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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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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대로라면 한 달이냐, 석 달이냐, 반년이냐의 시기상 차이만 있을 뿐이지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현실은 변함이 없을 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포항지부에서 지부장을 맡고 있는 황우찬씨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2018년 이후 22명이 죽었다. 올해만 벌써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두 번째 사망사고"라면서 긴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황 지부장 말대로 지난 16일 오전 포항시 남구 포항제철소 내 포스코케미칼 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의 노동자가 더스트박스를 교체하는 작업 중 기계에 머리가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성공한 지 불과 나흘째 되는 날이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월 22일에 국회에서 열린 산재사망 청문회에 참석해 연이은 노동자들의 사망사고에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안전 최우선 경영으로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차례 고개를 숙이며 말한 바 있다. 그러나 16일 포스코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또 사고로 사망함으로써 그의 약속은 다시 한번 빈말이 됐다.

17일 금속노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여름 최 회장 취임 후 현재까지 18명의 노동자가 포스코에서 사망했다. 이 중 하청노동자는 1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2020년 11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폭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3명을 포함해 같은해 12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집진기를 정비하던 중 추락해 사망한 하청노동자, 지난 2월 8일 포스코 연료부두에서 컨베이어벨트 롤러 교체 작업을 하던 중 기기에 끼어 숨진 35세 하청노동자가 포함됐다.

"노동자 사망, 꼬리 자른 포스코"     
 
포스코 53기 주주총회가 진행되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 포스코센터의 모습
 포스코 53기 주주총회가 진행되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 포스코센터의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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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는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16일 오후 대표이사 이름으로 "신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철저한 원인규명을 통해 안전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 관계기관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해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하겠다"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공개했다. 

기업 대표들의 통상적인 사과와 비교했을 때 매우 빠르게 조치를 취한 것인데, 이에 대해 황 지부장은 "왜 포스코 하청업체인 포스코케미칼 대표 명의로 사과문이 발표됐겠냐"면서 "포스코 입장에서 '자기들 일이 아니다, 책임이 없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포스코 안에서 노동자들은 원청과 하청, 자회사, 하도급 등 수많은 형태로 구분돼 일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노동자도 원청인 포스코의 지시나 허락 없이 작업을 중단할 수 없다. 그런데도 하청 정비업체인 포스코케미칼이 먼저 나서서 사과부터 했다. 포스코가 이윤 극대화를 위해 불법과 편법으로 만들어 놓은 외주화가 이번에도 노동자를 사망케 했기 때문에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를 한 것이다."

"노동부, 특별감독하면 뭐하나?"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2020년 12월 9일 발생한 집진기 배관 추락 사망사고 이후 12월 17일부터 노동부 정기감독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월 8일 컨베이어 롤러교체 중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를 막지 못했다. 이로 인해 노동부는 2월 17일부터 포스코에 대한 특별감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특별감독 중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황 지부장은 "사망사고 대부분이 제대로 감독하고 시정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건데 제대로 하지 않아서 발생했다. 포스코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다수가 인재고 살인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노동부에서 정기감독을 하고 특별근로감독을 해도 왜 자꾸 노동자들이 죽어나갈까? 이유는 단순하다.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근로감독을 나가도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를 배제한 채 포스코가 안내하는 장소만 확인을 한다. 그러니 무슨 감독이 되겠나?"

황 지부장은 "최정우 회장이 1조 원 넘게 안전에 투자한다고 하는데 이 또한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는 것"이라면서 "사고예방을 위해 CCTV를 설치하고 2인 1조 작업을 진행한다 했지만 이번 사고 현장엔 CCTV도 설치되지 않았다. 2인 1조 작업도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최 회장은 비상경영을 한다며 하청업체 비용 15%를 깎았다. 어떻게 인력을 늘려서 투입하나.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를 또다시 막지 못한 인재"라고 재차 강조했다.
 
포스코 53기 주주총회가 진행되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 포스코센터의 모습
 포스코 53기 주주총회가 진행되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 포스코센터의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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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황 지부장은 포스코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사망사고를 끊기 위해서는 "사고원인 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과정에서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돼야 한다"면서 "금속노조와 노동부, 포스코 3자가 참여하는 협의테이블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포스코에 있는 설비는 40년이 됐다. 노화가 돼 전반적인 수리와 점검이 필요한 상태다. 그런데 그 넓은 포스코 공장안에 있는 모든 기계를 어떻게 다 점검하고 확인하나.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위험성을 직접 찾아내 말해줘야 알 수 있다. 하지만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이를 원청인 포스코에 제대로 말할 수 있을까. 못한다. 그나마 노조라도 있어야 익명으로라도 제보해서 리스트화 시킬 수 있다. 일단 현장에서 말하는 위험한 것부터 바꿔야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걸 막을 거 아닌가. 언제까지 노동자의 참여를 배제하는 보여주기식 감독만 할 것인가?"

앞서 지난 4일 황 지부장이 속한 금속노조 포항지부는 포스코지회 및 포스코사내하청지회와 함께 최정우 회장을 비롯해 장인화 사장, 남수희 포항제철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고발했다.

노조가 밝힌 고발 사유는 "2018년 이후 스무명이 넘는 노동자가 죽어나갔음에도 최소한의 안전조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망사고가 반복됐다"라는 것. 고발 후 채 2주도 지나지 않은 지난 16일 포스코 하청업체 소속의 노동자는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태그:#포스코, #포항,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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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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