 생존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간첩단 사건을 조작해 조직 생존 논리를 만들려 한 것 같다.

세 번째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데 대한 보복성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국타이어 유기용제로 인한 집단 돌연사 문제에 대해 책임자처벌과 포괄 보상,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당선되자 이를 파기했다.

이런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하자 관련 기관이 보복성 사건을 만든 것 같다. 국보법 폐지 법안 발의가 진행되자 보안법 존치를 목적으로 한 점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권의 위기를 공안사건으로 모면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나?

"탄핵정국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지지 선언을 하자 노동 쪽인 노동연대와 사회연대 포럼에서 각각 연락이 와 같이하자며 명단을 달라고 했다. 8명의 이름을 보냈는데 노동연대 쪽에서는 특보, 사회연대포럼 쪽에서는 중앙선대위 노동위 부위원장 직함을 모두에게 각각 줬다."

-이후 어떻게 대응하려 하나.
 

"올 상반기 국보법 위반 사건이 5건이나 있다. 피해자 가족들과 연대하고 공동대응할 예정이다. 이후 재판에서 조작된 사건이고, 함정수사이고 강제수사인 점을 적극 밝히겠다."

- 더 하고 싶은 얘기는?

"2년 전 (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 통신선 복원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전망했지만, 한미연합훈련으로 또 다시 남북관계가 악화했다. 이는 전쟁 무기 확산을 막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이 얼마나 정당했는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주고 있다. 우리가 조작된 공안사건의 마지막 피해자이길 바라며 보안법이 폐지될 때까지 싸울 것이다."

태그:#충북간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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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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