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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이스트 김도윤 작품
 타투이스트 김도윤 작품
ⓒ 타투유니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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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님, 수많은 정치인, 경찰, 의사 심지어 검사님까지도 눈썹이나 아이라인, 작은 그림 타투를 원하면 당연히 제게 오거나 병원에 불법계약이 돼 있는 또 다른 저와 같은 비의료인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1992년도 판례로 인해 대한민국에서는 어느 누구도 합법적으로 타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타투유니온 지회장인 타투이스트 김도윤씨가 28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최후진술'로 밝힌 내용 중 일부다.

그의 말대로 대한민국에서 타투는 1992년 대법원 판례로 인해 의사만이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됐다. 타투 작업을 의료행위로 판단했기 때문인데, 사법부는 이 판례를 근거로 타투이스트들을 처벌해 왔다. 

이날 재판정에 선 김씨 역시 마찬가지다. 2019년 12월 자신의 타투샵을 방문한 연예인의 팔에 타투를 새겨 '의료법 제27조 1항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약식 기소돼 50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결과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신청했고 이날 1심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검찰은 이날 김씨에게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하면 의료법 위반 혐의가 있는 건 법리상 명백하다"면서 약식 판결과 같은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타투는 피부에 색소를 주입해 일정한 문양을 남기는 것으로, 2018년 문신염료 제조사 더스탠다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눈썹 문신 등 반영구 화장은 1000만 명, 타투는 300만 명 이상이 시술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의료인이 아닌 이가 타투를 하면 불법으로 취급받고 있다. 일본도 불법으로 여겨 왔으나 2020년 9월 일본 최고재판소는 문신시술이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후 타투 작업에 대한 불법의 고리가 끊겼다. 

"의사와 법조인이 왜 타투 받으러 오겠나?"
 
5월 28일 서울북부지법 앞에 선 타투이스트 김도윤
 5월 28일 서울북부지법 앞에 선 타투이스트 김도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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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을 마치고 <오마이뉴스>를 만난 김씨는 "나는 항상 안전하게 해왔다"면서 "하지만 주변에 있는 다른 작업자들이 겪는 문제를 보니까 이건 나 혼자 안전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정식재판 청구의 이유를 밝혔다. 

"여기서 만약 제가 무죄를 받는다면 지난해(2020년) 일본에서처럼, 무죄판결 이후 타투가 합법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게 되면 타투이스트들도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작업하고 소비자들도 좀 더 깨끗한 환경에서 카드로 결제하면서 타투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김씨는 "법조인도 받았고, 의사들은 자신에게 타투를 받으러 오는 주된 고객층"이라면서 "의사들이 타투 시술이 불법인 걸 알지만 왜 받으러 오겠나. 의사들이 누군가의 몸에 평생 가는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없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법의 영역에서 타투가 이뤄지다 보니 제대로 된 관리 역시 이뤄지지 않는 상황. 실제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문신 시술 실태조사 및 안전 관리 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타투를 경험한 171명을 대상으로 타투 시술 후 부작용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20.6%에 달했다. 이들은 '타투 시술 부위가 붓고 진물이 난다'거나 '시술 부위가 빨갛게 달아오르고 간지럽다'라고 답했다. 

이는 타투이스트 김씨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정말로 국민의 보건과 안전이 염려된다면 이제 합법적인 제도 안에서 진짜 안전을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후배들도 문화예술노동자로 자긍심을 갖고 더 나은 아티스타가 돼 일반 회사원들처럼 건강검진을 받고 일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김씨가 속한 타투유니온은 선제적으로 양성화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녹색병원과 협력해 '타투 위생 및 감염관리 지침'을 전국의 타투이스트들에게 배포했다. 또 타투예술문화교육센터를 개원해 타투이스트들에게 위생에 관한 안전보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어찌 보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타투이스트 김도윤의 삶을 버리고 앞장서서 타투이스트 합법화를 위해 노력한 것인데, 이에 대해 김씨는 "주변에 있는 어린 작업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심한 손님에게 신고를 당하고 돈을 노린 협박과 범죄에 노출돼 경찰에 수사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 몇 년간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미술 표현의 매체를 사람의 신체로 정한 미술가들이다.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고 의료법 위반이라면서 전과와 벌금, 징역을 부과하고 있다. 이제 스무 살을 넘긴 어린 미대생들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타투이스트 김씨는 '코리안타투(Korean Tattoo)'라는 장르를 개척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타투이스트 중 한 명이다. 그에게 지금까지 타투를 받은 세계적인 스타들만 꼽아도 브래드 피트를 비롯해 영화 <옥자>의 주인공 릴리 콜린스, 영화 <미나리>의 주인공 스티브 연 등이 있다.
 
5월 28일 서울북부지법 앞에 선 타투이스트 김도윤
 5월 28일 서울북부지법 앞에 선 타투이스트 김도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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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17대 국회부터 현 21대 국회까지 타투 시술 양성화를 위해 관련법이 계속 발의 됐지만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의 반대로 단 한 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0년 1월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무자격자에 의한 문신(반영구화장)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비의료인에게 문신을 허용할 경우 국민의 건강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면서 "정부 및 보건복지부는 불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문신시술을 보다 엄격하게 단속하고 현행 의료체계 내에서 문신염료 및 문신시술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적시됐다.

김씨가 속한 타투유니온은 지난해 11월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보는 의료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신청도 한 상황이다. 김씨의 1심 선고 재판은 오는 7월 7일에 열릴 예정이다.

태그:#타투, #김도윤, #헌법, #브래드피트,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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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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