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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이 13일 부산 시립미술관에서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 유치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13일 부산 시립미술관에서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 유치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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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미술관이 왜 꼭 부산에 지어져야 하는가, 이 문제는 '사업보국'이라는 삼성 창업 이념 못지않게 이건희 회장님께서 평생 지켜온 '문화보국'이라는 유지를 가장 살릴 수 있는 장소가 어디이며 방법이 무엇이냐에 답이 있다."

'2021 아트부산' 행사가 열리던 13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박형준 시장은 거듭 부산 유치를 강조했다. 박 시장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건희 미술관, 부산에 오면 빛나는 명소가 됩니다'라는 제안을 올려 전국 지차제의 유치전에 불을 지폈다. 그는 '이건희 미술관'의 입지를 정할 경쟁 방법도 제안했다.

"부산 유치를 제일 먼저 제안했던 사람으로서, 이 논의가 이렇게까지 순식간에 뜨거워질 줄은 몰랐다"라던 박 시장은 공정한 공모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미술관 지역 선정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기증을 선택한 삼성... 언론은 찬양 일색
진보 예술·시민단체 "삼성가의 셈법 직시해야"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미술 소장품인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지자체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지역으로"를 외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유족은 상속세 신고·납부 기일을 앞두고 감정가만 수조 원으로 추정되는 1만 점 이상의 문화재, 고미술품 등을 기증하기로 했다. 공간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을 택했고, 별도의 지역 미술관 건립 의사를 내비친 적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미술품 기증 정신을 잘 살릴 방안 검토"를 언급했다. 유족의 뜻을 살려 정부는 6월부터 중앙박물관, 현대미술관 전시전을 통해 순차적으로 기증품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은 '이건희 미술관' 유치가 더 급한 분위기다. 부산을 시작으로 수원, 용인, 평택 등 수도권은 물론 의령, 창원, 대구, 광주, 여수 등 지역까지 유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지역의 유치전을 긍정적으로 보는 측은 '지역발전', '볼 권리'를 강조한다. 부산의 예술단체인 김경호 (사)부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부산예총) 사무처장은 "국립기관 분관 형태로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미술관을 유치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매우 귀한 작품들을 지역의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게 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도 칭찬 일색이다. 삼성가의 발표 이후 <이건희의 선물, 기부 역사 새로 쓰다(중앙일보)>, <이건희 유산 60% 사회로..."통큰 기부, 역사에 남을 모범"(뉴시스)>, <'이 회장 고마워요' 한마디는 해야', '거인의 집념'이 만든 초일류 이건희 컬렉션…문화 국격 높였다(매일경제)>, <'이번 결정이 기증 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조선일보)> 등 기사가 쏟아졌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4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소장 문화재·미술품 기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화면에 나오는 기증품은 정선 필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4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소장 문화재·미술품 기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화면에 나오는 기증품은 정선 필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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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성 면죄부'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이 전 회장의 유족은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내야 한다. 금액만 12조 원에 달한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미술품 물납제 도입이 어렵고, 상속세 세금을 줄이려는 과정에서 기부를 발표했는데 마치 통 큰 사회공헌을 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삼성 특검 사태도 거론됐다. 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는 비자금을 폭로하며 일부가 미술품 구매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작품 대부분을 이 회장의 개인 자산으로 사들였다고 결론지었지만 국보와 보물, 세계적 작품이 즐비한 '이건희 컬렉션'의 존재는 이렇게 드러났다. 물론 미술품 등의 확보 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라는 권 국장은 이러한 명암과 이미지 전략, 상속재산 처리 등의 삼성가의 셈법을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진 (사)부산민예총 사무처장은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의 치부를 가리고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등 면죄부로 활용되는 것 같다"라고 '기부 부풀리기'를 경계했다. 김 처장은 "(상속세 납부와 이재용 부회장 구속 상황에서) 왜 지금 이 이야기가 화제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지자체 단체장도 이에 편승해 마케팅화 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태그:#이건희, #이건희 컬렉션, #이건희 미술관, #상속, #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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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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