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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1년 6개월, 우리 사회는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급변한 상황을 맞닥뜨린 곳은 병원 현장 아닐까 싶은데요. <오마이뉴스>는 보건의료노조와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해 발표한 '보건의료노동자 노동실태 조사' 내용을 네 차례에 걸쳐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9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9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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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동안 코로나19 최전선을 지켜온 보건의료노동자는 다른 이들보다 더 심각한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다. 보건의료노동자 4만 3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보건의료노조의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78.7%가 "일상생활이 나빠졌다"고 답했으며 70.6%가 "심리상태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40.7%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한 것에 비교했을 때, 보건의료노동자들은 더 심각한 코로나 블루를 견뎌내야 했음을 알 수 있다. 감염병 재난에 따른 사회적·정신적 불안은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더 심각하게 작용되었다고 풀이된다.

매년 정기조사에서도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번아웃을 호소했던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심리적 긴장 상태는 장기간 이어진 감염병 재난사태를 겪으며 더욱 심각해졌다. 코로나19 이후 감염성 질환에 대한 우려는 90%에 가까운 수준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코로나19 이후 사고성 질환과 정신 질환에 대한 우려도 60%가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원래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더 힘들어요"

절반 이상(55.7%)의 보건의료노동자가 코로나19로 인해 노동 조건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정기조사에서 매년 80% 이상의 응답자가 고질적인 인력 부족을 느끼고 그로 인해 노동강도가 강해지고 있다고 호소해 온 상황에서, 이보다 더 노동조건이 나빠졌다는 응답은 코로나19 대응 의료현장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확연히 드러낸다.

정부·지자체의 코로나19 대응 중 방역·백신·진료체계에 대해선 60~65% 정도가 잘했다고 답한 반면, 정부가 인력 지원을 잘했다는 답변은 평균 44.5%로 차이를 보였다. 소속 기관(병원)에 대한 평가도 같은 양상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상황에서 적정인력이 운영되고 있냐는 질문에 39.2%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사회적 훈련이 시급하다

코로나19 환자만을 주로 전담한 감염병 전담병원과 이외 병원(일반병원에서 코로나19 전담병동을 운영하거나 확진자 진료에 참여한 병원) 소속 노동자들은 정부·지자체 코로나19 대응을 다르게 평가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방역과 백신, 진료체계 평가에서 60% 이상이 긍정 비율을 보였으나, 방역의 경우 전담병원은 70.9%가 긍적적 평가를 한 반면 비전담병원 소속 노동자들은 63%에 그쳤다. 백신에 대한 평가에서도 전담병원 소속 노동자들은 69.6%의 긍정비율이나 비전담병원 소속 노동자들은 60%에 미치지 못하는 긍정 평가를 보였다.

이는 코로나 대응에 모든 체계를 개편해 투입한 감염병 전담병원에 비해,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지 않은 보통의 병원 현장이 더 혼란한 상황이었음을 보여준다. 전담병원의 경우 전담병원에 지정되면서 전담 병상을 확보하고, 인력을 긴급하게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초기에 혼란을 겪은 것에 비해, 비전담병원은 원내 확진자 발생과 코호트 격리, 추후 민간병원의 전단병동 참여 등 관련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체계와 지침이 반복해서 바뀌었다. 지침이 시시각각 바뀔 때마다 비전담병원의 노동자들은 혼란 속에서 유연성이 강한 대응을 요구받아왔다.

소속기관(병원)에 대한 평가에서 ▲보호구 지급 ▲매뉴얼 구비 등 사전 준비 ▲투명한 정보공개와 소통 ▲확진자 관리·조치의 역량에서도 전담병원과 비전담병원의 평가에 차이가 있었다. 전담병원 노동자 넷 중 세 명이 보호구 지급에 대해 75%가 긍정적으로 답변한 반면, 비전담병원은 약 66%의 긍정비율을 보인데 그쳤다. 이외에도 매뉴얼 구비 등 사전 준비, 원내 확진자의 투명한 정보공개, 확진자 발생시 관리·조치 역량에 대해서도 대해서도 비전담병원 노동자들은 전담병원 노동자들의 평가보다 소속 기관(병원)이 잘 대응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전담병원 노동자들이 비전담병원 노동자보다 정부·지자체, 소속기관(병원)을 일관되게 더 높게 평가했다. 이런 결과는 반복적인 감염병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도로 훈련되고 준비된 감염병전문병원의 설립 필요성을 제기한다.

감염병·의료재난 사태, 노조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
 
이태원 한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 확진자 증가하자 지난해 5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근 대형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대기자들 사이에서 의료진이 검사 안내를 하고 있다.
 이태원 한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 확진자 증가하자 지난해 5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근 대형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대기자들 사이에서 의료진이 검사 안내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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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초기 정부·지자체의 대응 매뉴얼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 의료기관은 긴급하게 대응팀을 꾸렸지만, 대부분의 경우 노동조합은 코로나19 대응팀에 참여를 보장받지 못했다. 대응 관련 지침을 잘 전달받지 못한 현장 노동자들은 매우 혼란한 상황을 겪었고, 그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던 노동조합 역시 관련 정보를 얻지 못해 대응력을 끌어올리기 어려웠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2021년 보건의료산업 산별중앙교섭에서 "감염병·의료재난 발생 시 긴급 대응팀을 구성·가동하며, 노조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재난상황에서 노동조합은 가장 현장에 가까운 유일한 공적 조직이다. 메르스·사스를 겪으며 쌓인 경험으로 초기 보건의료노조는 현장 실태조사를 긴급히 진행하여 정부 대응 절차를 검토하여 보강을 요구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의 2021년 정기 실태조사 중 코로나19 전담병원 소속 조합원은 8624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20%였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통해 꼭 코로나19 전담병원이 아니더라도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보통의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훨씬 더 높은 개인 생활의 제한과 감염에 대한 높은 압박과 부담을 짊어지고 왔음을 알 수 있었다.

현재까지 네 차례에 이르는 코로나19 대유행은 물론, 보통의 시기에도 현장에 내려지는 각종 지침과 압박은 예외 없이 사적모임과 이동의 제한 등 보통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강한 일상생활의 자유를 속박하기도 했다. 보건의료 현장의 턱없이 부족한 인력상황은 나아질 줄 모르고 있다. 이후 똑같은 감염병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이들 보건의료 노동자의 육체와 정신을 재물로 삼아 우리 사회공동체를 유지할 수는 없다. 가장 최선의 방역과 진료체계 구축은 충분한 인력의 확보에 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나순자)은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실태를 파악하고 주요 이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매년 정기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1년 정기 실태조사는 지난 3월 12일부터 한달간 전수조사에 준하여 실시하였고, 2020년 12월말 기준 조합원 77,092명 대비 43,058명의 높은 유효 응답률(55.9%)을 보였다. 이는 2020년 조사 시 보다 7,444명 증가한 규모로 조사의 신뢰성, 타당성, 대표성이 한층 강화되었다.

본 조사는 <임금현황>, <노동조건>, <의료서비스의 질>, <조직운영 및 조직문화>, <노동안전보건>, <코로나19 환경 평가> 등 총 6개 영역의 구조화된 37문항에 대해 자기 기입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최종 보고서에는 전국 141개 사업장 총 43,058명의 유효 응답이 사용되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0.25%이다.  본 실태조사는 보건의료노조의 위탁을 받아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가 수행하였으며, 최종 보고서 제출에 따라 그 결과를 아래와 같이 총 4회에 걸쳐 발표한다.

① 코로나19에 대한 보건의료노동자들의 평가와 대안 : 8/3(화)
② 업무분장과 의료서비스의 질 : 8/5(목)
③ 간호사 근무형태별 노동실태 … 3교대근무를 중심으로 : 8/10(화) 
④ 코로나19 시대 보건의료노동자들의 노동안전 실태 : 8/12(목)
 

태그:#코로나,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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