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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 선포 지역을 오키나와현을 포함해 전국 10개 광역자치단체로 확대하기로 한 뒤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스가 총리의 뒤쪽에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 인형이 놓여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 선포 지역을 오키나와현을 포함해 전국 10개 광역자치단체로 확대하기로 한 뒤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스가 총리의 뒤쪽에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 인형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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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어렵사리 치러진 올림픽에서 자국 선수단이 역대 최대 금메달(27개)을 딴 것을 자축하기도 전에, 사상 최악의 코로나19 위기를 먼저 해결해야 할 운명에 놓이게 됐다.

일본 NHK의 집계에 따르면 7일 1만 5753명으로 1일 최고 확진자 수를 경신한 뒤, 폐막식인 8일에도 1만 4472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다. 개막식에 4225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17일만에 확진자가 3.4배 증가한 셈이다. 

OECD 국가중 일본의 인구 대비 누적 확진자 수는 35위다 (한국 36위). 한국과 비교해서 확진자 숫자가 많을 뿐, 일본은 전 세계적인 팬데믹 속에서 비교적 차분하게 잘 대응한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 주 기준 일본의 인구 대비 확진자 수가 OECD 국가중 2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대혼란... "47시간 구급차에서 대기"
 
지난 7월 30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우에노(上野)역 인근 거리가 행인들로 붐비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이날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를 확대·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 30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우에노(上野)역 인근 거리가 행인들로 붐비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이날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를 확대·연장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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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막과 함께 시작된 4일 연휴, 들뜬 올림픽 분위기가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풀게 만든데다가, 일본 정부 역시 올림픽에 집중하면서 방역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동안 유행이 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병상'이 없다는 점이었다. TBS는 지난 1일 집에서 자택요양 중이던 도쿄의 한 50대 확진자가 증상이 악화돼 인근 병원에 입원하려고 했으나, 병상 부족 사태로 8시간 동안 100여곳을 전전한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일본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8월 1일까지 2376건의 '구급이송곤란'(이송 병원이 결정되지 않아 30분 이상 지체)이 발생했고, 지난 4일 아사히신문은 "오사카 지역에서는 감염자 입원 비율이 10%까지 저하되면서 자택 요양중에 사망도 잇따랐다"라며 "구급차 대기 시간이 47시간 가까이 된 사람도 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은 경증 환자의 경우 정부가 확보한 호텔 등 숙박시설에서 격리시키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공간마저 부족해서 '자택요양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NHK에 따르면 자택요양자는 전국에서 대략 4만 5천명(4일 기준)이며, 1주일 사이에 2배가 늘었고, 1개월 전보다 11배가 늘었다. 

경증이라고 하더라도 앞서 사례와 같이 증상이 악화될 경우 입원할 병상이 없다면, 입원 대기 중에 사망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4~5월 '4차 유행(제 4파)' 당시에 고베시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방문 간호했던 타츠타 쇼이치씨는 아사히 신문을 통해 "중증 폐렴으로 당장 입원이 필요한데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입원을 못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라고 전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에서 코로나19에 걸렸으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자택사'한 경우는 1~6월까지 84명이었다. 

그런 와중에 일본 정부는 지난 3일에 입원 대상을 "중증 환자나 중증화 위험이 특히 높은 환자"로 지침을 바꿨다. 일본의 환자 구분은 총 4단계로, 경증, 중등증Ⅰ, 중등증Ⅱ, 중증으로 나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중등증Ⅰ은 호흡곤란이나 폐렴, 중등증Ⅱ는 산소 투여가 필요한 정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중증은 인공호흡기가 필요하거나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상태다. 이와같은 기준에 따르면 호흡곤란이나 폐렴 등의 질환을 겪고 있더라도 자택에서 대기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심하자 일본 정부는 사실상 지침을 철회했다. 5일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다무라 노리히사 후생노동상은 이날 참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서 "중등증은 원칙 입원, 중증화 위험이 낮은 사람은 재택"을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일본 정부가 여당에 승낙받은 입원 대상자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담은 문서에도, 입원 대상은 '중등증 환자로 산소 투여가 필요한 자, 필요하지 않아도 중증화 위험이 있는 자'로 명시돼 있었다. 당초에는 '중증환자나 중증화 위험이 높은 자'로 적혀있었던 것을 수정한 것이었다. 한편 이 지침은 도쿄도에만 적용된다.

"긴급사태 선언도 효과 없어... 전국 록다운도 검토해야"
 
지난 7월 24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의 한 주점이 빈자리 없이 붐비고 있다.
 지난 7월 24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의 한 주점이 빈자리 없이 붐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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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본만 대유행을 겪고 있는 게 아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 영국, 아이슬란드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은 물론, 호주와 싱가포르 등 지난해 여름 이후 1일 확진자가 많아봤자 두 자릿수에 머물렀던 국가들도 재유행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의료 체계의 여력이 무너진 상황인데다가, 델타 변이의 전파력을 감안한다면 유행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4일 오미 시게루 일본 코로나19 대책 분과위원회 회장은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서 "최악의 경우에는 도쿄의 1일당 신규 감염자 수가 1만명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라며 "갑자기 (확진자가)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라고 밝힌 바도 있다. 

다음날 오미 회장은 "긴급사태 선언을 내도 기대되는 효과가 없다. 관동 지방에는 의료진에 대한 압박이 크다"라며 "록다운을 법제화하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라고까지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은 록다운을 검토할 정도로 확산세가 도무지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다른 문제는 일본의 백신 접종률이다. 중증 환자 이상을 보호하는 것으로 코로나19 의료 체계를 정비하기엔 백신 접종률이 낮다. 일본의 1차 접종률은 46%이고, 2차 접종률은 32.9%에 불과하다. 1차 접종 70%를 달성한 영국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심지어 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유행이 심해 항체 보유율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지난 5월 일본의 4차 대유행 당시 일본에서는 하루에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지난주 사망자(8/2~8/8)는 84명으로, 치명률은 감소한 상황이다. 그러나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를 볼 때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사망자는 필연적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병상은 이미 포화상태다. 일본의 '도쿄 올림픽 후유증'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태그:#일본,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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