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도 수도 뉴델리의 노천 화장장에서 유족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화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재앙에 가까운 상황을 맞은 뉴델리에서 이날 하루 동안 395명의 감염자가 숨져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도 수도 뉴델리의 노천 화장장에서 유족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화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재앙에 가까운 상황을 맞은 뉴델리에서 이날 하루 동안 395명의 감염자가 숨져 최고치를 경신했다.
ⓒ 연합뉴스/EPA

관련사진보기

      
"코로나19로 죽나, 굶어 죽나 매한가지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지난 2010년부터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잠나가르에서 생활하며 인도 전통의학 아유르베다 전공의로 활동하는 백두산씨는 3일 저녁 <오마이뉴스>와 진행한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인도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내가 살고 있는 잠나가르라는 도시는 작은 곳이어서 한국 언론에서 나오는 표현처럼 '지옥불이 열렸다'거나, '아비규환' 상태는 아니"라면서도 "하루 확진자가 4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인도 최빈층의 먹고사는 문제와 인도 특유의 종교적인 이유가 겹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뉴델리나 뭄바이처럼 큰 도시일수록 건설 일용직 노동자와 노점상, 릿샤(인력거꾼) 등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중 다수는 코로나19에 걸려 죽거나 일을 못해 굶어 죽으나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마스크를 아예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상당했다. 작년에 위기를 극복했다는 생각으로 경각심을 잃은 사람들이 많은 것도 원인이다. 여기다 힌두교 최대 종교 축제(쿰브 멜라)를 허용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백씨의 지적대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와 노점상, 손수레, 인력거 등을 이용해 생계를 꾸리는 이들은 지난해 50일 동안 이어진 인도 당국의 봉쇄조치로 일을 하지 못해 큰 고통을 겪었다. 인도의 대표적인 과학자이자 '에코페미니즘' 사상가 반다나 시바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러한 인구가 1억 4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하루에 1.9달러 이하의 돈으로 생활하는 극빈층이다. 

백씨가 거주하는 구자라트주는 마하트마 간디가 태어난 포르반다르가 위치한 곳이다. 현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가 주총리로 3회 연속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다진 곳이기도 하다. 

백씨가 전공의로 활동하는 아유르베다는 우리의 한의학처럼 체질을 강조하는 인도의 전통 의학이다. 백씨가 속한 아유르베다 병원은 주정부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자가격리자 늘어... "지역내 병원들 코로나19에 집중" 
 
인도에서 아유르베다 전공의로 활동 중인 백두산씨. 사진속 1열에 자리한 인물이다.
 인도에서 아유르베다 전공의로 활동 중인 백두산씨. 사진속 1열에 자리한 인물이다.
ⓒ 백두산씨 제공

관련사진보기

 
백두산씨는 이날 통화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느껴지냐"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면서 "일단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진행하던 진료가 오전 한차례로 줄었다. 자가격리하는 사람들이 늘어 병원으로 오는 사람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역 내 (현대의학) 병원들도 대부분 코로나19 대응에만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도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3일 연속 30만 명 이상 쏟아져 나오며 누적 확진자가 2000만 명을 넘었다. 지난 1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일일 확진자수가 40만 명이 넘는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사망자 수도 최근 7일 연속 매일 3000명 이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전체 인구 13억 8000만 명 중 2회까지 백신 접종을 마친 수는 2970만 명으로 알려졌다. 2.2%에 불과한 수치다.

이로 인해 백씨와 함께 활동하는 아유르베다 전공의들도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현장을 다니며 진료를 보고 있다. 하지만 백씨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현장 근무가 제한됐다. 학교 차원에서 외국인인 백씨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아유르베다적인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19도 바이러스가 침투해 몸의 균형을 무너트린 거다. 이같은 증상이 호흡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봐야한다. 아유르베다는 이러한 부분에 집중해 증상을 완하화기 위한 약재 등을 처방을 하고 있다."

이는 백씨 역시 직간접적으로 코로나19에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그는 "두렵지 않냐"라는 질문에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 환자들도 제한되고 결국 자가격리가 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유르베다 같은 전통의학에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소화력과 면역력을 높이는 처방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가 전국적인 봉쇄령을 망설이는 이유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증폭하자 인도 첸나이에 거주하던 교민들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 1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번 인도 교민들은 현지 비스트라항공의 부정기편으로 입국해 임시생활시설에서 진단검사를 받고 음성이더라도 7일 동안 해당 시설에서 격리하며 이후 자택 격리 7일을 해야한다.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증폭하자 인도 첸나이에 거주하던 교민들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 1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번 인도 교민들은 현지 비스트라항공의 부정기편으로 입국해 임시생활시설에서 진단검사를 받고 음성이더라도 7일 동안 해당 시설에서 격리하며 이후 자택 격리 7일을 해야한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문제는 상황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일일 확진자가 40만 명 대에서 30만 명 대로 감소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공포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결국 인도 남동부 첸나이 등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 173명이 4일 오전 특별기편으로 귀국했다. 오는 7일에는 벵갈루루에서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부정기편을 통해 교민 211명이 추가로 귀국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4월 24일부터 인도 등 변이 바이러스 확산 국가에 대해 직항편 운항을 중단하고 내국민 수송 목적의 부정기편 운항만 허용하고 있다.

백씨는 아직 돌아올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자의적인 결정이기도 하지만 대사관 등으로부터 특별히 연락을 받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그는 "학교에 일본 학생들도 있는데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긴급 상황 등을 메일로 공유하고 지침을 하달한다. 수시로 대사관에서 전화로 상태를 확인한다. 하지만 우리는 연락 한 번 없었다"라고 밝혔다. 백씨는 뉴델리 등 한인커뮤니티가 형성된 곳에 직접 연락을 취하며 정보를 따로 챙기고 있다.

이날 백씨는 마지막으로 "인도 상황이 심각한 것은 맞지만 인도 사람들이 불결해서, 후진국이라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일부 기사와 댓글에서 인도 사람들이 더럽고 안 씻어서 병에 걸렸다고 말하더라. 결과적으로 복합적인 상황이 결합해 현재 상황이 만들어진 거다. 인도는 하루라도 밖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당장 굶어죽는 최빈층이 너무 많다. 이들은 먹고살아야 하니 무서운 걸 알면서도 움직이고 있다. 인도 정부도 이를 알고 지난해와 달리 전국적인 봉쇄령을 망설이고 있다. 이러한 지점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앞서 인도 당국은 올해 초 일일 확진자가 1만 명 이하로 감소하자 방역을 완화하고 힌두교 최대 종교 축제 쿰브 멜라를 허용했다. 지난해 전국적인 제한령과 상반된 조치를 취한 건데, 쿰브 멜라 축제 기간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수천만 인파가 갠지스강에 몰려 그대로 코로나 상황에 노출됐다.

현재 수도 뉴델리 인근 하리아나주를 비롯해 동부 오디샤주,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벵갈루루가 있는 카르나타카주도 봉쇄령을 내린 상태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와 텔랑가나주, 아삼주, 안드라프라데시주 등은 백씨가 거주하는 구자라트주와 유사하게 야간 통금령을 도입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다시 한 번 전국적인 봉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태그:#변이, #인도, #코로나, #모디, #아유르베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