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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과 관련 조형물. 아직 제막식을 못해 동상은 천으로 씌워져 있다.
 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과 관련 조형물. 아직 제막식을 못해 동상은 천으로 씌워져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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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상임고문이 10일 창원시청 앞에서 "김주열 동상 제막하라"고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영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상임고문이 10일 창원시청 앞에서 "김주열 동상 제막하라"고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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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민주항쟁'은 문제 없다. 3·15기념사업회는 각성하고, 창원시는 김주열 열사 동상 제막하라."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회장 백남해)가 이같이 밝혔다. 김영만 김주열사업회 상임고문은 10일 창원시청 앞에서 손팻말을 잡고 1인시위를 벌였다.

김주열사업회는 당초 기자회견을 열려다가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해 1인시위를 열어 입장을 밝혔다. 김주열사업회는 당분간 이곳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기로 했고, 11일에는 이순일 김주열사업회 이사가 나선다.

창원시는 마산 중앙부두에 있는 김주열열사시신인양지(경남도 문화재)에 동상을 세웠고, 지난 7월 말 제막식을 열 예정이었다. 동상 설명판에는 '3·15의거' 뿐만 아니라 '4·11민주항쟁'도 같이 표기가 되어 있다.

이승만자유당정권의 부정선거에 맞서 시민들이 3·15의거를 일으켰고, 이때 행방불명되었던 김주열 열사가 27일만인 1960년 4월 11일 마산 중앙부두에서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떠 올랐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김주열 살려내라"며 거리로 나왔고 이를 '4·11민주항쟁'이라 부른다.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동상 제막을 앞두고 3·15의거기념사업회측이 설명판(부조석)에 써놓은 '4·11민주항쟁'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3·15사업회 측은 '4·11민주항쟁'이 아니라 '제2차 3·15의거'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창원시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제막식을 미뤘다. 현재 동상은 비닐과 테이프로 동여매 놓은 상태다. 최근 기온이 35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속에 천으로 둘러싼 김주열 열사의 동상을 보기에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17년째 4·11민주항쟁 표기, 기념식 열어"

김주열사업회는 입장문을 통해 '동상 제막'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금은 문화재가 된 그 역사 현장에 지난 7월 2일, 김주열 열사의 동상이 세워졌다"며 "그러나 오늘 현재까지 그 동상은 검은 비닐과 테이프로 꽁꽁 묶여있다. 시민들이 매우 답답해 하고 있다. 제막식을 못 하는 이유는 역사 명칭 하나 때문"이라고 했다.

3·15사업회가 '4·11민주항쟁'이란 표현의 삭제를 요구한 것에 대해, 이들은 "3·15사업회가 3·15의거 역사는 자기들 것이라는 착각과 오만에서 나온 횡포다"고 주장했다.
 
김영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상임고문이 10일 창원시청 앞에서 "김주열 동상 제막하라"고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영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상임고문이 10일 창원시청 앞에서 "김주열 동상 제막하라"고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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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민주항쟁' 명칭은 김주열사업회가 2004년부터 행사 때마다 공식적으로 사용해 왔고, 올해 4월 11일 치러진 기념식까지 17년째다.

김주열사업회는 "그동안 행사 때마다 공식적으로 사용해 왔다. 이 행사에 전임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직·간접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 명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단체나 개인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지, 지난 해 60주년 기념행사에서 '4·11민주항쟁은 4.19혁명의 첫날입니다'라는 홍보물이 설치되자 3·15사업회가 문제를 제기해 여러 차례 신문 지상을 통한 논쟁이 있었다"며 "국제학술심포지엄이라는 거창한 토론회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토론자나 참석자 중 누구도 이 역사용어를 써서는 안 된다는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4·11민주항쟁'이라는 역사명은 뜨거운 논쟁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친 역사용어가 됐다"고 덧붙였다.

올해 4월 11일 치러진 '제61주년 4·11민주항쟁 및 김주열열사추모식'에는 경남지사와 교육감, 창원시장, 국회의원, 시민사회 단체 대표뿐만 아니라 3·15사업회 회장과 유족회 회장 등이 참석했고, '추모의 벽 제막줄'도 모두 함께 당겼다는 것이다.

이를 언급한 김주열사업회는 "분위기는 좋았고, 그날도 그 이후도 '4·11민주항쟁'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문제없는 문제를 몰랐다고 창원시에 책임을 묻는 것도 무리다"고 했다.

김주열 열사 동상 설치 뒤, 3·15사업회는 4·11민주항쟁에 대해 "3·15의거 역사를 두 동강 낸다"거나 "김주열사업회가 역사왜곡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주열사업회는 "4·11민주항쟁이 3·15의거의 역사적 위상과 가치를 배가시킨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4·11을 말하면서 3·15의거부터 시작하지 않고는 역사해설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아무런 근거도 없는 '두 동강' 발언은 너무 경솔하거나 다른 저의가 있는 말로 들린다"며 "'역사 왜곡'이란 말도 그렇다. 이걸 그렇게 말하면 그 당시 '3·15사태'나 '4·11폭동'이라던 독재의 망령들이 박장대소 할 일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4·11민주항쟁'이라는 역사명은 4월 11일 마산시민항쟁의 성격과 규모와 결과를 볼 때 '제2차 3·15의거'로는 그 역사를 담아내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자연스럽게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3·15사업회 측은 "지난 6월 말, 국회에서 통과된 '3·15의거특별법'에는 없는 4·11민주항쟁이라는 역사명은 쓸 수 없고, 시장이 제막식에 참석해 공적으로 인정해서도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주열사업회는 "참으로 어이가 없다. 역사명은 법으로 강제되는 것이 아니다. 역사명이란 계승 주체와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부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예를 들어 '광주5·18'을 보자"며 "법적으로는 '5·18민주화운동'이다. 그러나 광주에서는 언제나 '5·18민중항쟁'이라고 한다. 해마다 하는 행사명도 그렇다. 이 행사에 대통령도 오고 삼부 요인들이 다 온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요즘은 많은 학자들이 '4·19혁명'보다 '4월혁명'을 더 많이 쓴다"며 "우리는 3·15의거를 포함해 '3·4월혁명'이라는 용어를 자주 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가 되나?"라고 되물었다.

동상 건립 등에 대해, 3·15사업회는 "김주열사업회가 3·15사업회 등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주열사업회는 "두 단체는 20년 넘게 서로가 독자적 사업을 해온 단체들이다. 당연히 두 단체는 서로가 사업을 두고 협의한 일이 없다. 그래도 협의를 했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며 "3·15사업회는 그런 말할 자격이 없다. 자신을 뒤돌아 보라. 이런 걸 두고 '적반하장'이라고 한다. 할 말이 많고도 많으나 일단은 말을 아끼겠다"고 했다.

마산중앙부두에 있는 '김주열열사시신인양지'에 표지석을 새우고, 경남도 문화재(김두관 전 지사 때)로 지정될 때 김주열기념사업회가 역할을 했다.

이 단체는 "시신인양지는 국가 소유의 땅으로 공장이 들어서 있었고, 한때는 도시계획상 매립지로 거론된 곳이었다"며 "이 역사 현장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는 20년 동안 치열하게 싸워왔다"고 했다.

이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주열사업회가 해양수산청에 임대료를 내고 사용해 온 곳이다"며 "그동안 3·15사업회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다른 장소도 아닌 이곳에 세워진 김주열 동상에서 '4·11민주항쟁'이라는 글자를 징으로 쪼아내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반3·15', '반민주' 행위이다"고 주장했다.

김주열사업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3·15사업회와 언제, 어디서라도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혀둔다.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은 3.15의거 역사의 주인은 창원시민이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창원시에 대해, 이들은 "지금의 코로나 4단계 상황에서 어려움이 많겠지만 창원시는 시민의 편에 서서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동상을 제막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의 설명판.
 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의 설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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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의 설명판.
 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의 설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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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주열 열사, #4.11민주항쟁, #창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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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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