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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아름다운 산과 강의 풍경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 슬로베니아는 자연환경의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아름다운 풍경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할 뻔 했다.

정권교체 이후 벌어진 민영화 시도를 막아내다

슬로베니아는 2018년 중도파와 좌파의 연합정부가 집권하였다. 세렉 리스트, 사회민주당, 현대중앙당, 연금생활자당 등 4개 정부가 소수정부를 구성하였고 좌파당이 신임과 보완은 하는 관계였다. 그러나 의료보험 정책의 차이로 인하여 좌파당이 연정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연정이 붕괴하였고, 지난해 3월부터 우파 정당 슬로베니아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었다.

정권 교체된 이후 총리가 된 극우파 야네스 얀사는 매우 우경적인 정책들을 추진하였고,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과 사법부와 크고 작은 갈등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슬로베니아 내에서는 그의 권위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져가고 있었다.
 
 작년 3월 집권한 이후 끊임없이 비판받아 온 아녜스 얀사 총리는 현재 정치적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 아녜스 얀사 총리  작년 3월 집권한 이후 끊임없이 비판받아 온 아녜스 얀사 총리는 현재 정치적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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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야네스 얀사는 슬로베니아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강과 바닷가의 토지를 민영화하는 법을 추진하게 된다. 그동안 바닷가와 물가의 토지는 공공재산이었는데 그것을 민간기업에 개방하겠다는 것이었다. 호텔업체와 관광업체의 배만 불려줄 거라는 비판을 받은 이 법은 의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환경단체가 5만 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하면서 7월 11일에 국민투표가 열리게 되었다. 슬로베니아 헌법에는 국민 서명 4만 명 이상이 모이면 해당 법안을 국민투표에 붙힐 수 있다. 정부는 이 법안이 오히려 바닷가와 물가의 환경을 지켜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시민들에게는 다르게 들린 듯하다.

투표율은 46%로 슬로베니아에서 이뤄진 국민투표 중 2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다. 이는 슬로베니아 시민들이 이 문제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를 보여줬다. 결과는 반대 86.6%로 압도적인 반대로 법안이 무효처리 되었다. 찬성은 20%도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야네스 얀사 정권은 레임덕에 빠졌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로 정권 최대 위기에 직면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현 정권의 환경부 장관 안드레이 비자크는 공영방송(RTV Slovenija)에 나와 국민들이 법안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감정적으로 반응했으며 일부 팜플렛에 지나치게 고무되었다고 말하였다. 사실상 법안이 잘못된 게 아니라 일부 환경단체와 국민들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지켜온 진보적 슬로베니아의 역사

반환경적인 환경부 장관이 뭐라고 하던지 민영화 시도를 막아낸 슬로베니아 사람들의 자랑스러운 역사는 또 한 번 계승되었다. 이미 슬로베니아 시민들은 2007년 대형 보험회사 "Zavarovalnica Triglav"에 대한 연기금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국민투표로 붙였으나 압도적인 반대로 무위로 돌아간 전적이 있었다.

슬로베니아는 구 동구권 국가 중 지금도 대학 무상화 정책을 유지 발전시키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며, 공공의료보험이 민영화 되지 않고 잘 작동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다. 동구권 붕괴 과정에서 기존 사회복지 체계가 해체되었던 다른 구 유고슬라비아 소속 국가들과 다른 모습이다.

슬로베니아는 2016년 기준 지니계수가 0.244로 북유럽 수준의 지니계수를 유지하는 등 매우 진보적이고 평등한 나라 중 하나이다. 그러한 상태가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공공영역을 침탈하려는 민영화 시도에 슬로베니아 시민들이 결연히 나서서 모두 막아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껏 한국 사회는 미국이나 독일 등 유명하거나 거대한 나라들을 모델로 삼고자 해왔다. 그러나 이 작은 슬로베니아 시민들이 보여준 모습이야 말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참된 모습이 아닐까? 슬로베니아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태그:#민영화, #슬로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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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사, 사회복지 관련 글을 쓰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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