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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자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서 후회 회피와 자부심이라는 편향을 입증했다. 당신은 매주 동일한 번호의 로또를 몇 달 동안 사왔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당첨되지 않았다. 어느 날 당신의 친구가 새로운 번호의 조합을 제안한다. 과연 여러분은 벗님의 의견을 받아들이겠는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당신이 선택한 복권 번호와 친우가 알려준 복표의 당첨 확률은 같다. 여기서 후회할 가능성은 두 가지다. 첫째, 종전 숫자를 고수했는데 새로운 번호가 당첨되는 경우다. 이것은 행동하지 않아서 생기는 부작위의 후회다. 둘째는 로또 번호를 바꿨는데 기존의 숫자가 당첨되는 작위의 후회다. 어느 쪽이 더 고통스러울까? 당연히 후자다. 

왜냐하면 기존 번호에는 소유효과에 따른 애착, 현상유지 효과 등 앞에서 살펴본 여러가지 감정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내가 번호를 바꾸지 않았다면 후회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내가 행동해서 손해가 발생했다면, 그 후회라는 감정은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의 삶을 얽조이게 된다. 취기가 오르고 마음의 빗장이 풀리면 속에 있는 말이 나온다. '내가 그때 그러지만 않았어도...'

투자에서 이러한 인간의 감정은 손실로 귀결된다. 사람들은 후회를 두려워하고 자부심을 추구하므로, 이익이 난 주식을 서둘러 매각하고 손실이 난 종목은 지나치게 오래 간직한다. 만약 현금이 부족하여 가지고 있는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면, 이득이 난 종목을 팔아서 자부심을 얻고 손해 난 주식은 계속 보유하여 후회를 피하려고 한다.

결국 바구니에는 박살난 종목만이 가득하다. 타인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본능이다. 내가 보유한 종목에 대해서 누군가가 회의적인 의견을 피력하면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어딜 감히', '너 따위가 뭔데' 등 이처럼 인간 심리에는 투자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덩이가 수십여 가지나 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투기 경험이 필요하다.
▲ 사람은 오로지 자신의 고통으로부터 배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투기 경험이 필요하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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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테마타 마테마타 : 낮은 수준의 투기 경험이 필요하다

자부심이 가열찬 상승장과 맞물리면 고위험 주식에 뛰어들게 만든다. 투자가 아닌 투기적인 종목으로 짜릿함만을 쫓는 것이다. 경험이 부족한 초심자들은 시장의 핫 이슈가 되고 있는 변동성 높은 주식을 매매한다. 심한 경우 당장 상장폐지가 될 수도 있는 한계기업의 종이 쪼가리를 산다.

밀레니엄의 시작, IT 혁명 이후로는 HTS가 대중화 되면서 폭발적으로 데이 트레이딩이 늘어났다. 당시에 서점가에는 단타거래를 부추기는 책이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는 했다. 별 볼일 없는 차트 기법의 인기는 대중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주식 리딩 카페가 우후죽순처럼 생겼다가 없어진다. 추천종목 장사를 하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 폰지 사기의 피해자가 뉴스를 장식한다. 지금도 계속 반복된다. 미래에도 똑같을 것이다.

요즘은 MTS로까지 발전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트레이딩으로서 사용자들이 증권사가 조성한 플랫폼에서 계속 상주하기를 유혹한다. 현재는 시대 변화를 반영하여 암호화폐 트레이딩이 젊은층을 사로잡고 있다. 그럴듯하게 포장했을 뿐 도박판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트레이딩은 중독성이 있기에 자신의 의지로는 끊을 수 없다. 그러나 글쓴이의 생각으로, 중독은 아니더라도 탐미 정도의 수준까지는 경험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누구나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을 하면 그 속에 빠져든다. 과거에 놀거리가 부족했을 때는 당구가 거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다. 우스개 삼아 전세값을 날리면서 당구에 빠졌다고 얘기하고는 했었다.

지금은 더 많은 놀거리, 더 자극적인 볼거리, 더 흥분되는 체험이 도처에 널려있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돈 버는 쾌감이다. 속칭 돈 맛에 중독되면 보이는 것이 없다. 트레이딩으로 짜릿한 경험을 몇번 하게 되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끊을 수 없는 마약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다. 미치지 않고서 뭔가를 이루어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 피해를 적게 하고 균형 잡힌 사고로 돌아오는 것이 빠를수록 좋다. 사람은 경험의 동물, 아무리 설명해봐야 몸소 경험하고 뼈저리게 느끼는 것만 못하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금전적 위험을 실행해보라. 인간에게는 횡재수를 바라는 도박본능이 내재하므로 무조건 억누르기만 해서는 스트레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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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를 펴냈다. 다음 세대를 위한 화보 도감. daank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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